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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딸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3
김진완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4월
평점 :
기차는 아이들과 참으로 친근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읽는 책들 속에서도 정겹게 나와서 친숙한 데다가, 아이들이 기억이란 것을 할 무렵부터 많이 타 본 것이 기차이기 때문이에요. 할머니, 외할머니 댁에 모두 기차로 가는 아이들은 무궁화, 새마을 호, KTX 안 타 본 것이 없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기찬 딸은 엄마가 태어날 무렵의 정서와 시대상을 느끼게 해 주는 좋은 책이랍니다.
<기찬 딸> 책 제목만 보고서는 갸우뚱하게 하는 이 책은 책을 다 덮을 무렵에는 그렇구나 하면서,
기차 안에서 태어난 당차고 꿋꿋한 가난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다혜를 마음 속에 품게 되는 것 같아요. 다혜, 은혜를 많이 받고 태어난 아이란 뜻의 다혜는 기차안에서
태어난 기찬 딸입니다. 다혜가 건강하게 태어날 있었던 것이 바로 기차안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알려 주고 있어요. 엄마인 다혜의 탄생 이야기를 자녀의 입을 통해서 구수하게 전달해 주고 있는데 비록 가난했을 지라도 정이 있어 더 따사로운 우리네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푸근하고 구수한 입담이 정겹고, 아기가 태어나기 까지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이야기도,
동생 소안이가 태어날때 병원에 같이 따라갔던 소민이에게는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답니다. 제가 소안이를 나으러 병원에 갈 때 간발의 차이로 병원에
도착해서 들어가자 마자 출산하였거든요.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소민이이기에 낯설지 않게
긴박한 상황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모르는 소안이는 이 책을 통해서
출산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기차안의 정겨움, 지금의 어쩌면 삭막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요즘엔 보기 드문 이야기이겠지만,
기찬 딸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하게 아이들에게 씩씩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이유를
그림책을 통해서 심어 주는 것 같아요.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는 기찬 딸의 말은 요즘 나약한 정신을 지녀 조그만 어려움에도
포기하고, 인생조차 쉽게 놓아버리는 시대 풍조 가운데서, 아주 의미있는 그런 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드는 감동,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 세대에게 추억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인지라,
감회가 남다른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