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
- "지금도 독서는 내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열정과 꿈을 준다" -
사실 말이 쉽지 사람이 백 년을 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산다는 건 의식 없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나의 정신을 지니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냥, 백년의 삶을 지낸 사람의 생각이 들어보고 싶었다. 어떤 시간들을 거쳤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막연히 궁금했다. 주변에 이만큼 연세 있으신 분 찾기도 어렵고, 간단한 검색으로 자료와 영상을 손쉽게 얻으므로써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님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고립의 시대에 나는 인생의 선배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더욱이 책을 사랑하는 인생의 선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독서하기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우리 세대에 이렇게 통용되는 말일 것이다. 컴퓨터, TV 등 영상만 주구장창 보거나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거나. 그러나 그 비교조차도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저자의 독서환경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920년생인 저자 김형석 교수의 삶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굵직굵직한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6.25전쟁을 거쳐 여러 번의 정부가 바뀐 오늘날까지 그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 우리 근현대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가난한 시골에서 무슨 책이었겠는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38년생이셨던 우리 외할머니의 얘기를 떠올려보자면 학교는 고사하고 굶지 않고, 어딘가 끌려가지만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다행인 인생이라고 하셨었다. 그 시대 인생은 곧 굶주림, 숨기, 도망, 피난 등의 단어로 점철된 긴박한 시대 안에서의 살아냄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자가 처음 마주한 책 다운 책이라 한다면 그것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였다. 그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거쳐 만주와 중국 북동부를 침략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의 문제의식으로 [전쟁과 평화]를 선택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한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와 시인을 회상하는 부분이었다. 교과서에서나 작품을 읽어보고 그 이름만 들었던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소나기]의 황순원, [별 헤는 밤]의 윤동주 모두 저자의 기억 속 한 부분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저자는 같은 반이었던 윤동주와 가깝게 지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와 친하게 친했더라면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관심과 문학적 소양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는 저자가 홀로 독서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계기를 첫째, 중2라는 이른 나이에 다소 어려웠던 [전쟁과 평화]를 접했던 것. 둘째, 중학교 3학년 시절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학교를 떠나 1년간 도서관에서 홀로 독서한 시간으로 본다. 저자는 학교를 다니는 대신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와 독서로 공부를 대신했다. 이때 철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철학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접했던 것으로 보인다. 철학 입문, 철학개론, 철학사, 철학 사상사, 논리학, 윤리학, 윤리학사, 형이상학, 인식론 등을 이 시기에 탐독했다고 한다.
니체와 키에르케고르에서부터 시작해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여러 사상가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의 이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그 많은 사상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현시대에 대한 철학적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