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놓았다. 1. 철학자를 만든 철학자, 2. 근대사상을 만든 철학자, 3. 근대사상을 뒤흔든 철학자, 4. 현대 사상을 이끈 철학자, 이렇게 4개의 카테고리 안에 32인의 철학자를 나누어놓았다. 숫자를 뺀 시대적 구분일 뿐 다시 말하면 '고대, 근대, 현대'를 말한다. 근대는 세밀하게 다시 2부분으로 나누어놓은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체계와 반세계'를 이르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쉽다고 할 정도로 정말 쉽나? - 내가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알게 된 것>
개인적인 독서계획에 따라 플라톤 독서를 다 마쳤다. 바쁜 일정으로 올겨울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을 읽어나갈 예정인데, 지금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내가 얼마나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이 책으로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아리스토텔레스 부분을 읽어보았다. 철학사 독서를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철학사는 한편으로는 철학자들의 논쟁사(史)라는 것이다. 앞에 아무개의 이론을 모르고서 후대 누군가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다. 논쟁과 반박은 시대사 앞뒤를 다 알아야 이해가 수월하고 읽는 재미도 있기에 가능하면 시간적 순서로 읽는 것을 권한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이렇게 3대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이어받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스승인 플라톤의 사상을 계승하지 않고 부정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롭다. 계승도 멋지지만, 부정과 반박도 멋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게 있어 반대한 것은 플라톤의 가장 유명한 '이데아론'이었다. 감각 세계,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의 존재근거로 본 이데아는 다시 말하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본질'이 된다. 플라톤은 이러한 관점으로 세계를 봤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세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를 부정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본질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각각의 사물'에 내재해있다고 보았다.
정리하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이데아=사물의 본질= 형상 = 에이도스가 되고, 이것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각각의 사물에 있다. 엄밀히 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 반대한 것은 이데아가 아닌 이데아가 모여있는 이데아 세계였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를 '저 먼 곳'에서부터 내가 사는 곳으로, 즉 '현실적으로' 옮겨왔다고나 할까.
책에 따르면 형상은 형태와 같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눈에 보이기 위해서는 이 사물이 소재를 뒤집어쓰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눈에 형태로 잡히는 것이다. 소재=질료=후레는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따라서 사물이 생기는 순서를 짚어보면 질료가 우선이고, 형상이 나중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물의 상태를 구분해놓은 점도 흥미롭다. 사물의 상태에는 '가능태'와 '현실태'라는 것이 있다.
가능태(디나미스) - 질료가 형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때
현실태(에네르게이아) - 현실에서 형상이 된 상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렇게 구분해 놓은 사물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좋은 예로서는 '씨앗'이 있다. 씨앗(질료)은 나무가 될 수 있는 '가능태'를 지니고 있다. 이 씨앗이 나무라는 형상이 된 상태에 이르게 되면 '현실태'가 된다. 다시 나무는 책상이 될 가능태를 지니기도 한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의 생성과 변화'이다. 그의 스승,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애초에 정해져있던' 정적인 것이었던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동적이며, 현실 세계에 좀 더 가까운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 책]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이해한 내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기본적 지식 없이 읽었는데 이해하기 수월한 느낌이었다. 또한 곳곳에 도식으로 설명한 그림이 있어 이론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활용할까?>
철학을 접하는 데 있어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봐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욕심 있는 사람은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삼아 각 철학자들의 주요한 대표작을 찾아서 한 권씩 섭렵해 봐도 좋을 거 같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철학자, 32인의 주요 사상을 이 한 권의 책에 담고 있어 알차다. 철학의 세계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 책으로 시작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