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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철학자들
강성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평점 :
고집불통이란 말이 대개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리지만 필자는 그들에게 고집이 있음으로써 그들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보았다. 책을 펴면 유명한 사람들, 누가 그렇게 고집불통이었을까. [고집불통 철학자들]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법, 거절, 출세, 자녀, 성인과 제자, 우정, 원수, 경쟁관계와 관련하여 다양하고 유명한 사람들과 그들의 뒷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데카르트와 파스칼은 각각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이지만, 이들에게도 연구 실적 가로채기라는 숨은 뒷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학교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6세 때 원추곡선론 발표, 1642년 계산기 발명 등, 이를 보고 27세 연상이었던 데카르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파스칼이 파리로 가 데카르트와 교류하면서 그들은 '진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공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하면서도 파스칼은 독자적으로? 기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벌였는데, 그것이 이 둘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듯하다. 기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실험에 대해 데카르트는 자신이 시사한 바였다고 주장하는 한편, 파스칼은 본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고 맞섰다.
이렇게 관계가 틀어진 철학자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정도전과 정몽주는 고려 시대 말 목은 이색이라는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우고 서로 마음을 나누며 교류하였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고려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정몽주는 고려왕조를 지켜야 한다는 쪽이었고, 그에 반해 5살 아래 후배였던 정도전은 한때 존경했던 정몽주의 마음과는 달리, 역성혁명을 통한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둘 다 명망 있는 학자로서 높은 관직에도 오르며 명예로운 삶을 살다 간 듯 보이는 이 둘에게서 웃지 못할 아쉬운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둘 다 이방원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죽은 정몽주는 이방원 집권당시 백성들에게 충의 모범으로 삼고자 관직과 시호가 내려졌고, 죽은 정도전은 경복궁 복원을 주도한 고종에 와서야 관직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참여했던 경복궁의 설계에 대한 그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