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표현 사전 - 모든 영어 숙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앤드루 톰슨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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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

- 숙어, 이제 외우지 마세요, 그냥 읽기만 하세요 -

옛날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옛날이야기는 재미있어 귀에 쏙쏙 박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고, 이건 전혀 다른 얘기지만 어떤 긴 숙어들은 정말이지 머리에 밀어 넣어도 들어가질 않는다. 머릿속에 좀처럼 넣기 힘든 숙어를 이야기로 재밌게 버무려 낸 것이 바로 이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이다.

단어를 문맥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쓰임을 한결 더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숙어도 그것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접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우리의 뇌는 단어와 같은 단편적 정보보다는 인과관계가 있고 맥락이 있는 스토리에 강하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은 영어권 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400가지의 표현을 담아 그 표현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 즉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선, 책 한 권 전체를 후다닥 넘겨보니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숙어들도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 표현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는 배운 바 없다. 그저 겸손하게 열심히 죽어라 쓰면서 외웠을 뿐... (우리 다시는 그러지 말자)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에서 400가지의 표현은 다시 14개의 범주로 나누어 소개된다. 그중엔 바다 세계, 동물, 자연과 같은 그야말로 자연환경과 관계된 것도 있고, 표현이 탄생하게 된 그 당시의 문화와 사회를 반영하는 노동, 교역, 돈, 정치, 음식에 관한 표현들, 인물, 성서 시대, 군대 등 다양한 범주 속에서 유래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In the bag

해석하는데 딱히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이 길지 않은 숙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방 안에' 말고도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공이나 당선 등이) 확실한'이다. 매번 이것을 '가방 안에'라고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표현이 유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표현에 관해 여러 기원설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설은 영국 의회와 관련해서이다. 영국 하원 의원의 연설 좌석 뒤에는 벨벳으로 만든 가방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하원 의원 앞으로 상정된 진정서 중에 성공적으로 처리된 것은 그 벨벳 가방 안에 넣었다고 하니, In the bag은 후에 '성공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In the bag에 관련된 유래를 풀어놓고, 페이지 하단에서 그 표현이 쓰인 예문을 제시해 준다. 즉, 이 표현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With only ten minutes to go,

the lead was twenty-five points so the game was in the bag.

경기가 끝날 시간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두팀이 25점을 앞서고 있어 승리가 확실했다.

우리는 그동안 단어와 표현, 그것이 지닌 의미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암기만 줄곧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영어를 말하는 데 기원까지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어일수록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각 표현마다 부담되지 않는 양의 재미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는 영어권 나라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 굳이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새 저절로 암기되어 있는 표현,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은 이 세 가지를 읽는 사람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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