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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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오늘부터 클래식]

- 클래식, 음악 좀 아는 언니와 잡담하듯 그렇게 알아간다 -

아르헤리치와 미샤 마이스키가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음반을 듣고 있자니, 이쁜 앙상블이라기보다는 다소 전투적이라고나 할까. 주인공 첼로에 절대 뒤지지 않겠다는 피아노의 저항과 발악, 이들은 조화롭다가도 이내 서로 앞을 다투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그들의 콘트라스트는 그렇게 음악 전체를 이끌어간다. 적어도 나에게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콘셉트로서 참으로 흥미롭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음악사도 아니요, 어떤 특정한 작곡가도 아니다. 오직 연주자들에게 향해있다.

이 책 [오늘부터 클래식]의 부제는 '클래식을 모른다는 분들에게'이다. 클래식에 관심 있고, 알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와 같다. 클래식을 접하면서 한 번쯤 궁금해했던, 혹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에 혹한 건 클래식 입문자로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김호정 기자가 연주자들을 만난 이야기와 그 만남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연주자를 만나는 영광, 아무나 가질 수 있나. 생생하게 전해지는 연주자들의 이야기,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솔직히 남들에게 어려운 곡이 나에게는 쉬워요,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쉬운 곡이 나에게는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아르헤리치.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만의 솔직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과 라벨 협주곡, 밤의 가스파르를 즐겨 연주하는 그녀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어려워하다니... 이 대목에서 아르헤리치에 대한 나름의 새로운 정보와 곡의 난이도라는 것이 어쩌면 체감하는 사람의 주관적 기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헤리치가 인터뷰 내내 피워댔을 담배연기의 자욱함이 책을 뚫고 전해지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생생함을 전달하는 인터뷰의 기록은 그래서 재밌다.

스타가 된 대타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랑랑의 대타였다는 것은 이미 들은 바 있었는데, 랑랑도 대타였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랑랑은 앙드레 와츠 대신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며 전 세계 청중을 놀라게 했다는데, 그 연주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내 평소에도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이 랑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계 가장 섭외하고픈 연주자 명단에 드는 그가 부상으로 베를린 필과 공연을 못 하게 되자, 이 자리 4번의 연주 기회를 거머쥔 이가 바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었다. 급한 섭외, 연습이 부족했을 시간, 잘 연주할 기회가 없었던 곡.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라 했던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대타로 시작했지만 스타가 된 그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 필은 이후 조성진에게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냈다.

[오늘부터 클래식]에는 클래식을 접하면서 한 번쯤 궁금했을법한 질문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연주자들을 위해 할애된 파트 외에도 콘서트홀에 관련한 이야기들(특히 책에 소개된 경남 통영 국제 음악당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음악사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음악가들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나는 진짜 클래식을 모르는데 오늘부터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추천한다. 클래식 좀 아는 언니와 잡담하듯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 클래식이라는 걸 이 책이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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