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서배스천 스미 지음,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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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관계의 미술사]

- 보이는 것 그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감상의 맛을 더하다 -


마티스 & 피카소



마티스의 <삶의 기쁨>과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새로운 미술사조는 예술가의 개성이 확고하게 정립되어 자신의 틀을 깰 뿐 아니라, 다른 개성과 맞붙어 고투하며 관습들을 굴복시켜야 태어난다. 직관적 입체주의자이자 '야수들의 야수' 마티스와 상징적 해체주의자이자 '욕망으로 충만한 고양이' 피카소는 근본적인 독창성을 배경으로 치열한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 목차에서 -

두 사람은 서로의 작업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할 정도로 자주 만났다. 공원을 함께 산책하기도했고, 만나면서는 당대작가들과 선배들에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피카소가 마티스보다 12살 아래이고, 피카소의 프랑스어가 서툴기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은 자주 만났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삶의기쁨>은 마티스가 새로운 세계를 완벽히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누군가의 화풍을 모방한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삶의 기쁨>을 보기위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풍성한 색채, 자유분방함, 관능미에 사람들은 압도되었다.

화단의 선두주자로 있던 마티스는 과거 불행했던 동료들을 생각해서 피카소를 일종의 동료애로서 잘 대해주었던 것 같다. 오랜기간 가난했던 인상주의자들, 인정받지 못한 마네, 삶그자체가 불행했던 반고흐, 무명의 세잔등. 그러나 피카소의 입장으로 보자면, 어릴적부터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성장해온 그의 자존감으로서는 마티스와 가깝게 지낸다하더라도 누군가의 추종자가 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피카소도 성공을 바라보며 달렸을 것이다. 위대한 그림을 보여줄수 있느냐가 피카소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마티스의 <삶의 기쁨>과 <푸른누드>를 뛰어넘는, 힘과 충격을 지닌 무엇인가가 피카소에게 필요했다.

마티스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았다.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그 충격이 조금씩 사그러들때쯤 마티스는 피카소의 작품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쉽게 인정할수는 없었겠지만, 마티스가 보기에 피카소는 단순한 후배정도가 아니었다. 대담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하는 기질이 흡사 혁명가와 같았고, 이제는 후배가 아닌 라이벌로 의식해야하는 인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배울것이 많은 동료일수도 있다.

"입체주의는 회화의 공간구성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고. 그 과정에서 현대회화의 새 장을 열었다."(p.214) "한때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의 일원이었던 드랭과 브라크는 이제 피카소 편으로 완전히 돌아섰다."(p.212)

"마티스가 죽은 1954년 이후 피카소는 마티스를 향해 복잡한 헌정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계속 그렸을 뿐 아니라, 마티스가 그린 마티스의 딸 마르그리트의 초상화를 끝까지 자랑스레 자기 집에 걸어두었다. 한때 자신의 친구들이 화살을 던지며 농락했던 바로 그 그림을 말이다."(p.25)

"피카소에게 있어 마티스는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이었을까?"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8명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글을 썼다. 단순히 그들의 일대기를 소개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 짝을 지어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관계'라는 것에 주목해 인물들을 드러내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각의 상대에게 받은 영향으로 인해 인물과 작품에 스며드는 작거나 큰 변화를 독자들 앞에 풀어냈다.

그 '관계'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단어나 문장으로 그 개념을 확실하고 깨끗하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계는 하나의 단일한 그 무엇이 아닌, 여러 요소들이 뒤엉켜 가끔은 융합하고 또 가끔은 배척과 불화를 거쳐 무엇인가는 소거되기도 하는, 항상 살아서 꿈틀거리고 변화하는 생물과 같은 것이었다.

대개 관계는 '매혹'으로 시작해서 그들 사이의 '친밀함'이라는 영역을 형성하는듯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감탄한 비평가의 시선은 이 친밀함이라는 영역에서 '관계의 역학(관계)'를 끄집어냈다고 하는 점이다. '매혹'과 매력이 두 예술가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해도 이 둘은 같은 방향, 같은 움직임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변수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삶의 장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한 사람은 예술적, 사회적으로 전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정체를 거듭했다. 한 사람은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깊은 생각을 거부하고 돌진하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신중하거나 완벽하거나 하는 등의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심리적으로 가로막히기도 했다. 한쪽은 외적 대상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빨간색과 파란색이 만나 보라색이라는, 또 다른 색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 사람은 동료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된다."(p.27) 예술가의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내밀한 경험은 창작은 물론이고, 그가 바라보는 세계와 인생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어느 한 예술가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에 무엇인가 다른 점을 감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로 이것(관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 처음, 무언가 홀린 듯 이끄는 '매혹'과 '매력'이 뒤이어 친밀감을 형성하면 일련의 주요 사건을 계기로 관계의 고리 안에 있는 그들은 결별하거나 배신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다소 흥미로울 수 있는 사건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 추론 가능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도 힘썼다. 이런 재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잘 된 좋은 번역'을 선물해 주신 김강희, 박성혜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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