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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뭔데 이렇게 쉬워? ㅣ 리듬문고 청소년 인문교양 6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쇼스 타코 외 그림, 송은애 옮김 / 리듬문고 / 2021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클래식, 뭔데 이렇게 쉬워?]
- 클래식 음악을 안내하는 알찬 미니 백과 사전입니다 -
생각지도 못하게 엄지손톱만한 두께의 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얇은 책에 클래식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다 담겨있다는 점이 신기할 뿐입니다. [클래식 음악, 뭔데 이렇게 쉬워?]는 리듬 문고에서 나온 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도서 중 하나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클래식 기초지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두 번째는 곡 감상법에 관한 이야기, 세 번째는 작곡가와 그 시대를 바탕으로 한 음악사입니다. 음악사는 바로크에서 20세기 근현대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책에서 추천받은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거의 베토벤부터 낭만, 현대 음악만 듣다가 아주 오랜만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었는데 기분이 색다릅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만나보지 못했을 곡입니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필수 교양'이라고 생각하는 지식과 정보를 모두 이 책에 담은 것 같습니다. 클래식 기초지식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정의부터 시작해 악기 종류도 설명하고, 오케스트라 배치, 악기 편성과 곡형식,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배치와 지휘자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오케스트라 배치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미국식 배치와 유럽식 배치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미국식 배치는 지휘자를 앞에 두고 옆순으로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자리합니다. 반면, 유럽식 배치는 제1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2바이올린 순으로 자리합니다. 다시 말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위치 차이인데요. 이제 이 쏠쏠한 지식을 얻었으니, 앞으로 콘서트장이나 영상에서 오케스트라를 보면 어떤 식 배치인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피아노협주곡을 특히나 좋아하는 터라 오케스트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지휘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연주자가 음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기 것만 보면 되는 한정된 부분에 있는 반면, 지휘자는 음악의 전체를 봅니다. 따라서 어떤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이 내는 곡의 완성도나 분위기, 색깔은 그것을 총괄하는 지휘자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지휘자는 어쩌다 생겨난 직업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바로크, 고전 초기 실내악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오케스트라 인원이 20명을 넘지 않아 지휘자가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대개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이 연주와 지휘를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낭만시대에 접어들면서 악기도 많이 발명되고, 작곡가들 또한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진 협주곡을 작곡할 뿐만 아니라 그 다양한 많은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단원들도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솔해야 하는 지휘자의 영역이 그래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런 필요가 지휘자라는 직업을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이 책이 저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것이 지휘자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을 넘어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지휘자들'을 그들의 사진과 함께 작게나마 각자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 등 독일 음악 해석에 뛰어나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자주 공연했다고 하는 푸르트벵글러, 이 분은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그가 남긴 영상을 보면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에 미남으로 유명한,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카라얀(베토벤 교향곡 9번을 봤는데,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엄격한 규율로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고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음악에 뛰어났던 므라빈스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뮤지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자 말러 해석에 뛰어났던 번스타인. 이런 뛰어난 지휘자들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곡 감상법에서는 소소한 팁으로 클래식 음악 듣는 법, 공연장에 가지 않고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도 제공하고 크게는 음악의 요소, 곡의 구조를 설명해 줍니다. 음악이론을 알고 음악을 들으면 그 재미가 더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가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 음악적인 용어는 잘 몰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지고, 어느 부분에서는(특히 화음이 변화할 때) 불안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왜 그런지를 이 책에서 곡의 구조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소나타 형식의 구성'을 보면 소나타는 '제시부-전개부-재현부'로 나누어집니다. 제시 부는 다시 제1주제-제2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제2주제가 불안정함(긴장감)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느낌은 제2주제에서부터 전개부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재현부는 앞에 나온 제시부를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으로 시작해서 안정으로 끝난다고 하네요. 참으로 쏠쏠한 지식입니다. 평소에 느꼈던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의 감정들이 책을 통해 이론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하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작곡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접하는 부분입니다. 작곡가들의 삶은 저마다 다양한데, 어떤 작곡가는 사는 동안 부유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던 반면,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고생하거나 우울한 삶을 보낸 작곡가도 있습니다. 그런 작곡가의 음악을 들으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이런 보물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경외감이 들 정도입니다. 일전에 한번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만, 저는 베토벤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가 들어와 이제 좀 살만하던 시기에 점차 귀가 안 들려 유서까지 남길 정도로 절망 속에서 살았던 그가 끝내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교향곡 9번을 남긴 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함이 듭니다. 귀가 호강하는 음악이라는 선물 말고도 음악가의 삶은 가끔 저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자세를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에 대해 알고 나면 더 깊이 들립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신다면 가급적 내가 듣는 음악의 작곡가와 친해지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의 작곡가 부분에서는 대표적 작곡가의 생애를 보드 게임판처럼 그려놓았는데 시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각 작곡가마다 'OO의 인생 그래프'를 오방형으로 그려놓았는데 그 데이터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역시 가장 좋았던 것은 각 작곡가마다 유명한 곡의 '명반'을 추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명반으로 듣는다'라는 코너로, 작은 박스로 처리해서 음반 표지와 음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리히터(러시아 명 피아니스트)와 카라얀(빈 심포니)의 조합으로 들으라네요. 음반의 표지 사진까지 있으니 인터넷상에서 찾아듣기 쉬울 거 같습니다.
책의 두께에 비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보가 적지 않음에 놀라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필수 교양을 쌓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