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협주곡과 같이 주인공이 있는 오케스트라 음악이나 작은 실내악 작품들은 쉽게 마음이 가고, 열리는 편인데 반해 나에게 교향곡은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고, 좀 크게 보인다고나 해야 할까 아무튼 파악하기 힘든 산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교향곡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교향곡을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먼저 그 곡에 숨겨진, 악보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먼저 접하면 좀 더 재미있고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악보 너머의 클래식]이라는 책이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익히 아는 유명한 곡들이 목차로서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교향곡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처음 접하게 된 것 같다.
교향곡은 본래 제목이 없는 음악이었다고 한다. 음악과 관련한 주변 사람이 애칭으로 붙여 부른 게 교향곡의 제목이 된 사례도 있고(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최고의 신을 상징하는 로마신화의 신 주피터-최고의 교향곡이라는 의미에서 교향곡을 주피터라고 부름), 낭만시대의 표제음악을 여는 모태였는지 베토벤의 사례에서와 같이 작곡자가 표제를 직접 정한 경우도 있었다.(베토벤은 자신의 전원교향곡 악보에 이탈이아어로 직접 sinfonia pastorella라고 적었다고 한다)
특히나 나는 교향곡 중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교향곡 전체에 대한 표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곡을 구성하는 각장에도 표제가 있어서 놀랍다.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전에 각 악장의 표제를 모르고 음악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음악에 스며드는 기분이다. 음악이 전달하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더 잘 전달된다.
낭만주의 최고의 교향곡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꼽기도 한다. 베토벤 교향곡 전원의 발전된 형태라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고,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바로 베를리오즈라는 인물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그 자신이 연주가이면서 작곡가였다. 후대에 만나게 되는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도 마찬가지. 그런데 베를리오즈는 의학을 포기할 정도로 음악에 열정적이었지만 지휘를 제외한 어떠한 악기도 연주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도 없는데 오케스트라 곡을 작곡한다???!!! 본인이 악기를 연주할 수 없으니 연주자의 사정은 알 수 없었고, 작곡할 때조차 고려되지 않았다. 베를리오즈의 이러한 특수한 상황이 장점으로 승화되었던 것일까?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연주가들을 곤란하게 했지만 기존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혁명적인 음악이라고 찬사 받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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