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채널 -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메가트렌드
황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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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현실의 미래 … 가상·현실의 경계가 사라져

[리뷰] 미래사회에 적극 대응하자는 『미래 채널』(황준원, 21세기북스, 2017.09.11.)

 

미래에 벌어지거나 일어날 법한 트렌드가 소개된 책이다. 인공지능과 VR, AR 그리고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에 종종 소개된 기술들이 나온다.

 

미래에 우리는 인공지능 비서를 두고, 각국에 맞는 인공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며칠 전 “미래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미래 직업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사라지는 직업을 걱정하기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체될 직업을 눈여겨보라는 주장이었다.

 

책의 재미있는 점은 MR(Mixed Reality)라는 혼합현실이 소개된 점이다. 나로서는 새로운 용어였다. 가상현실도 아니고 증강현실도 아닌 이것은 가상의 생명체가 현실의 의자나 침대 등에 자유로이 앉거나 눕는 것과 같은 상태다. 물론 증강현실에서도 가상의 존재들이 현실에 나타나긴 하지만, 그들은 현실의 물건을 이용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MR에서는 진정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져 모든 측면이 이용되고 혼합되는 것과 같다. 행여 미래에 우리는 낯선 환영을 보며 잠결에 놀라 소리를 지르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



 

사라지기보단 대체될 미래의 직업들

 

로봇과 인간의 관계는 책의 중심내용이기도 했다. 한 번은 인공지능으로 소개가 되었고, 두 번째는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으로 소개가 되었다. 외로운 이들이나 소통하고 싶은 자들은 위해 로봇은 말동무가 되어준다. 로봇의 크기는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작아졌는데 영화 「her」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런데 대화를 할 때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기꺼이 내보이며 말을 할진데 그것을 맞받아치는 로봇에는 감정이 없기에, 로봇에서 우리가 공감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에서 인간 동료가 아닌 로봇 동료를 두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화로 일을 공유하게 될까. 그저 일만 잘 수행하는 존재로서 필요한 걸까. 소통이 필요한 인간이기에 로봇의 사회가 인간의 감성을 바꾸지는 않을까.

 

마트 계산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음식 서빙을 하는 종업원의 미소가 줄어든 미래.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는 삶의 편리뿐 아니라 우리의 뇌와 신체까지 로봇으로 만들고 개조시키려 한다. 로봇 자체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보게 된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초인이 되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이 사라져가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입는 옷, 사는 집들이 인공지능화 되고 3D 프린터로 만들어지는 날, 우리는 환경과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릴 지도 모른다.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들과 드론으로 신체가 보호받고 안정되는 시간 속에서 인간만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신생에너지 측면에서 태양을 이용하여 인간이 지구와 친화적이 된다고 하지만, 에너지 문제의 목적 역시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환경과 소통하는 법을 잊지 말자

 

로봇 혁명이 성공적이더라도 인간 사회가 행복해지는 건 아닐 수도 있다. SNS를 보면 그렇다. 미래 지구인들은 SNS를 통해 서로의 나라로 가상 체험을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SNS가 마냥 좋은 도구만은 아닌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 우리는 부의 과시를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의 고통과 나의 고통을 이용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좋아요’를 얻으려는 마음 때문으로, 이는 수많은 좋아요와 팔로우가 곧 돈이 되기에 그렇다. 따라서 소통의 측면에 메신저들에 다소 검은 장막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고민을 책에 적어놓았다. 왜 편리해지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더 바빠질까. 인간 사회를 바쁘게 흐르도록 돕는 기계가 무수히 만들어진 것도 이유지만, 현재에 만족 못하고 계속 새로운 기계를 발명하려는 인간의 욕심도 한 몫 한다. 인공지능을 얻으려면 돈이 많아야하고 자본주의 사회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 속에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격차는 커지며, 결국 우리 인간은 자본가의 편리함을 위한 로봇을 만들고 자본가는 잠재 고객이 될 노동자를 위해 더욱 바빠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절하고 기도할 신을 만드는 동안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또다시 만든 신을 모시기 위해 우리는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희생을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래 사회가 흥미롭고 획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삶도 충분히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초월하고 싶은 인간들은 여러 이유와 조건을 대며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가운데 우리 역시 그저 이 혁명에 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라며 다가올 미래사회를 미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덮은 뒤 이상하게도 흥분이 되기보다 몸이 으슬으슬 더욱 추워졌다. 내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정신이 외부로 팔려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정신이 미래에 얼마나 더 빈곤해 질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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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제자 교육법 - 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넨 스승 다산의 맞춤형 가르침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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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일침 … 목숨 걸고 공부해도 될까 말까다

