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왕초보지만 네이티브처럼 - 쉬운 단어로 절대공감하는 표현 TOP 120
유명현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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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상대도 없는데 영어회화 능력을 꾸준히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듣기와 읽기, 쓰기를 좋아해서 그쪽으로 치우치는 편이기도 하다. 내가 회화 공부에 관심을 갖고 가끔가다가 학원을 등록하던 때는 늘 '회사일에 지쳐서 업무 얘기 외에 우리 사는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그야말로 잡담을 하고 싶을 때, 이해관계 없이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였다. 거기에서는 '내 감정'과 '내 얘기'를 재미있게 할 수도 있고, 실수해도 되는, 뭔지 모를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어제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뭘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등.

회화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어떤 엄청나고 거대한 학술적 자료를 읽고 소화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소소한 것에 관심을 두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 대화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충실한 것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 회화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언어로 대화를 나누든지 간에 상대를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는 그 속에는 '감정'의 교환도 있었다. 남의 감정을 읽어내고, 받아들이고, 내 감정을 드러내는 이러한 감정의 교환은 대화를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정리하면, 회화 학습에 있어서 그 시작의 원동력은 '감정'이라는 것이다. 상대가 어제 "피자 먹었어"라고 말하는데, 내가 아무 말 없거나 "그래서?(어쩌라구?)"...라고 하면 회화의 단절이다.(물론 말은 하고 싶은데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피자를 먹었던 그 상황에 내 감정을 집어넣으면 대화의 장은 순간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어떤 피자를 먹었어? 무슨 피자 좋아해? 맛있었겠다! 어제 무슨 날이었어? 누구랑 먹었어? 먹어보니 어땠어? 우리 집 앞에 피자집이 새로 생겼는데! 우리 다음번에 같이 먹자!" 등등....

상대가 '피자를 먹었다'라는 말에 이어 그 말을 들은 사람의 의지에 따라 대화의 양과 질, 색깔은 여러 가지로 진행될 수 있다. 위의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감정'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에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들이다. 회화의 말문 트기는 바로 이러한 '감정에 기인한 쉬운 표현'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상대가 피자를 먹었다는 말에 "맛있었겠다"를 할 수 있으면, 어떻게 하면 영어회화를 잘할 수 있는지 그 반은 몸으로 체득한 셈이다. [영어 왕초보지만 네이티브처럼]에서 유명한 저자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초보 회화책, 기초영어 책, 왕초보 영어책'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름의 책들은 결코 왕초보가 입을 떼는 동기를 가져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출판사의 전략에 책을 사는 순간 '호구의 현실'을 '위안의 감정'으로 바꾸어줄 뿐...

언어 그 자체는 중립적일지 몰라도, 표현에는 영어권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과 역사, 그들의 감수성이 녹아들어있다. 영어 말문 트기는 상대의 말에 '감정'을 오픈하고, 표현에 들어있는 '감정'을 이해하며, 그것을 확장해 나갈 때 재미와 지속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착안에 DAY120까지 날마다의 표현을 제시하고 그것을 네이티브처럼 활용하는 법, 그 표현과 관련된 문화적, 역사적 설명을 덧붙인다. 내용의 양이 표현마다 들쑥날쑥하지 않고 표현 익히기를 양 페이지에 걸쳐 깔끔하게 끝낼 수 있으니 책의 실용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책은 출퇴근용으로 지하철에서 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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