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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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지리 기술 제도]

- 세계화로 배우는 세계화의 모든 것 -

예전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세계화'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그때 기준으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 그리고 전통문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주 어렸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리 기술 제도]의 정의에 따르면, 역사를 통틀어볼 때 세계화는 이미 7번이나 이루어졌고, 그것은 '선택'의 개념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물결과도 같은 것이었다. 전염병도 세계화의 결과이라면 우린 이미 그 세계화를 체감하고 있지 않은가.

[지리 기술 제도]의 화두는 '세계화'이다. 지리, 기술, 제도라는 틀을 가지고 과거 역사에서 일어났던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세계화에 대해 면밀히 분석을 해 나간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는 총 7번의 세계화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기마 시대, 고전시대, 해양시대, 산업시대, 디지털 시대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구분한 시대를 '역사를 바꾼 일곱 번의 세계화'라고 부른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다는 것일까.

구석기 시대가 역사를 바꾼 것은 현생인류의 전파에 있다. 오늘날 인류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호모사피엔스 중 일부는 그들이 본래 지녔던 도구, 노하우, 신생 문화를 가지고 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러한 집단의 이동은 오늘날의 인류가 세계 곳곳에 퍼지는 결과를 낳았다.

신석기시대에는 농업기술이 발달하여 인류가 정착을 하게 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수렵채집을 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한 곳에 정착을 하며 농사를 짓고 마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마을 사이의 정치적 행위와 교역이 이루어진다.

기마 시대는 이동 수단의 획기적인 발전단계에 속한다. 사람들은 이제 말을 길들이고, 그것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운송은 물론이고, 의사소통과 군사적 목적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말은 곧 중앙권력 혹은 공공행정의 강제력이 폭넓게 미치는데 기여하였다.

제국 시대의 특이점은 대규모 영토를 소유한 제국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정치, 철학과 같은 사회의 윤곽을 형성하는 정신적 이념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시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해양시대에는 글로벌 제국 시대로서 제국들이 저마다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 식민지를 건설, 해양 국제 교역을 활발히 이룬 시기이다. 교역을 위한 다국적 기업의 탄생으로 이 시기에는 거대한 규모의 무역과 수백만 인구의 이동이 이루어졌다.

산업시대는 영국에서 시작하였지만 그곳에서 꽃피운 대량생산기술은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늘날을 일컫는 말로써 디지털 시대는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시대이다. 지금의 이 시대에서 상호 연결성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를 촘촘하게 엮고 있다.

저자 제프리 삭스가 진단하는 바에 따르면 세계화는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가 지닌 세계화의 속도는 처음 구석기시대에서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때까지 그리고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진입하기까지의 세계화 속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세계화의 속도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7번의 세계화는 그냥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화마다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지리, 기술, 제도'라는 이 세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저자가 강조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기후, 생물 다양성, 지형, 질병부담, 광물 매장량 등이 지리 요소에 속하고, 농업, 광업, 산업, 교육, 과학, 군사 등이 기술적 요소에 속하며, 문화, 법률, 정치가 제도적 요소에 속한다. 다른 오래된 역사(의 세계화)는 몰라도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 세계화가 이 세 가지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세계화와 더불어 이 세 가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세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우리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구촌 저 편 어딘가에 얼굴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2009년 월가에서 재채기를 하자, 전 세계의 경제가 요동쳤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코로나,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지구상에 누가 있을까. 싫은 좋든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하나가 되어있었고, 디지털이라는 매개를 통한 그 속도와 영향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저자의 의도에 따라, 우리가 '지리 기술 제도'라는 요인을 가지고 '세계화'를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처한 시대에 있다. 안타깝게도 전염병이 또 한 번의 세계화를 만들어 냈다. 전염병으로부터 자국을 지켜내기 위해 벌이는 백신 전쟁은 치열하다. 부자 나라는 부스터 샷까지를 고려하고 있고, 가난한 나라는 1회 접종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유가 되는 우리만 백신을 맞아서 끝날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과거, 전 세계 에이즈 퇴치를 위해 각국과 많은 사람들은 세계보건기구라는 제도, 에이즈 치료 약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며 서로를 도왔다. 자국의 이익은 나만 구하지만, 공동의 이익은 우리를 구하기에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한 것이다.

불은 마른 곳을 찾아가 붙고, 물은 땅이 기울고 움푹 패인 곳을 찾아 흘러내린다. 그 불과 물의 해(害)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구 반대편의 산불과 홍수는 우리에게 식량문제로 돌아온다. 이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권한인 지리, 기술, 제도로서 땅이 평평하고 고른지 수시로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다 같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세계화를 만들고 지켜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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