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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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철학의 대답들]

- 인간이기에 궁금한 것들에 대한 안내서 -

문자로 이루어진 글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설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의 사유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졌음을 스스로 느낄 때 나는 이 순간을 참으로 경이롭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은 그렇게 비일비재하지 않다. 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철학 책을 마주했을 때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선물이라 하겠다.

그래서 철학 책은, 그것이 1차 자료이건 2차 자료이건 간에 언제나 늘 나에게서 도전을 이끌어낸다. 설렁설렁 늘어진 자세로 그냥 읽을 수 없다. 그것이 다루는 주제들이 그렇게 가볍지 않은 만큼, 철학 책은 "행간에 진지하게 임할 사람만 와서 덤벼보라"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살면서 '삶, 인간(자아), 지식(앎), 언어, 예술, 시간, 자유의지, 사랑, 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것들은 철학과, 철학 전공에서 흔히 다뤄지는 주제라 한다. 내가 지금 창창한 20대였다면 아마 나는 가장 먼저 지식과 예술, 시간 등 이런 것에 가장 먼저 눈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죽음'을 가장 먼저 펼쳤다.

'죽음'이라는 것이 '나랑은 아주 먼 얘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생각은 죽음에 대한 사유를 회피하거나 접어두거나 하는 식으로 항상 내 생각밖에 머무르게 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키워드를 달리 생각하게 해준 은인? 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이다.

이 책을 통해 하이데거를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책에 있는 표현을 빌려 잠시 소개하자면 하이데거의 '죽음'에 대한 관점은 이렇다.

'죽음을 향한 존재'

마르틴 하이데거는 죽음을 '진정성 있게'(자신에게 진실 되게) 살라는 동기를 줄 수 있는 기투 가능성으로 간주한다. 자신의 유한성으로 중요한 것에 한계를 설정한다.

p.332

죽음이 존재하는 유한한 삶의 모습은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불사조와 같은 영원한 삶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한 번쯤은 우스갯 얘기로 주고받아봤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죽음'이라는 것이 분명 현재 우리의 생각, 삶에 대한 계획,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자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마냥 이유 없이 회피하고 싶었던 습관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해 좀 더 용기 있게 들여다보는 자세를 지니게 된 것은 철학 책 덕분이었고, 앞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했던 인생의 선배, 하이데거 덕분이었다. 그렇게 사람은 책을 통해 스스로의 지평을 넓혀가고, 성장하는 존재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쉽게 갇힐 수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하고 각 주제들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사유를 시도해 보도록 하는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공자가 보기엔 각주제에 대해서 논의가 그렇게 깊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입문서로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죽음'파트에서 '하이데거'에 대한 부분은 실리지 않았지만 하이데거 이외에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여러 철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관점으로 논쟁을 벌인 것은 아니고, 책에서는 그야말로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헤라클레이토스

루크레티우스

미셸 드 몽테뉴

알베르트 카뮈

버나드 윌리엄스

데릭파핏

셸리 케이건

스티븐 루퍼

'죽음'이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철학자)이다. 이 중에 셸리 케이건과 스티븐 루퍼는 현직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 눈길을 끈다. 과거 긴 역사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같은 주제를 두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우리 시대 철학자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현시대감을 느낄 수 있다.

'죽음' 이외에도 이 책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살면서 나는 한 번쯤 궁금해봤는데 딱히 어디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다거나, 독서력을 좀 더 상승시키고 싶으신 분들, 내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고 싶은 분들, 철학에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다.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신 것처럼 여기 '옮긴이의 말'가운데 '내가 철학 책을 읽는 이유'를 발견해 그 글귀를 소개하고 마치고자 한다.

독단과 도그마는 철학이 지양하는, 인간의 합리성이 피해야 하는 오류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제별로 철학적 사고의 흐름과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여러 주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고 공간을 제공한다. 결국 철학은 삶의 주체로서의 자각과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더 나은 삶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촉매제다.

p.361-362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동안 '우선순위'와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철학 책, 내 손에 들어 읽고 때로 곱씹으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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