[리뷰] 『다산의 제자교육법』(휴머니스트, 2017.09.7)


다산 정약용(1762 ~ 1836)은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이다. 그런 그가 유배 생활 속에서 자연을 벗 삼으며 제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다산 증언첩』이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이를 좀 더 쉽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 정민 교수(한양대 국어국문학과)가 교양서 형식으로 『다산의 제자교육법』을 집필했다.


책은 총 5가지 장으로 구성돼 있다. ▲ 1장 사물에서 읽는 의미(주변의 사물을 통해 이치를 밝히고 있음) ▲ 2장 산거 생활과 이상 주거(산속에서 식물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 ▲ 3장 학문을 해야 하는 까닭(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투덜대는 제자들에게 일침을 가함) ▲ 4장 공부법(구체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줌) ▲ 5장 공직자의 마음가짐(관료가 되었을 때 새겨두어야 할 자세와 태도). 5개의 장은 구별되기 보다는 긴밀하게 엮여있다. 살아가는 게 결국은 모두 매한가지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자세를 갖느냐이다. 욕심과 조급함,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면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학문보다 이익에 눈이 멀면 진정한 학자로 거듭나기 어렵다. 재물과 이익이란 오래가지 못한다. 부귀영화는 한순간이지만 명예는 영원하다.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세상사는 법


정약용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쉬운 비유와 사례들로 깨닫게끔 한다. 물건의 소유욕 관련해선, 어찌 다른 사람들에겐 가볍게 깨지고, 나에겐 오래가기를 바라느냐고 일갈한다. 세상은 지극히 공평하다. 또한 재산이라는 것은 어느 사람들이나 원하지만 그들이 걸어놓은 그림이나 예술품들을 보면 언제나 수수한 풍경이다. 돌밭 옆의 초가집이나 나무다리 곁의 주막집을 보면서 감상하는 것이다.


이익과 재산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정약용은 “지혜를 감추고 부귀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 재앙에서 멀어진다”며 “잠시 묵는 나그네가 집을 치장하고 창고를 채우려 든다면 웃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세상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이다. 나그네가 욕심을 부리려 한다면 얼마나 웃긴 일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그는 “봄꽃의 영화는 열흘을 못 넘긴다”면서 “한때의 득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으스댈 것이 없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은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 돈을 쓸 때는 큰돈을 잘 써야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작은 돈은 철저히 아껴야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강한 자에겐 강하고, 약한 자에겐 한없이 약해야 한다는 게 떠오른다. 부족하더라도 삶의 여유를 가져야 인품이 깊어진다. 절대로 작은 이익에 목숨을 걸면 안 된다. 생활 속에 이치가 깃들어야 한다.


재산보다 지식과 학문이 우선해야


아무래도 유배 생활을 가 있는 정약용이다 보니 더더욱 학문하는 자세를 강조했던 것 같다. 그는 남이 자신을 몰라주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 세상이 나를 부르면 가서 도와주고, 나를 몰라주면 글로써 할 말을 남기라고 했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야 아무런 걸림과 군더더기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약용의 태도는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공자를 인용한 정약용은 상달의 사람은 의리에, 하달의 사람은 이익에 밝다고 지적했다. 나를 낮춰야 남은 나를 올려준다. 나를 높이는 자는 다른 사람이 그를 끌어내린다. 나와 다른 사람은 겸손과 이익과도 연결되고 비유될 수 있다.


