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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뇌 과학의 모든 역사]
- 뇌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
내가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하고 주변적인 철학사적 지식 때문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데카르트의 철학 이야기를 접했을 때였다. 이 명제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정신(사유)과 물체(육체)를 각각의 실체로 규정한 그의 이원론에서 서로 독립적인 이것들은 이 두 실체를 모두 갖고 있는 인간에게서 과연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송과선이라는 것이 있어 이 두 실체가 여기서 상호작용을 한다나?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송과선 이론은 데카르트 철학에 있어서 맹점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 부분을 접할 당시 송과선에 관한 주장이 맞는지 궁금했고, 데카르트 이후 거의 약 5~6백 년이 지난 오늘, 더 이상 철학만의 주제가 될 수 없는 '뇌'에 대해서 그것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알고 싶었고, 예전보다는 더 정교해진 과학을 바탕으로 발전한 뇌연구를 통해서 철학이 어디까지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 그 한계와 가능성도 좀 보고 싶었다.
수학자, 철학자로서 유명한 데카르트가 뇌까지 해부한 나름 해부학자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영혼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만 존재하고, 인간만이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이점을 인간과 동물의 크나큰 차이로 보았다. 동물과 달리 인간이 이성적 활동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뇌 기저에 콩알만 한 송과선이 있기 때문이고, 이 송과선에서 또한 육체와 영혼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았다. 인간의 뇌 기저에만 송과선이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이 알려지자마자 당대 혹은 그 이후 해부학자들은 송과선이 인간만이 아닌, 척추동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구조물임을 밝혀내게 된다. (또한 오늘날 백과사전에 알려져 있는 것처럼 내분비기관으로서 송과선의 역할은 데카르트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송과선 주장은 없었던 일로...)
사소한 의문이었지만, 그 의문 이후로 뇌의 연구 발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 책이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이 책 기술의 특이점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뇌'라고 하는 대상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각각의 시대마다 뇌를 둘러싼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8세기에 전기를 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뇌에 대한 관심은 전기, 감각적 자극과 결합된다. 근대에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신체인 뇌를 기계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뇌를 둘러싼 연구의 화두는 기능, 진화, 억제, 뉴런, 제어였다. 뇌과학은 신경계와 인간의 뇌를 흉내 낸 기계들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마음의 문제가 남아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계는 인간의 뇌 어디까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의식, 즉 마음은 뇌에 종속적인 것일까, 독립적인 것일까. 뇌가 나뉘면 마음도 분리될까. 뇌와 마음의 경계를 가를 수 있을까. 오늘날의 뇌과학은 딥러닝 네트워크, 휴먼 브레인 등 이제 인간의 '의식'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춘 과학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