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 단 한 번의 인생, 단 한 번의 죽음
고바야시 구니오 지음, 강수연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생의 완성은 죽음, 남들에게 무엇을 했나

[리뷰] 죽음 뒤에 남는 것은 뭘까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아날로그, 2017.09.20)


단숨에 책을 읽었다. 고바야시 구니오가 죽음을 앞두며 남긴 기록을 말이다. 이 책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는 거창한 언어와 꾸밈 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죽음을 말한다. 아직 사는 것도 모르지만 구니오는 당당히 죽음을 받아들이다. 그가 시한부인생을 선고 받고 난 후의 일이다.


죽음을 관조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죽음은 사회적으로 누구에게나 피해야 할 일, 나쁜 것, 더러운 일, 거추장스러운 일, 힘겨운 것, 즐겁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돈과 시간, 노력도 많이 들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죽음이기도 하다. 죽음은 인간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이다.



구니오는 이 모든 기존의 관념을 전복한다. 죽음이란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죽을 기회도 단 한 번이다. 힘 있게 살다가 후회 없이 떠나자.” 이 한 문장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삶은 의지 없이 주어졌지만 죽음은 나의 의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과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행성 난치병을 진단받은 구니오는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죽음의 단계를 거친다. 첫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부인’이다. 둘째,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분노’하는 단계다. 셋째, 무엇을 하든 살아나고자 하는 ‘거래’의 단계이다. 넷째,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깨닫고 ‘우울’에 빠진다. 다섯째,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단계다. 구니오는 여기에 독일인 가톨릭 신부 알폰스 데켄의 여섯째 ‘기대와 희망’을 추가했다. 저세상에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책을 옮긴 강수연에 따르면, 구니오는 3년째 잘 버티고 있다. 이 책으로 자신이 하고픈 말을 다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 1장 삶의 끝과 마주한 질풍노도의 열하루 ▲ 2장 죽음을 각오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3장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 4장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 이 책의 절경은 마지막 4장이 아닌가 싶다. 4장은 웰다잉을 위한 여러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죽어가는 저자의 말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1장은 총 11일 동안 저자가 죽음을 선고 받고 난 후, 헤쳐나간 여정을 담고 있다. 죽음을 표현하고 공부하며, 라이프코치를 만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 등. 그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선고 받지만 누구나 이렇게 하진 못한다. 얼마나 삶을 긍정했느냐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달라진다. 16세기 마틴 루터는 “죽음은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생애의 완성이다.”고 말했다. 구니오는 삶을 완성하고 있다.


생애의 완성으로서의 ‘죽음’


생이 만약 단 한 번뿐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맘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생의 이면이고, 숨겨진 햇빛(밀양, secret sunshine)의 의미가 아닐까. 구니오는 욕심을 가지고 살았던 단 한 번, 그의 인생을 후회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엇을 하든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감각 대신, 불순물 섞인 ‘거친 욕망’이 있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다. 구니오의 깨달음에 따르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죽을지 알려주는 게 더욱 필요하다. 왜냐하면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독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을 같이 공부해보고 싶은 맘이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구니오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면, 죽어서도 그 이야기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고 적었다. 따라서 장례는 고인과의 고별인사가 되어야 하고, 유족이나 장례업자는 이 마음을 잘 알아차려야 한다. 고인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는 그가 없는 고별인사 때 정말 최고의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싶어서 영정사진도 좋은 것으로 미리 준비하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정 정도의 돈과 명예가 필요하겠지만 더욱 소중한 게 있다. 구니오는 이를 간결하게 전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 것은 자신이 모아둔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해준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에게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구니오는 일본의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음식 전문점 ‘니키야’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향토완구연구가이자, 일본 고유의 장식 문화로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죽음에 대한 강연으로 더욱 알려졌다. 이게 그에게 주어진, 생애 남은 마지막 임무이다. 그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임무를 잘 완수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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