정약용이 초월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하나로 간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약용은 “거센 여울과 잔잔한 물결이 섞일 때 물은 무늬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거센 여울이란 협곡을 흐르는 물결을 뜻한다. 거셈과 잔잔함이 섞여야 물은 비로소 무늬를 이룰 수 있다. 정약용은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라며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생겨나기에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이라고 보았다. 그토록 정약용이 사물의 이치를 꿰뚫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다산 정약용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바람과 새싹과 물무늬만 보아도 그는 즐거워했고, 그 안에 어떤 이치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하루를 언제나 벅차했던 다산 정약용이다. 그는 장수가 전쟁에 나아가, 호랑이가 물어뜯으려는 긴박함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공부에는 대충과 느긋함은 절대 없는 것이며, 남들 하는 만큼만 해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목숨 걸고 공부해도 될까 말까한 것이라고 다산은 적었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독서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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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 단 한 번의 인생, 단 한 번의 죽음
고바야시 구니오 지음, 강수연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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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의 완성은 죽음, 남들에게 무엇을 했나

[리뷰] 죽음 뒤에 남는 것은 뭘까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아날로그, 2017.09.20)


단숨에 책을 읽었다. 고바야시 구니오가 죽음을 앞두며 남긴 기록을 말이다. 이 책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는 거창한 언어와 꾸밈 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죽음을 말한다. 아직 사는 것도 모르지만 구니오는 당당히 죽음을 받아들이다. 그가 시한부인생을 선고 받고 난 후의 일이다.


죽음을 관조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죽음은 사회적으로 누구에게나 피해야 할 일, 나쁜 것, 더러운 일, 거추장스러운 일, 힘겨운 것, 즐겁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돈과 시간, 노력도 많이 들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죽음이기도 하다. 죽음은 인간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이다.



구니오는 이 모든 기존의 관념을 전복한다. 죽음이란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죽을 기회도 단 한 번이다. 힘 있게 살다가 후회 없이 떠나자.” 이 한 문장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삶은 의지 없이 주어졌지만 죽음은 나의 의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과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행성 난치병을 진단받은 구니오는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죽음의 단계를 거친다. 첫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부인’이다. 둘째,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분노’하는 단계다. 셋째, 무엇을 하든 살아나고자 하는 ‘거래’의 단계이다. 넷째,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깨닫고 ‘우울’에 빠진다. 다섯째,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단계다. 구니오는 여기에 독일인 가톨릭 신부 알폰스 데켄의 여섯째 ‘기대와 희망’을 추가했다. 저세상에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책을 옮긴 강수연에 따르면, 구니오는 3년째 잘 버티고 있다. 이 책으로 자신이 하고픈 말을 다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 1장 삶의 끝과 마주한 질풍노도의 열하루 ▲ 2장 죽음을 각오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3장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 4장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 이 책의 절경은 마지막 4장이 아닌가 싶다. 4장은 웰다잉을 위한 여러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죽어가는 저자의 말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1장은 총 11일 동안 저자가 죽음을 선고 받고 난 후, 헤쳐나간 여정을 담고 있다. 죽음을 표현하고 공부하며, 라이프코치를 만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 등. 그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선고 받지만 누구나 이렇게 하진 못한다. 얼마나 삶을 긍정했느냐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달라진다. 16세기 마틴 루터는 “죽음은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생애의 완성이다.”고 말했다. 구니오는 삶을 완성하고 있다.


