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이라고 하면 아무 생각 없었는데, '문득 지적이고 싶을 때 꺼내읽는 인문고전'이라 하니, 픽~하고 웃음이 났다. 인문고전은 지적이고 싶을 때 읽는 건가? 재밌어서 읽는 건 아니고? 요즘 트렌드가 지적이고 싶으면 인문고전을 읽는가 보다.
이 책이 나를 사로잡은 건 '역사를 알아야 인문고전이 쉬워진다'라는 책표지 뒤의 카피였다. 진하게 공감하는 바였다. 소위 말하는 고전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작년 여름쯤인가 소크라테스의 변명/변론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것만큼이나 열심히 읽었던 자료는 그 당시 그리스사회에 관한 글이었다.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사회,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나니,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더 명쾌하게 이해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분주하게 찾아서 읽었지만...
[문득 지적이고 싶을 때 꺼내읽는 인문고전]이라는 책은 정해진 고전에 대한 정보를 한 권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목차에서 소개하는 고전 자체를 읽어두는 것은 기본! 그리고 이 책으로 고전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어서 좋은 책이라 하겠다.
파우스트를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 꼭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베토벤의 인생이 들어있고,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괴테의 인생 전체가 담겨있다고. 괴테가 60여 년 동안이나 오래 집필했다는 파우스트의 대한 저자의 소개를 듣고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욕망을 그린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파우스트였는데, 저자의 텍스트 포인트를 읽고 나서 이것이 다름 아닌 인간성에 대한 거대한 고찰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 맺어지는 인간 파우스트와 신화 속 인물인 헬레네의 결합이 뜬금없다고도 느꼈었는데 그것이, 그러한 요소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잇는 고전주의 소설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파우스트 작품을 좀 더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것을 또 어떻게 느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