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에피쿠로스의 정원]
-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 -
이 책을 통해 명상록이라는 장르의 여러 가지 매력을 느끼고 있다. 단점도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우선 남의 명상록을 들여다보는 일이 이리 어려울 줄은 몰랐다. 아나톨 프랑스, 꼭 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명상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지니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니체의 작품 중 잠언 형식도 나에게는 녹녹치 않았으니 말이다.
[에피쿠로스의 정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명상록을 읽기 전에 우선 아나톨 프랑스(1844-1924)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수월할 것이라 생각된다.
1921년 소설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아나톨 프랑스는 사실, 그 영광스러운 이력보다는 '드레퓌스사건'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것이 작가가 더 바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던 드레퓌스사건을 잠시 언급하면 이렇다.
유대계 프랑스 육군 장교였던 드레퓌스(1859-1935)는 독일 측에 군사정보를 팔아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무기 유형에 처해졌다. 그 후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함께 에스테라지라는 자가 진범으로 밝혀지자, 드레퓌스의 재심을 둘러싸고 드레퓌스사건은 그저 하나의 사건에서 거대한 양자(드레퓌스를 옹호하는 드레퓌스파 VS 반드레퓌스파)가 대립하는 정치적 사건으로 그 성격이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즉, 프랑스 사회에서 진보(드레퓌스파), 보수(반드레퓌스파, 재심 반대파)의 대결인 셈이었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다 의문사한 에밀 졸라(1840-1902)의 장례식, 그 자리에서 조사를 맡은 인물이 바로 아나톨 프랑스였다.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정의"
어느나라에서나 그렇겠지만, 혁명은 꿈꾸는 모든 것에 대한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지도 모른다. 프랑스 혁명 이후, 사람들은 구체제 속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부조리와 싸워야 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간첩이 되고, 그렇게 한 인간의 인생을 기나긴 암흑 속에 밀어 넣은 드레퓌스사건 또한 그들이 '사회정의와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야 할 모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와 시간 안에서 자신의 사상을 형성하고 지향했던 저자,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을 담고 있다. 명상록은 곧 그 사람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투영하는 양식이기도 하다. 조각조각 난 그의 기록을 통해서 그가 인생과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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