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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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포르투갈에 물들다]

- 포르투갈, 내 마음에 한걸음 더 가까이 -

포르투갈 하면 맨유 등번호 7번 호날두의 나라, 한때 식민지 개척을 주도했던 포르투갈 제국이 떠오른다. 스페인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그 옆의 포르투갈을 들러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집어 든 이 책은 포르투갈의 매력을 정말 넘치도록 보여준다. 본 서평은 책에 실린 내용을 단순히 열거하기보다는 저자가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에 실린 내용은 당연히 포르투갈에 대한 내용일 테고, 나는 포르투갈에 대한 내용보다는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콘셉트에 더 감명을 받았으니 말이다.


1. 생생한 간접 체험을 이끄는 '나'(저자)의 이야기

이 책은 저자의 포르투갈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감정을 배설하는 지극히 사적인 문장이 아니라, 저 먼 포르투갈 한가운데 '지금, 여기'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15년 만에 다시 포르투갈에 왔다. 두 번째 세계 일주를 하던 중 리스본에서 잠시 멈췄고 한 달간 지낼 집을 구한 뒤에 어학원에서 포르투갈어를 배웠다. 리스본 시내 중심에 있는 학원을 오가며 걸었던 거리 풍경, 촘촘히 붙은 건물을 가득 메운 낡은 창문들, 자주 들르던 과일가게, 아침 8시면 어김없이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내놓던 모퉁이 빵집, 알파마 지구의 좁은 골목길에서 흘러나오던 누군가의 기타 연주,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푸니쿨라를 보며 신기해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p.6)

나의 시선이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가는데 마치 그곳에 막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제 설레임을 안고 저자를 따라 포르투갈 여행을 시작한다.

2. 곳곳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진과 자료의 방대함

여행 에세이에서 '나'의 이야기는 당연한 요소다. 그러나 책에 사진과 자료의 삽입, 그 숫자는 당연하지 않다. 이는 여행 에세이에서 천차만별인데, 내가 이 책에 감동받은 요소 중 하나는 독자에게 풍부한 사진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양으로 승부하면 '좋은' 여행 에세이가 될 수 있냐. 그것도 아니다. 보는 사람은 안다. 사진을 형식적으로 집어넣은 것인지, 아닌지를. 책에 실린 사진과 자료들은 책 페이지마다 끊임없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으로 보자면, 어디 하나 버릴 데 없이 정말 잘 찍은 사진들이 곳곳에 실려있다. 선명한 색감, 멋진 각도의 사진들이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이고, 그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극대화한다. 곳곳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진과 자료의 방대함은 세상에 좋은 책을 내놓기 위한 저자와 출판사의 노력과 그 작업의 세심함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점이 정말 좋았다.

3. 여행의 순간과 함께 맛보는 문학적 글귀 한 점

이 책은 단순히 포르투갈의 경치, 음식, 문화를 전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도시마다 들르는 곳에서 저자는 자신의 감상을 풀어놓기도 하는데, 가끔 저자의 작은 글마다 쉼터와 같은 '문학적 글귀 한 점'이 소개되기도 한다. 나는 포르투갈의 예술가나 문학가, 철학자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가끔 책 단락에 배치된 '문학적 글귀 한 점'들을 통해서 포르투갈의 문인, 예술가를 소개받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저자가 카프카와 비교했던 '페르난도 페소이'를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고, 그의 저서 [불안의 책]에도 관심이 갔다.

4. 역사적 지식

포르투갈의 도시 곳곳을 돌아보는데, 어느 포르투갈의 역사 소책자 못지않은 역사적 지식을 제공한다. 위에서 장점으로 소개한, 포르투갈의 멋진 풍경 사진 말고도 역사와 관련된 방대한 사진과 자료가 포르투갈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치 가이드를 두고 역사적 유적지를 돌아보는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정말 유익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리스본 국립 고대 미술관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는 루트로 해서 벨렝 지구, 신트라, 카보 다 호카, 오비두스, 세르타, 나자레, 순례길, 파티마, 아베이루, 코임브라, 포르투, 벨몬트를, 포르투갈 남쪽 도시 알가르브, 리스본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섬 마데이라를 돌아보는 것으로 여행을 마친다. 사진자료가 매우 알차 들르는 도시마다의 매력이 잘 전달된다. 코로나가 끝나면 한 번쯤 다 걸어보고 싶은 곳이고, 그중에 잠시나마 살고 싶었던 곳은 '오비두스'와 '나자레'였다.


이 책은 여행과 인문, 감성과 이해 그 어딘가 사이에서 포르투갈을 소개한다. 그저 여행정보를 나열하는 식의 여행 에세이도 아니고, 인문학적 지식을 과하게 들이미는 역사서도 아니다. 공중에서 줄타기하듯 어느 한곳으로 치우침 없이 포르투갈의 매력을 전하는데 힘쓰는듯하다.

문장은 쓰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기도 하는데, 마침 저자의 '여행'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이것은 저자를 소개하는 책날개에 적혀있는 글이다. 이 책이 나에게 그렇게 특별해 보였던 것은 저자가 책에 녹여낸 여행의 의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의 강렬한 색을 갈망했던 들라크루아처럼,

괴테의 여행기에 매료되어 이탈리아로 떠났던 헤르만 헤세처럼,

스페인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찬양했던 카잔차키스처럼,

삶을 향한 사랑,

낯선 길에 대한 설레임,

선명한 열정,

심미적 인식,

모험,

충동,

호기심이

저자를 포르투갈로 이끌었다.

거위를 타고 세상을 여행하는 어린 소년 닐스와 같은 마음으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포르투갈 곳곳을 3개월간 여행했다.

[포르투갈에 물들다]의 책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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