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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 고전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
사람마다 책을 찾는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을진데, 다양한 이유들일지라도 그것을 한데 묶어놓으면 어쨌든 내 '삶을 위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인생에서 허우적거릴 때, 내가 내 삶을 잘 살고 있는지,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없었는지, 이럴 때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때' 찾아보고 무엇인가 발견한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참으로 반갑다. 대개 고전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사업 일선에 있는 저자가 틈틈이 꾸준한 독서를 통해 남긴 기록을 묶은 글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처럼 저자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던 고전 28편에 대한 인상 깊었던 내용과 그 내용에 관련한 자기 나름의 느낀 점, 깨달음을 적고 있다. 그 28편의 고전은 자아, 여행, 독서, 예술에서부터 지혜, 기다림, 운, 우정, 관계에 이르기까지 총 28개의 키워드로 분류되어 있다.
책에 실린 고전 중 사실 나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내용이다. 약 이십 년 전에 이 작품을 책으로도 보고, 연극으로도 봤을 때 나는 그저 부조리극이라는 프레임으로만 작품을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회상해 볼 수 있었는데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타인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같은 독서모임에 참여해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이었다.
독자, 관객 입장에서 고도가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사람인지 사물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되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기다림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동시에, 불편함을 야기하는 장치와도 같다. 끝이 없는 기다림 속에 놓인 인간의 존재는 한낱 바람에 휘날리는 깃털처럼 가볍다. 고도가 언제 올까 전전긍긍하며 기다리는 두 인물의 모습은 그러한 깃털을 연상시킨다. 아무도 고도에 대해서 모르고, 그러한 고도가 도래하지 않은 삶, 그러한 삶에 내던져진 인간존재의 부조리함, 나는 그 사실만 바라봤던 것 같다. 저자만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기다림을, 그것도 막연한 기다림을 인간의 삶 그 자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으로 본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우리 인생은 무수한 기다림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은가. 그 기다림이 어떤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작품 속 한 대목이 있다. "내일 목을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이야" 기다림은 기다리는 존재를 파괴하고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 곁에서 우리네 삶을 받쳐줄 수 있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마지막 단락에서 '기다릴 줄 아는 지혜'라 적고 있다.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고도 자체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작품의 창작 배경이 되었던 '전쟁 없는 새로운 시대'일 수도 있고, 자신이 믿는 '신'일 수도 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소망하고 실현되길 바라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 두 사람의 상황처럼, 우리의 '고도'도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우리네 삶이 한낱 바람에 나부끼는 깃털같이 보일지라도, 우리는 '고도'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덧없다 해도 기다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구하게 되는 '기다릴 줄 아는 지혜'는 인간의 마음속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