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한풀 꺾인 날씨에 요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크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일도 해야 하고, 계획된 일도 있다. 그렇게 바쁜 일상에서 필사를 통해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필사, 삶을 윤슬처럼 빛내다]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책이 소프트 커버를 씌우는데 반해, 이 책은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서 좀 놀랐다. 그 정도로 작가는 여행, 자유, 고요하고 빛나는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하드커버를 오랜만에 열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글 작가인 동시에 그림작가이기도 하다. 처음 뉴질랜드에서 봤던 햇빛에 일렁이는,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그 기억이 너무 좋아 그때부터 바다의 윤슬을 여러 방식을 통해 그림으로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 그림들과 함께 여러 여행지에서 생각나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필사와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에세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비싼 등록금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어른의 공부와 칼사리캔닛'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게 비싼 돈 들여 투자를 하면서 과연 이게 맞는 건가 하는 내적 고민을 해봤을듯싶다. 필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MBA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게 맞는 건지, 이렇게 돈과 시간, 노력을 들인 만큼 미래에 그 무엇인가로 보장받을 수 있는 건지 여러 가지 잡념이 들면서 현타가 온 것이다. 그 글에는 수학과 같은 해결책은 없다. 단 행복지수 1위라고 하는 그 나라의 호텔방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한숨 쉬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시간'이었다. 별거 아닌 우리의 이야기지만, 그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 글에 나는 공감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내 고민을 보는 듯해서 책에 자꾸 손이 가고, 그 고민을 좋은 글귀 필사가 덜어준다. 작가의 반짝이는 윤슬 그림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내 취향의 그림이기도 한데, 기회가 되면 전시회도 꼭 가고 싶다.
*칼사리캔닛(kalsarikännit): 가볍고 편한 차림으로 혼자 술 한잔하며 조금 느슨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