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홀소에의 <반영>과 하삼의 <비 내리는 자정>
칼홀소에의 <반영>은 편안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자는 이 사진이 실려있는 부분 한켠에 '휘게hygge'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덴마크에서 건너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개념 '휘게'는 만족감, 안락함, 유쾌함, 이완, 감사라는 감정과 마음이 결합된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로서 덴마크의 특성을 나타낸다.
칼홀소에를 비롯하여 앙케르, 일스테드 등 19세기 중후반 덴마크 코펜하겐 화가들은 집안의 따뜻함을 그려내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왜 방안의 안락함, 행복에 집중했던 것일까.
일찍이 바이킹의 후예로 잘 알려진 덴마크는 북해와 스칸디나비아를 장악하며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국가가 전쟁으로 확장하다 17세기 이후 스웨덴, 영국 등 인접 국가와의 잦은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토와 인구의 1/3가량을 빼앗기고, 국가 수입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덴마크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모래땅을 일구고,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영토를 개간하는 등 국토 재건에 성공한 덴마크 사람들은 나라밖에서 경험했던 패배감과 상실감을 내부의 결속을 통한 성취감, 만족감, 행복감으로 바꿔나갔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태도 - 휘게는 덴마크의 그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되고 오늘날까지 지속되어온 것이었다. 제목이 <반영>인 것은 혹시 '휘게의 반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안락함을 자아내는 칼홀소에의 <반영>과 달리 하삼의 <비 내리는 자정>은 다소 서정적이기는 해도 따뜻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밤이어서 그럴까. 아무튼 <반영>을 보다가 <비 내리는 자정>을 보니,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한때의 유행어처럼 "집 밖은 위험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밤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등을 적셔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차가움을... 거기에다 집에 가도 반겨주는 이 하나 없다면... 도시의 삶은 대개 그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