생애의 완성으로서의 ‘죽음’


생이 만약 단 한 번뿐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맘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생의 이면이고, 숨겨진 햇빛(밀양, secret sunshine)의 의미가 아닐까. 구니오는 욕심을 가지고 살았던 단 한 번, 그의 인생을 후회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엇을 하든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감각 대신, 불순물 섞인 ‘거친 욕망’이 있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다. 구니오의 깨달음에 따르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죽을지 알려주는 게 더욱 필요하다. 왜냐하면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독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을 같이 공부해보고 싶은 맘이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구니오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면, 죽어서도 그 이야기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고 적었다. 따라서 장례는 고인과의 고별인사가 되어야 하고, 유족이나 장례업자는 이 마음을 잘 알아차려야 한다. 고인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는 그가 없는 고별인사 때 정말 최고의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싶어서 영정사진도 좋은 것으로 미리 준비하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정 정도의 돈과 명예가 필요하겠지만 더욱 소중한 게 있다. 구니오는 이를 간결하게 전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 것은 자신이 모아둔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해준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에게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구니오는 일본의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음식 전문점 ‘니키야’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향토완구연구가이자, 일본 고유의 장식 문화로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죽음에 대한 강연으로 더욱 알려졌다. 이게 그에게 주어진, 생애 남은 마지막 임무이다. 그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임무를 잘 완수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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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고 싶습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법
김성태 외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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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말하기 세대를 초월한다

[리뷰]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김성태 외7, 넥서스BOOKS, 2017.9.15.)


고대 철학자들은 연단에 올라 사람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사람들은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침을 받곤 했다. 말이란 가르침 뿐 아니라 사상을 심는 도구로도 이용되었다. 나치 정권의 앞잡이들이 국민들에게 우생학 관념을 심은 것이 대표적 예다.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목사나 지하철에서 자리싸움 하는 노인들이나 모두들 말로써 자신을 드러낸다.


와중에 말에 참여하지 않지만 말에 영향을 받는 제3자, 즉 청자들이 말하는 이들 사이에 섞여있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 세계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들이 늘어나는 와중에 관심을 받으려 무모한 일을 선언하거나 겁을 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식 못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모든 인간 사회는 말로써 구성된 연결체들의 집합과 같다.





그 어느 때보다 말이 중요해진 지금, 숨쉬기를 의식하게 되듯 말하기 방법들을 의식하게 하는 책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김성태 외7, 넥서스BOOKS, 2017.9.15.)가 화제다. 얼마 전 우리는 김제동의 ‘공인’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들었다. 말로써 대중과 소통하는 그는 탁상공론 하는 이들보다 많은 울림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다. 말의 음파적 울림 그리고 마음의 울림 두 가지 모두를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의 말에 쉽사리 수긍을 하곤 했다. 소통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통해 교류를 하는 것이기에 교류의 대상자들은 서로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책에는 좋은 말이 많았다. 특히 저자들은 토론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이기에 나는 새로운 의견이 나올 때에 몇 번이고 내용을 곱씹느라 책을 덮어야 할 지경이었다. 특히나 발음이 오랜 기간의 습관일 수 있다는 내용에서는 당장이라도 수십 년 고수해 온 나의 습관을 뜯어고치라고 따끔한 충고를 받은 듯했다.


말하기는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잘 ‘해야’ 한다.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의 기분과 말하는 타이밍 등을 고려해야 하고 나의 목적과 말을 통한 상대방의 이해 그리고 유도를 복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인간을 알아보고 상대하는 면접


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기분을 공유하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많은 청년들의 경우 면접이라는 부분에서 말의 어려움을 처음 느끼게 된다. 면접을 볼 때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로 두려움에 떤다.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보여 줄 이야기가 없거나, 멋진 말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그러나 면접관들은 로봇이 아니기에 수두룩한 경력을 듣는 것만으로는 감동을 받지 않는다.


