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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명승 - 이야기로 풀어낸 중국의 명소들
김명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1년 8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중화 명승]
- 이야기로 떠나는 중국 명소 여행 -
무척이나 읽고 싶은 책이었다. 여행하고 싶은 욕구로 읽고 싶기도 했지만, 역사와 인문학적 관점으로 도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 원했다. 단지 먹으러만 가는 여행이 아닌, 도시를 통해 역사와 인문을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렇게 책에서 봤으니, '실제로 가볼 수 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하는 아쉬움섞인 희망을 가져본다. 오늘은 [중화 명승]에 실린 곳 중 한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언젠가 한번 식당에서 마라탕을 시키면서 꿔바로우를 같이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탕수육과 맛이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음식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좋은 인상을 받았던 이 음식은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콕 집어 하얼빈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꿔바로우와 안중근만 떠올렸던 하얼빈이었는데,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이 사랑했을 만큼 국제적이고 이국적인 정서의 도시였다고 한다.
원래 자그마한 어촌마을이었던 하얼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 일본 등 각국 열강의 침략으로 곳곳에 철도가 놓이면서 국제도시로 발돋움한 곳이었다. 동북지방의 주요 노선이 하얼빈을 통했다. 전쟁, 거주 목적으로 많은 물자가 하얼빈으로 들어왔고, 이곳은 다시 무역거래의 장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인, 일본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영사관이 자리했고, 유대인까지 이곳에 와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국제도시의 면모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유럽을 동경했다고 하는 '모던보이' 이효석은 하얼빈의 이국적인 모습에 반한듯하다. 그러나 하얼빈과 관련한 우리의 근대사가 말해주듯 하얼빈은 마냥 활기 넘치는 그런 도시만은 아니었다.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모데른 호텔'에 묶으면서 이효석은 곳곳에 암울한 시대가 드리워진 거리를 내려다봤을 것이다. 그래서 하얼빈은 애수의 도시이기도 했다.
[중화 명승]을 위해 21명의 국내 중국 소설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책은 입말의 재치가 넘치는 스물한 명의 저자가 이야기꾼이 되어 각각의 시점으로 중화 명승 20곳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맥주로 유명한 칭다오에서도 유럽식 건축물이 즐비한 팔대관, 이민자들이 모여 살았다고 하는 푸젠의 토루, 측천무후의 얼굴을 새겼다고 전해지는 노사나대불이 있는 뤄양의 용문석굴, 마라 음식과 두보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청두, 당나라 문성공주를 위해 지어졌다는 라싸의 조캉사원 등. 살면서 한 번쯤 가봐도 좋을 곳들을 역사와 인문 이야기를 더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음식으로만 그곳을 지나기엔 뭔지모르게 여행이 너무 가볍다. 역사로만 그곳에 다가가기엔 너무 무겁다. 도시는 역사와 문화, 음식, 인문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응축된 그 자체로서 하나의 보고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다. 책은 도시가 지니는 이러한 기능과 각각의 다양한 매력으로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관광지에 머무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제약이 많은 현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요즘, [중화 명승]은 여행에 허기졌던 마음을 풍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