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많은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쓸모가 없거나 필요하지 않은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이야기,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책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공간을 보면 앞으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약간의 기대감 같은 감정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이어리, 노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인지, 다이어리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그래서 그 모호함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이 있다. [영어가 가벼워지는 시간]
영어 필사와 더불어 내가 찾은 영어 표현, 꼭 영어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적어놓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기록해둘 수 있는 공간이 안배되어 필사 책이 자 다이어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 같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100일 완성으로 왼쪽 페이지에는 하루에 하나씩 괜찮은 영어 문장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날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따라 써보며 마음에 새겨본다. 페이지 밑에 누가 한말인지, 무슨 의미인지 한국어 해석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맨 위에 날짜를 쓰고, 옆에서 필사한 문장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을 자유롭게 적어 넣는 형식을 취한다. How do you relax? 라는 질문에 선뜻 문장으로 적어내려가기 어렵다면 본격적인 영어 문장 쓰기에 앞서 키워드 공란에 글쓰기 소재에 해당하는 몇 가지 영어 단어를 적어보면 좋겠다. 이렇게 자료?를 주섬주섬 모은 뒤, Diary 부분에서 나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영어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또 좋은 점을 꼽자면 위클리 시네마라고 하여 5일마다 영화, 책, 유튜브에서 유용했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옆에는 자신만의 영어 표현 모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점이다. 매일 한장씩 이책을 채워나간다면, 매주 금요일에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어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주말에는 이 책에 실린 기분 좋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진을 보며 쉬도록 하자.
이 책의 필자는 영국식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영어에 대한 애정이 싹트고, 필기체를 공부하면서 영어 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라이팅 실력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저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이, 매일, 가볍게' 영어를 접하는 것이라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