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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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서재의 마법]

- 독서의 체계화에 대한 이야기 -

이 책은 저자가 3명이다. 김승, 김미란, 이정원. 이 책의 형식은 주로 김미란이라는 사람이 김승의 서재를 방문하면서 새로 알게 되고 발견하고 깨달은 사실들을 대화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책이다. 이런 구성일 줄은 책을 신청하면서 사실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니까 책은 미란이가 P(폴킴=김승)의 서재를 방문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미란 씨도 저자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독자의 시선으로 P 서재를 방문하는듯한 콘셉트를 지닌다. 읽으면서 나도 내내 P의 서재를 방문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의 집 방문할 때, 특히 개인 서재를 들여다볼 때 그 설렘이란... 서재는 곧 그 사람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서재'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강조하는 부분은 다양하다. 우선 독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세세하게는 독서법, 서재의 의미,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독서 철학, 지식 관리, 도서관리 등 서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고, 세밀하고, 촘촘했다.

첫 챕터에서는 P의 서재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의 장점 중에 하나는 스토리를 따라 읽어가면서 중간중간 그에 해당하는 관련 사진과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글로만 읽는 것보다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P 서재에 대한 묘사가 그저 줄글로만 되어있었다면 어쩌면 나는 금방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실려있는 수십 장의 사진을 통해 마치 P의 서재를 간 것처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일반 가정집의 방 하나로 된 서재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하나의 사무실 같은 느낌을 준다. 동네 작은 도서관 정도로 봐도 무방할듯하다. 줄지어 서있는 책꽂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보인다. 이게 개인 서재라니... 나로선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P에게 있어 서재는 곧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다. 전문 등산가들이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영상을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베이스캠프 전경... 서재는 그런 의미의 장소라 했다. 산을 오를 때도 베이스캠프가 그 자체로서 최종 목적은 아니듯이 서재, 그것을 갖추는 것 자체가 독서하는 이의 최종 목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P의 최종 목적, 즉 정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베이스캠프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함께 등장하는 '베이직 라이프'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처음 듣는 개념이었다.

저의 서재는 베이스캠프이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베이스캠프보다 더 위대한 것은 그 공간을 시간으로 채우는 노력입니다. 저는 그것을 '베이직 라이프'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서재의 공간을 채운 근본적인 땀, 눈물, 노력, 기다림 등을 모두 담아내는 것입니다.

p.35

P는 독서 전과 독서 중, 독서 후를 나누어 그 단계를 도식화하면서 삶과의 관계 측면에서 그것을 연결 짓고 있다. 이른바 '독서의 영향력 구간 비유'이다.

구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정상, 베이스캠프, 세상입니다. 정상에서 발견한 것은 '꿈'이고 이것이 베이스캠프를 거치면서 '목표'로 바뀝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면서 그 목표가 '계획'으로 바뀝니다. 현실로 돌아가서는 계획대로 '실천'하고 실천에 대해서는 반드시 '평가'를 거쳐야 '개선'이 됩니다.

p.58

이 말을 통해 나는 저자 김승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촘촘한 독서를 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독서는 단지 기분전환 용일 수도 있지만, 세밀한 과정을 거쳐 지식이나 깨달음, 행위를 산출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스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삶, 그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세한 설명으로 들으니 독서라는 행위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 서평의 부제이기도 한 '체계'는 P의 독서 전반을 나타내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가 지칭한 '깊이 독서'와 '넓이 독서'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넓은 독서란 이 분야, 저 분야를 왔다 갔다 보는 것이 아닌 한 분야를 넓게 보는 독서 과정이다. 가령, 육아, 문학, 경제학, 화학에 관한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육아, 성장발달, 건강하게 키우기, 바르게 키우기, 놀이로 키우기, 육아법 등에 관한 책을 보는 것이다. 양적 독서로서 이 과정에서는 충분한 분량을 읽는 것이 요구되며 비슷한 주제를 연결시켜 폭을 넓히기도 한다. 다른 주제라도 연결 가능성을 모색하며 읽는 것이 바로 넓은 독서에 해당한다.

깊은 독서란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닌, 깊이를 만드는 과정이다. 깊은 독서 이전에 넓은 독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폭넓어진 지식에 대한 깊이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식의 체계, 즉 독서의 체계란 같은 종류의 지식을 그룹 지우고, 그것들 간의 순서를 형성하는 일이다.

P의 독서기록을 담은 무수한 독서 바인더 사진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열망하는 어느 지식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꾸준한 독서도 사실 그리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 방대한 지식을 기록, 정리, 관리한다는 사실에 존경심이 든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독서를 통해 그 거대한 지식체계를 세워 나갈 수 있는 P의 근원적인 힘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삶에 있어 책이 P에게 작용하는 치유와 위로의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는 지식과 독서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한다. 나에게는 참으로 귀감이 되는 사람에 관한 책이었다.

지식의 목적은 '사람'이다

한 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것은 1천 명을 살리는 것과 같습니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은 나라를 살리는 길입니다. 저는 한 명의 학생을 컨설팅하는 일도, 1천 명의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강의하는 일도 함께합니다. 그런데 책을 쓰면 수만 명의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제가 지식을 추구하는 목적입니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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