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이 한국사 시험을 보기 전과 본 후를 비교해 본다면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한다. 이 책 [한국사 로드]를 출간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서문을 보면서 왠지 내 얘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내가 저자처럼 유적지 구석구석을 다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위 역사 덕후나 역사를 비교적 친근하게, 혹은 자주 접하는 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대부분 한국사 시험을 어려워하고 어떻게 시작하고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겠지만, 막상 시중에 널린 수험서를 보면 그 희망은 무언의 압박감으로 느껴진다. 이 많은 걸 언제 다해....
나도 만점이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베이스가 있어서 재미있게 공부하고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수험서 자체가 매번, 매일 재미있을 리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사 시험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국사 로드]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꾸역꾸역 공부하는 수험서와 달리, 한국사를 일반인의 눈으로, 기행문의 형식을 통해 풀어놓은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고조선 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각 시대에 해당하는 유적지를 몸소 다니며 그 유적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나 소감까지 덧붙여 한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경기 연천 전곡리. 구석기 시대의 유물 유적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국사 시험공부를 시작하면 맨 먼저 공부하는 것이 선서 시대 파트일 것이다. 수험서로 공부하게 되면 구석기 유적지로서 '경기 연천 전곡리'는 짤막한 한 토막 단어로 그냥 지나가게 된다. 나는 이마저도 외우지 않고 그냥 지나갔었다.
[한국사 로드]가 아니었다면 '경기 연천 전곡리'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몰랐을 것이다. 고고학 전공의 보웬이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주둔하며 1978년, 한국인 여자친구와 한탄강 주변을 데이트하다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동아시아 구석기 역사를 다시 쓰게 된 것이다. 그럼 그 이전에 동아시아 구석기 역사는 어땠는지? 서구 학자들은 구석기시대 자신들이 속한 서구는 주먹도끼 문화권, 동아시아는 찍개 문화권으로 구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먹도끼가 찍개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간주되며 이는 서구 문화권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인식이다.
'구석기는 주먹도끼'하고 그냥 넘어갔던 지식을 이렇게 책으로 그 자세한 이야기와 경기 연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됨으로써 그것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한국사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과 그 의미가 먼저임을, 그래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