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인간의 길]
- 재밌고 유익하게 읽는 사마천의 문장들 -
지난번 [사마천 다이어리 북 366]에 나와있던 사마천의 생애를 접하면서 이름만 알고 있었던 사마천의 저술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 피어난 그의 작품은 과연 어떤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지금은 바빠서 사마천의 [사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그의 문장을 토막토막 모아놓은 [인간의 길]을 읽어보기로 했다.
사마천은 아주 먼 그 옛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과 책이 오늘날까지 계속 읽히는 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그의 문장과 글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저마다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다양해도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삶의 본질은 불변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천의 문장은 바로 그러한 가치를 글안에 품고 있다.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흐르는 인생대로 그것에 휩쓸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회의도 그렇고, 권태도 그렇다. 딱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죽음을 향해 뛰어가는 유한한 시간을 감지할 때도 그렇다. 간혹가다 빠져드는 늪에서 나를 살린 건 언제나 책, 좋은 책, 좋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인간의 길]은 사기에 등장하는 고사성어와 명언을 모아놓은 책이다. 성어와 명언에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가 실려있고, 그 에피소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 가령 저자는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진나라 때 진승과 오광의 반란 스토리를 소개한다. 사자성어 '게간위기(揭竿爲旗, 장대를 높이 세워 깃대로 삼다)'는 바로 이들의 반란 스토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책 본문에 이 구절에 눈에 띈다.
燕雀安知鴻鵠之志(연작안지홍곡지지)
- "참새나 제비 같은 조무래기 새들이 기러기나 백조 같은 큰 새의 뜻을 어찌 알리오." -
반란을 일으키기 전 머슴이었던 진승이 다른 머슴들에게, 만약 부귀하게 되면 우리 서로를 잊지 말자고 하니, 이 말을 들은 다른 머슴들이 머슴 주제에 부귀는 무슨 부귀냐며 진승에게 핀잔을 주자, 진승이 '연작안지홍곡지지'라고 말하였다. 세상과 다른 이들의 기준과 편견이 진정한 나의 생각을 몰라준다 해도 내 갈 길 가겠다는 짐승의 굳은 신념이 전해진다.
세상 소리에 휘둘리는 진승이었다면 다른 머슴들의 핀잔에 주눅 들었을 것이고, 반란 같은 건 꿈도 못 꿨을 거란 상상을 해본다. 진나라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오늘이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삶의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