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의 신기관 - 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손철성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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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신기관]에서 신기관은 논리학을 비유한 말이었다. 베이컨의 책 제목을 기준으로 엄밀하게 나누면 구기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추론 방식의 논리학을, 베이컨 자신의 것은 '새것'이라는 신기관은 귀납적 추론 방식을 따르는 논리학을 일컫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베이컨은 도대체 왜 오랜 시간 내려져온 전통적 방식인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을 부정하고, 귀납법을 내세우는 '신기관'을 주장했을까.

베이컨이 살던 시대는 이제 막 중세로부터 빠져나와 하나씩 크나큰 변화를 맞이하고 인간을 중심으로 나름의 인류사적인 업적을 쌓아가기 시작한 때였다. 르네상스, 신대륙 발견, 종교개혁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인간은 인간활동에 대한 외연 확장은 물론이고,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갖춘 종(種)으로서 인간 능력에 대한 자신과 믿음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아주 먼 옛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자연'에 대해 사람들은 주술, 제사 등 비합리적인 활동으로 자연과 공존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근대에서 사람들은 이전의 비합리적인 활동 대신 관찰과 실험, 계산과 측량으로 자연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가 팽배했던 근대에서 인간 이외의 대상은 곧 기술로 정복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연과 같은 외적 대상에 대한 규칙과 법칙 등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새로운 정보도 주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보다는, 개별적인 것에서 전체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귀납법이 더 유용하다고 베이컨은 보았던 것이다.

그시대는 그렇다 쳐도 근대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되는 오늘날 현대에는, 베이컨이 주창했던 과학기술의 모태가 되는 관찰과 실험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풍부한 재화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이러한 사상을, 사실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환경파괴, 기후 위기 등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근대이래 선배들이 지향하고 유산으로 남긴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그 원인일지도 모른다. 책은 신기관을 소개하면서 베이컨의 사상을 긍정 평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 관점과 기준에서 베이컨의 사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균형 있게 제공하고 있다.

[베이컨의 신기관], 이 작은 사이즈에 내용이 담기면 얼마나 담기겠나... 하고 살짝 의아한 생각으로 책을 받았다. 한국 철학 사상연구회가 기획하고 EBS BOOKS에서 출판하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제목이 '베이컨의 신기관'이어서 [신기관]이라는 책에 대해서만 바로 소개할 줄 알았는데 베이컨이 살았던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서부터 시작해 베이컨의 사상이 갖는 철학사적 위치까지 꼼꼼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넓은 관점으로 베이컨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 같아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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