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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평점 :
무슨 내용인지도 대충 알고 있고,
그 파격적인 예고편을 몇 번이나 보고나서 펼쳐질 내용들을 되뇌이고 되뇌이면서 보았는데도
역시 소설 <박쥐>는 충격적이었다.
뱀파이어가 된 기적의 신부 상현과 신부가 사랑하는 유부녀 태주.
그리고 태주의 바보스러운 남편 강우와 시어머니 라여사, 오아시스 멤버들, 노신부, 장대소녀 ..
그리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그리 넓지 않은 마을에서 이루어 지는 피의 향연.
읽는 내내 책에서는 피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고,
상현의 얼굴을 뒤덮는 수포가 내 몸 이곳 저곳에도 생기는 것 같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기분을 느꼈고
간간히 표현되는 적나라한 묘사에서 인상을 찌푸리면서 봤다.
중간쯤까지, 그러니까 음
노신부가 간간히 상현의 피를 원하는 대목이 나오고
또 나병환자 텐트 촌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도 하면서 이래저래 태주를 안고싶어 하는 상현의 심리묘사에
지옥에서 힘겨워 하는 태주의 모습들.
그 즈음까지 읽었을 때에는 정말 지루해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이래저래 중간에 한 눈(!) 좀 파느라고 요 두껍지도 않는 책 읽는 데에 열흘이 넘게 걸렸던 것도 그 이유지만
어쨌든,
2/3 분량을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속도가 훅훅 붙더니, 금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려다.
상현의 사랑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기적으로 인해 이브가 태어나고.
또 둘 만의 천국도 아닌, 지옥도 아닌 곳에서의 사건 연속.
소설 보는 내내 송강호와 김옥빈, 김혜숙, 신하균의 얼굴들이 그려져서 혼났다.
차라리 영화 개봉하기 전이나 포스터, 아니면 예고편이라고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았더라면
소설 자체에 더 집중하고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_+!
그래도 결말은 좋더라.
요즘에는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그놈에 화이트아웃 되는 듯한 열린 결말들 때문에 (여운이 느껴져서 좋긴 하다만)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인 통에 아쉬움도 남고 그랬는데
아참. 그러고 보니까 나는 어디에서든 자동차 트렁크 씬만 나오면 <주홍글씨>의 한석규와 故이은주를 떠올리게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