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
[도연명의 유산]
- 나보다 더 힘들었을 그가 나를 위로해줍니다 -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 오랜시간 그와의 사귐이 없다면 첫인상으로 그를 안다고 생각, 아니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도연명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의 시가 전해주었고, 그의 시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인 '귀원전거'와 '음주'를 통해 나는 도연명이 단순히 한적한 농촌생활을 즐겼고, 그렇게 인생을 즐길줄 아는 그런 멋스러운 부류의 사람으로 이해했고, 그게 다였다. 감상에 있어서 예술작품과 작가의 존재가 온전히 분리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시는 대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투영되고 읽히는 맛이있어, 작가가 어떤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수있는 소소한 매력이 있다.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사람 사는 곳에 집을 지었으나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수레의 시끄러운 소리 들리지 않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마음이속세를 멀리하니사는 곳이 절로 외지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보노라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해질녁에 먼 산은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날던 새는 짝을 지어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여기 참된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잊었네
내가 처음만났던 도연명이 어떤 인상의 사람인지 소개하고 싶어 그의 작품 '음주'(제5수)를 올려보았다. 작품을 통해 보면 한없이 온화하고 서정적이며 자연을 좋아하는, 그렇게 태어나고 아무런 우여곡절없이 잘살다가 간 그였을것 같지만, 작품의 이면엔 도연명 그가 이렇게라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으면 살수없었던,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암울한 시대가 있었다.
도연명은 동진시대사람이다. 그 먼 옛날 하-은-주-춘추전국-진秦-한-위진남북조-수-당-송-원-명-청에서 춘추전국과 더불어 혼란한시대 top2에 드는 위진남북조의 그 진晋에 해당한다. 위진남북조라고 묶어서 부르는 이유는 다른나라들에 비해 짤짤한 나라들이 금방세워지고 없어지고 해서 귀찮아서 누군가 묶어서 부른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나라가 사마의가 세운 서진에 먹히고, 서진은 오랑캐의 공격으로 그 일부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동진을 세웠다한다. 중국사연표를 보면 알겠지만 동진이후에 송제양진으로 불리는 남조가, 서진의 멸망뒤에 5호16국,북위 동위 서위 북제라고 하는... 암기도 안되고 기억하기도 싫은 짤짤한 나라들이 서로 치고 박으며 세력다툼을 한다. 이렇듯 도연명이 속한 시대는 목숨조차 부지하는것만도 굉장히 다행스러운 극도로 혼란한 시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