책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를 대단하게 소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면접이나 공모전 글쓰기나 너무도 멋진 말들을 보이려고 안달이다. 진정 듣고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을 만났을 때 듣고 싶은 이야기다. 특히나 숨기고 싶은 삶을 과장 없이 듣게 될 때 면접관들은 감동을 받는데 그것이 감정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면접관들이 삶의 어두운 면을 듣기 좋아한다고 여기면 안 된다. 면접관들이 원하는 건 실패의 극복 담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사람에게 감동과 인간미를 느끼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사람들은 면접관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때론 실수를 한다. 이 경우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면 면접관은 우리의 실수를 말하기의 일부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책에는 말이 어눌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나와 있다. 나 역시 살면서 말이 어눌한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심지어 말이 어눌해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자책한 나머지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고 악당처럼 이유 없이 남을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예 ‘저 사람은 나의 어눌함을 비웃을 거야’라고 미리 결론 내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음이 어눌할 뿐 내용이 어눌하지 않고 주옥같고 알차다면, 화려한 화법으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사람들보다 교감에 큰 점수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눌한 이들이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상대뿐 아니라 구경꾼들도 나의 말을 본다


토론 말하기는 단지 토론 시간에만 한정되지 않는 말하기다. 사회의 일면과도 같다. 한창 논쟁하는 사람과 그를 둘러싼 구경꾼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상대와 청중을 위한 말 한마디를 찾기 위해서는 혹독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책에는 나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방법 여섯이 나열되어 있는데, 사고의 과정으로 써 먹기에 좋았다. ▶핵심어 정하기(문장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나 꼭 전달해야 할 단어) ▶느리게 말하기(숫자나 어려운 용어를 말할 때) ▶포즈(중요한 내용을 말하기 전에 살짝 멈춘 뒤 중요 구문 말하기) ▶톤 높이기(고음일수록 긴장감을 준다) ▶핵심 내용을 다시 말하기 ▶소리 줄이기(명확한 내용보다 추상적인 내용을,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우리는 성인이기에 아이와 같이 구걸조로 말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협상이어야 한다. 협상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청중이다. 구경꾼들이라 할 수 있다. 청중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협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토론의 목적은 상대 토론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토론을 지켜보는 다수의 청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악을 쓰고 달려들거나 자신을 조롱하고 잘난 척을 하는 경우 스스로 주눅들 필요가 없는 것이, 청중들에게 조용히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들로 가능하다. 말이란 그저 정확히 반박만하면 된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


종종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웅변대회라도 나온 양 큰소리가 난무하고 욕설이 난무함은 물론이다. 자신의 논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구경꾼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른 행위다. 떼 부리기는 갓 태어난 아기도 할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로서는 ‘이런 것이 맘에 안 든다’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것이 맘에 안 드니 대신 무엇을 해주라’는 대안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란 생각에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조차 과거와 현재 어느 때고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최선의 말이란 없다. 여러 다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말하기를 배워나가는 동시에 생각을 명확히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덮고 한 구절이 유난히 생각이 났다. ‘장미꽃 사세요’보다 ‘사랑 한 송이 들여가세요’라고 말하며 장미를 판 소녀가 더 많이 장미를 팔았다는 부분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장미가 아닌 장미로부터 얻게 될 감정을 산 셈이다. 삶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동을 주는 감정의 말과 행위는 동화가 아닐까.


가끔 보면 나이가 들었음에도 순수함을 풍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눌하고 바보 같음이 아닌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포장된 말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동화 같은 말하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세대를 초월한 멋진 인간관계를 맺는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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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사용법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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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무덤’인 치킨 가게, 왜 계속 생기나

[리뷰] 강준만 교수 외 학생들 참여한 『넛지 사용법』(인물과 사상사, 2017.09.08)


강준만 교수가 현실 문제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들고 나왔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학문적 경계를 허물며 ‘문제를 문제화’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넛지(Nudge)’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강요하는 윤리가 아니라 교묘히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넛지라는 개념은 2008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2008)에서 처음 제기되었다. 영어의 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된다. 이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으로 정치를 초월한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넛지는 원래 PR의 분야에서 이미 간접적 수단이 지닌 매력으로 제시된 바 있다고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때 직접적인 전략을 쓰는 게 아니라 행동양식을 판매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강 교수는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본질에선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넛지가 행동경제학이면서 커뮤니케이션학이고 동시에 PR학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강준만 교수가 쓴 논문 「‘넛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적 유형 분류 : 공익적 설득을 위한 넛지의 활용 방안」과 전북대 학생들에게 내준 넛지 아이디어 과제를 토대로 발간되었다. 공공정책은 과연 어때야 하는가? 이에 대한 물음이 『넛지 사용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택 유도를 위한 부드럽고 간접적인 개입


