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고전 60권 - ‘책알못’들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수업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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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압축 고전 60권]

- 지식과 삶의 지혜를 동시에 -

'압축 고전 60권'이라 해서 고전소설 60여 가지의 줄거리를 요약정리해놓은 책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잘 만났다 싶은 건 고전소설이 아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속독이 불가능한, 저자의 말대로 '독파 불가능한' 사상서 60권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전의 부류에 있는 사상서에 목말라하는 독자 중 한 명인 나에게 부담 없는 분량으로 묶인 [압축 고전 60권]은 언제, 어디서나 고전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선, 손에 잡히는 이 한 권에 60권을 담았다고 하는 사실이 놀랍다. 60권의 사상서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편의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고전을 굳이 쓰인 시대순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 고전을 찾는가. 전공적 지식이 필요해 특정 고전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지금 내가 처한 삶과 관련하여 고전을 찾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반 독자들을 배려해 고전 60권을 삶과 관련된 친숙한 카테고리로 이름 지어 묶어놓았다.

고대/예지 편, 사고/이성 편, 인생/고뇌 편, 정치/사회 편, 경제/생활 편, 심리/언어 편, 사상/현대 편, 일본 편(저자가 일본인이기에 따로 마련된 부분인 것 같다)

이 60가지 고전의 바다 중 어디로 먼저 향하고 싶은가. 한 부분을 선정해 이 책의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고전의 첫 페이지마다 ☆☆☆☆☆로 책의 난이도를 표시해놓은 센스가 눈에 띈다. 이것은 고전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정도의 표시가 아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 일종의 고전에 대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책의 난이도 표기와 더불어 '이 책의 배경'과 고전의 저자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해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라는 고전을 가지고 저자가 이 책에서 어떻게 귀결시키는지 한번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연구하는 것은 모든 것의 '존재', 즉 존재의 보편적 개념이다. 그는 존재의 형식을 10가지로 분류한다.(이것을 '존재의 범주'라 한다.)

이 사람은 소크라테스다(실체), 토끼는 하얗다(질), 무게는 200g이다(양), 나의 부모(관계), 선반에 놓여있다(장소), 어제 보았다.(시간), 서 있다(상태), 책을 갖고 있다(소유), 달리다(능동), 파괴당하다(수동)

가령, '소크라테스'는 개별사물이자 실체에 해당한다. 실체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존재 형식이다. 누가 소크라테스를 쪼갤 수 있는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실체지만, 이러한 실체는 다양한 성질을 지닐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서있다, 소크라테스가 앉아있다'등.

'서 있다', '앉아있다'와 같이 여러 가지 범주를 나타내는 술어를 통해 실체의 다양한 성질을 나타낼 수 있다. 앉아있든, 서있든, 누워있든 '소크라테스'는 그 자체 변함이 없다 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두고 '실체는 동일성을 유지한다'라고 본다.

"세계는 질료가 형상을 실현하고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옮겨가는 일련의 원운동을 따라 생장한다"(p.27)

실체 = 존재하는 개별 사물은 '형상'과 '질료'로 구성되어 있다. 형상은 '목적'을 결정하는 요인이고, 질료는 형상에 따라 한정되거나 형상을 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전'과 '조각상'은 '동'이라는 같은 질료(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그것들의 형상(형태)은 서로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형상은 또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다.

이처럼 형상과 질료로 이루어져 있는 모든 개별 사물에는 그 안에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상 자체는 목적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위에도 모두 목적이 있다. 산책은 건강을 위해, 건강은 일하기 위해, 일은 월급을 받기 위해, 월급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 (p.28) 이러한 '목적'에 대한 물음은 무한히 수행될 수 없다(무한 소급은 결국 회의주의에 이르기 마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목적의 끝에 궁극적 목적이 되는 존재, 즉 '부동의 (원)동자(Unmoved Mover)'를 설정해놓았다. 이것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보았던 것이다.

개별 사물로서 다른 만물들이 형상과 질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이 '부동의 (원)동자'는 질료 없는 오직 순수한 형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다른 만물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지만, 그 자신은 변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존재라 하여 '부동의 (원)동자'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으로부터 지금의 삶의 지점과 만나는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는 '고전이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부분을 통해 앞서 소개한 고전을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를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일이 하나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매사에 '상황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그 목적은 뭘까?'하고 질문을 던지면 실마리가 보인다."

p.29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가 우리에게 고전을 이끄는 방식은 이러했다. [압축 고전 60권]은 어떤 특정 고전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쉽고, 임팩트 있게 전한다. 설명에 관련된 재미난 그림도 뒤따른다. 그리고 소개된 고전 중에 기억해 둘 만한 개념을 가지고 그것을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지를 권한다. 고전이 '읽는 현재'와 연결되는 지점을 체험하게 한다. 이 작은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사상가들의 무한한 세계를 경험하고, 나의 '현재'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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