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망치 - 리더·인재·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20개의 망치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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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리더의 망치]

- 리더가 바라보는 세상안에 우리의 삶이 있다 -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라고 하는 진秦나라가 대륙 통일뿐만 아니라 문자, 화폐, 도량형 통일이라는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도 그러한 성과에 비해 단 15년의 국가체제를 유지하다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묘한 느낌이 든다. 국가가 멸망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테지만, 나는 진나라 하면 사자성어, '분서갱유焚書坑儒(책을 불사르고 유생을 구덩이에 묻어 죽임)'를 곧잘 떠올리곤 한다.

진시황 그 자신은 분서갱유를 통해 사상을 탄압하는 등 그가 원한 중앙집권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러한 강압통치로 각지 반란을 초래하고 멸망의 길로 들어선 걸 보면 그 역사적 과정 속에 리더는 물론이고, 리더 옆에 있는 사람의 중요성까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찾아 그 사례에서 보이는 리더십 20개 항목을 고르고 그것을 자질론, 관계론, 조직론이라는 3개의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리더'... 그 이름만 들어도 참으로 무겁고 엄중한 자리다. 그에 따른 '자질'도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며, '조직'을 이끄는 힘도 필요한 것이다. 리더에겐 우선 자기 자신을 그러한 자리에 어울리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에 필요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낼 줄 알고(명기明己)

아랫사람의 공로를 인정할 줄 알며(위공委功)

상대의 충언을 받아들일 줄 알며(납간納諫)

사사로운 감정에서 벗어나 상대와 묵은 감정이나 원한을 풀며(석원釋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며(남과攬過)

묵묵히 자신이 몸소 모범이 되어야 한다(신범身範)

위의 6개 항목을 자질로서 갖춘 후에야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에 해당하는 다음의 7가지 항목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알고(양현讓賢)

목이 마른 듯 진심으로 간절히 인재를 갈구하며(성구誠求)

다양한 자원을 동원해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올릴 줄 알며(천거薦擧)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며(적대赤待)

아랫사람에게 병문안과 조문으로 위로와 애도를 표시하며(문병조휼問病弔恤)

예를 높여 존중할 줄 알며(예존禮尊)

뛰어난 사람들을 널리 드러내어 모범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수해樹楷)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확장된 조직에서는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으로서 그에 걸맞은 다음의 7가지 항목이 중시된다.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그에 알맞은 자리를 찾아 배치하는 일(시관試官)

인재의 기용을 제도적으로 보장(과거科擧)

관리의 덕과 재능, 노력, 성과를 따져 승진과 강등, 파면을 결정(고적考績)

선행과 공을 공개적으로 표창(포양襃揚)

공로가 출중하면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림(장상獎賞)

가벼운 벌로 인재를 바로 세움(경벌輕罰)

죄를 지으면 엄한 징계를 내려 인재를 단속함(엄징嚴懲)

서평의 서문으로 시작한 진시황의 이야기가 납간의 사례로 등장한 부분은 참으로 흥미롭다. 진나라 통일 이전인 BC 237년에(통일은 BC221) 진시황은 신하의 간언을 잘 수용하는 황제였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이렇다. 진나라의 수리 사업을 당시 한나라의 수리 전문가였던 '정국'이 책임지고 있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그 정국이란 사람이 진나라에서 대규모 수리 사업을 부추겨 진나라의 국력을 소진시키기 위해 투입된 한나라의 스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과 (그에 대한)고발로 진나라 조정은 어수선해졌고, 이에 진시황은 진나라에서 일하고 있던 소위 '외국인들'을 모두 진나라 밖으로 쫓아내라는 '축객령'을 내리게 된다.

본래 낙후된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눈앞에 그릴만큼 점차 부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기원전 7세기부터 시작된 차별 없는 외국인 인재 기용 덕분이었다. 여기저기서 인재를 영입해오는 개방된 인재정책으로 진나라는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고, 기원전 4세기에는 위나라 출신 '상앙'을 기용하여 전면 개혁을 실시, 진나라를 초강대국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름이 남아있는 진나라 재상 25명 중 17명이 외국인이었다는 통계도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성장한 진나라인데, 진시황이 '축객령'을 내릴 당시 역시 외국인이었던 조정의 객경客卿(다른 나라에서 와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이사'(초나라출신)가 (본인도 쫓겨날 처지가 걱정이었던 모양인지) 진시황에게 '간축객서'라는 글을 올리게 된다.

"태산이 그렇게 높은 것은 단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강과 바다가 그렇게 깊은 것은 자잘한 물줄기를 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

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진나라가 이렇게 부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이사의 글에 진시황은 크게 감명받았다. 부국강병을 위한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한 진시황은 이사의 간언을 수용하여 축객령을 취소하게 된다.

그러나...

천하통일 이전까지 신하의 간언을 잘 수용하던 진시황은 대업을 성취한 다음부터 권력에 취해 납간納諫의 자세를 잃고 만다. 이후에 발생한 분서갱유 사건(BC213~212)은 권력을 지닌 리더가, 자신의 권력이 점차 커 갈수록, 리더의 자질 중 하나로서 일컬어지는 납간의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소재와 중국 역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이야기로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책은 생각보다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개념마다 의미를 설명하고 역사 속 사례를 마치 하나의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쉽고 재밌게 구성하였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소한 역사적 지식과 재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각 항목의 마지막 페이지마다 관련 명언과 명구가 있어 개념과 사례를 더욱 함축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책의 제목을 보고 '나는 리더가 아니라서, 리더의 자리에 있지도 않아서, 나랑은 상관없다. 내가 볼 책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실까 모르겠다. 물리적 힘을 동반하여 리더의 자리에 앉았던 옛날에는 리더만 읽고, 리더에게만 필요한 책이자 정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리더의 자질, 즉 리더십에 관한 논의는 이제 리더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다. 리더십은 단순히 리더의 자기계발론으로만 여겨질 수 없다. 우리의 손으로 리더를 선출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리더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한다. 배의 선장이 누구냐, 비행기의 조종사가 누구냐, 국가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그 영향이 우리에게 미치고,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장 눈을 돌려보면 사과 한 박스의 현금으로 닭고기와 빵을 사거나 내전을 겪는 나라를 보면 자질을 갖춘 리더와 그 곁의 인재,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의 구축이 국가가 국가답게 존재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리더십, 리더 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를 알아보는 우리의 소양도 필요하기에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tip0: 각 항목의 사례를 그저 가볍게만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tip1: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 알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tip2: 한자를 알면 명언과 명구를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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