그럼 우선 강 교수가 분류한 넛지의 유형을 살펴보자. 이미 영국 정부는 공공정책에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일명 ‘MINDSPACE’이다. 이는 다음 각 항목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전달자 / 인센티브 / 규범 / 디폴트 / 현저성 / 점화 / 감정 / 관여 / 자존심. 강 교수는 이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어포던스(affordance), 즉 행동 유도성을 강조한다. (유난히 책에 커뮤니케이션의 용어들이 영어로 표기돼 있는데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강 교수는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을 인간적 추구 성향 중심으로 9개로 나눴다. 첫째 인지적 효율성이다. 정크 푸드를 먹지 말라고 하는 대신 신선한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이다. 인지적으로 인간은 구두쇠이다.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많은 생각을 하길 귀찮아한다. 치킨 가게를 창업하는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가게가 문을 닫지만 퇴직자들을 비롯해, 치킨 가게를 열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줄을 서고 있다. 인지적 구두쇠 인간, 이들의 선택은 왜 그럴까? 성공한 사례들만 보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를 했다곤 하지만, 잘 되는 것들만 보고, 나는 예외라고 생각하는 ‘생존 편향’ 때문이다.


둘째, 좋은 디자인이 행동을 바꾼다. 디자인의 세계에서도 어포던스가 강조된다. 셋째, 흥미성이다.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이용하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했더니 이용률이 66%나 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학 마케팅 교수는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개 말해보라. 그러면 잊어버릴 것이다. 내게 보여주라. 그러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를 참여시켜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참여 유도를 위한 게임화가 중요해진다.


넷째 긍정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세 가지이다. 학습된 무력감, 설명 양식, 자기이행적 예언이다. 설명 양식에 따라 학습된 무력감은 극복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긍정적 이행을 예언하는 게 필요하다. 지방 예산정책만 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긍정적인 참여와 주체성이 강조된다.


다섯 째 비교성이다. 이 개념에서 중요한 건 ‘정박 효과’다. 어느 기준을 처음에 제시하느냐에 따라 넛지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여섯 째 일관성이다. 이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라 사람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걸 시사한다. 핵심적인 전략은 ‘로 볼 테크닉’이라는 게 있다. 문전 걸치기 전략처럼 문턱을 낮춰 사람들을 개입하게 한 다음 전체 요구 조건을 알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성이다. 사람들에겐 ‘귀차니즘’이 있다. 한 번 구매한 건 되돌려주지 않으려는 경향은 ‘소유 효과(endowment)’다. 김치냉장고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토록 했더니 100% 다 구매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겐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있기 때문이다.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들 : 인지적 효율성부터 타성까지


책에는 ▶ 교통안전 ▶ 교통질서 ▶ 쓰레기 넛지 ▶ 자원 절약·환경보호 ▶ 건강 ▶ 매너 ▶ 행정·범죄 예방 ▶ 소통 ▶ 마케팅·자기계발 관련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 하나만 소개해보자면, ‘유기견과 유기묘를 위한 사료 자판기’이다. 터키의 한 공원에서 빈 캔과 페트병을 어떤 기계 안에 넣으면, 기계 아래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물이 나온다고 한다. 터키는 유기동물이 많은데, 이스탄불에서만 매년 15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죽는다고 한다. 이 자판기 덕분에 동물들은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동물들의 먹다 남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주변을 깨끗하게 할 수 있고, 태양광으로 작동되어 환경적이다. 분리수거까지 할 수 있으니 기발하다.


책의 끝에서 강준만 교수는 넛지를 위해 논문의 대중화를 강조한다. 그리고 넛지 관련 논문들의 목록을 담았다. 우리 사회에 더욱 더 많은 넛지 관련 정책들이 나와 관료사회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정책들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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