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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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그림과 함께 보니 더욱 재밌습니다 -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기까지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지 약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왜 나는 달러가 날 때부터 기축통화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을까.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어느 한편에서 이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나치 독일군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고전하던 유럽은 카이로 회담에서 미국의 참전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1944년 6월 6일에 있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다. 전쟁은 미국과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1944년 미국에서 브레튼우즈회의가 열리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게 단순히 '승리' 이 두 글자만을 갖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승리하고 끝. 그것이 아니라 국제정세가 바뀐다는 것을 글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44개국이 참가했다고 하는 이 '브레튼우즈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 안건들이 상정되었다. 통화가치인정, 무역 진흥, 개발도상국 지원을 목적으로 한 환율 안정 등. 국제부흥개발은행과 우리나라도 한때 도움을 받았던 국제통화기금(MF)도 이때 설립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책을 통해 이때, 이 자리에서 이뤄졌던 회의, 테이블 위에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 미국의 도움을 받은 유럽 이때부터 돈을 중심으로 한 힘의 관계가 재편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국은 이 회의에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는 '금환본위제'를 요구하였다. 오늘날 유지되고 있는 기축통화의 모습은 바로 이때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곧 금융질서를 미국을 중심으로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그러한 질서 속에 살고 있다.

흑사병으로 읽는 전염병과 부의 메커니즘

전염병과 기후변화는 함께 이루어지는 것일까. 흑사병에 관한 이야기에 기후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오늘날의 전염병과 이상기후를 생각해 본다면 '과거'는 현재의 거울인 건가.

13세기에 지구 전체에 '소빙하기'가 찾아왔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축에게 먹일) 목초를 찾아 유목생활을 하던 몽골인들은 이러한 기후변화로 목초 지대가 줄고 땅이 메마르자 유럽을 정복하기로 한다.

흑사병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예전에 어느 책에서는 흑사병이 중앙아시아에서 생겨나 몽골제국의 이동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 확산되었다고 본 것 같은데, 이책으로만 보자면 흑사병은 유럽에서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읽힌다. 이것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게 된 것은 몽골군이 유럽인과의 전투에서 흑사병에 걸려죽은 시체를 투석기를 이용해 성안으로 마구 던졌는데, 이 전염병은 이후 부패한 시체를 타고 유럽 전역을 강타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 시대 흑사병에 상황에 관한 묘사를 보면 길거리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사망자 수에 턱없이 부족한 관마다 죽은 사람을 마구 구겨 넣었다 하니 실로 심각했을 것이다.

유목생활에서 실크로드를 개척해 유럽에 닿은 몽골제국은 이후 상업무역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뭐, 이것이 단시간에 이렇게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얇은 책에 깊지 않은 스토리를 싣다 보니 중간 내용은 알아서 짐작한다.

몽골제국 시대 쿠빌라이 칸이 세계 최초로 불환지폐를 발행했다고 하는 사실이 놀랍다. 불환지폐가 유통되던 당시 마르코 폴로도 쿠빌라이 칸을 만났다고 하는데, "지폐가 망가지면 수수료를 떼고 새 지폐로 교환해 주거나, 급하게 금과 은이 필요하면 조폐창 가서 바꾸면 되고, 또한 군대는 이 지폐로 군향미를 받았다"라고 기록했다.

상업무역 중시, 상인들 보호, 입국 수수료 납부 시 외국 상인에 대한 무관세, 강도나 사기를 당하면 배상 책임 등으로 몽골제국의 신용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은괴 대신 지폐 사용이 점차 활발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본주의가 유럽으로 전해져 베니스에서 은행이 탄생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새삼 다시 보는 몽골에 관한 역사 이야기였다.

흑사병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를 많이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졸부. 헤아릴 수 없는 사망자 수만큼이나 자연스럽게, 혹은 다중으로 상속받은 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겉모습 치장에 열과 성을 다했다고 하는 졸부의 모습으로서 책 한 페이지에 <중세 시대 부자의 식사 모습>(연도 미상, 작자 미상)이라고 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니 이 책의 매력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돈의 역사가 아니다,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다.

흑사병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가자, 노동력도 부족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농민의 지위가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말해 흑사병이 농민의 지위를 향상시킨 것이다.

진짜 의사들은 죽을까 봐 두려워 환자들을 치료하러 다니기 꺼려 했다. 흑사병이 만연한 때에 극성을 부린 건 가짜 의사, 돌팔이들이었다. 71페이지에 <로마의 부리 의사>(파올 퓌르스트, 1656)라는 그림을 보여준다. 저승사자 복장에, 검은 모자, 부리가 심하게 튀어나온 새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것이 오늘날로 따지면, 그 당시의 방호복이라고 한다. 혹시나 호흡기로 균이 들어갈까 부리 쪽으로 깊게 향신료를 집어넣은 듯하다.

이러한 가짜 의사 말고도 일반 사람들에게도 흑사병 방어를 위해 향신료는 필수였다. 향신료 외에도 공기 정화를 위해 향수를 사용하고 꽃과 허브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며 오물로 물이 오염되자 와인과 뱅쇼가 탄생했다.

이 책은 돈이 돌고도는 역사적 사건과 산업을 추적하며 다른 각도에서 유럽의 경제사를 들여다 볼수 있게 한다. 돈의 역사를 보았지만, 돈의 역사는 곧 인간의 욕망의 역사라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돈과 부에 대한 욕망은 광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관련된 많은 그림들이 실려있다. 글만 읽었으면 많이 지루했을 텐데 이야기가 진행되며 곳곳에 보여주는 그림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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