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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사용법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9월
평점 :
자영업의 ‘무덤’인 치킨 가게, 왜 계속 생기나
[리뷰] 강준만 교수 외 학생들 참여한 『넛지 사용법』(인물과 사상사, 2017.09.08)
강준만 교수가 현실 문제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들고 나왔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학문적 경계를 허물며 ‘문제를 문제화’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넛지(Nudge)’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강요하는 윤리가 아니라 교묘히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넛지라는 개념은 2008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쓴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2008)에서 처음 제기되었다. 영어의 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된다. 이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으로 정치를 초월한다.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넛지는 원래 PR의 분야에서 이미 간접적 수단이 지닌 매력으로 제시된 바 있다고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때 직접적인 전략을 쓰는 게 아니라 행동양식을 판매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강 교수는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본질에선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넛지가 행동경제학이면서 커뮤니케이션학이고 동시에 PR학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강준만 교수가 쓴 논문 「‘넛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적 유형 분류 : 공익적 설득을 위한 넛지의 활용 방안」과 전북대 학생들에게 내준 넛지 아이디어 과제를 토대로 발간되었다. 공공정책은 과연 어때야 하는가? 이에 대한 물음이 『넛지 사용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택 유도를 위한 부드럽고 간접적인 개입
그럼 우선 강 교수가 분류한 넛지의 유형을 살펴보자. 이미 영국 정부는 공공정책에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일명 ‘MINDSPACE’이다. 이는 다음 각 항목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전달자 / 인센티브 / 규범 / 디폴트 / 현저성 / 점화 / 감정 / 관여 / 자존심. 강 교수는 이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어포던스(affordance), 즉 행동 유도성을 강조한다. (유난히 책에 커뮤니케이션의 용어들이 영어로 표기돼 있는데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강 교수는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을 인간적 추구 성향 중심으로 9개로 나눴다. 첫째 인지적 효율성이다. 정크 푸드를 먹지 말라고 하는 대신 신선한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이다. 인지적으로 인간은 구두쇠이다.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많은 생각을 하길 귀찮아한다. 치킨 가게를 창업하는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가게가 문을 닫지만 퇴직자들을 비롯해, 치킨 가게를 열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줄을 서고 있다. 인지적 구두쇠 인간, 이들의 선택은 왜 그럴까? 성공한 사례들만 보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를 했다곤 하지만, 잘 되는 것들만 보고, 나는 예외라고 생각하는 ‘생존 편향’ 때문이다.
둘째, 좋은 디자인이 행동을 바꾼다. 디자인의 세계에서도 어포던스가 강조된다. 셋째, 흥미성이다.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이용하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했더니 이용률이 66%나 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학 마케팅 교수는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개 말해보라. 그러면 잊어버릴 것이다. 내게 보여주라. 그러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를 참여시켜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참여 유도를 위한 게임화가 중요해진다.
넷째 긍정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세 가지이다. 학습된 무력감, 설명 양식, 자기이행적 예언이다. 설명 양식에 따라 학습된 무력감은 극복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긍정적 이행을 예언하는 게 필요하다. 지방 예산정책만 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긍정적인 참여와 주체성이 강조된다.
다섯 째 비교성이다. 이 개념에서 중요한 건 ‘정박 효과’다. 어느 기준을 처음에 제시하느냐에 따라 넛지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여섯 째 일관성이다. 이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라 사람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걸 시사한다. 핵심적인 전략은 ‘로 볼 테크닉’이라는 게 있다. 문전 걸치기 전략처럼 문턱을 낮춰 사람들을 개입하게 한 다음 전체 요구 조건을 알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성이다. 사람들에겐 ‘귀차니즘’이 있다. 한 번 구매한 건 되돌려주지 않으려는 경향은 ‘소유 효과(endowment)’다. 김치냉장고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토록 했더니 100% 다 구매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겐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있기 때문이다.
넛지의 방법론적 유형들 : 인지적 효율성부터 타성까지
책에는 ▶ 교통안전 ▶ 교통질서 ▶ 쓰레기 넛지 ▶ 자원 절약·환경보호 ▶ 건강 ▶ 매너 ▶ 행정·범죄 예방 ▶ 소통 ▶ 마케팅·자기계발 관련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 하나만 소개해보자면, ‘유기견과 유기묘를 위한 사료 자판기’이다. 터키의 한 공원에서 빈 캔과 페트병을 어떤 기계 안에 넣으면, 기계 아래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물이 나온다고 한다. 터키는 유기동물이 많은데, 이스탄불에서만 매년 15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죽는다고 한다. 이 자판기 덕분에 동물들은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동물들의 먹다 남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주변을 깨끗하게 할 수 있고, 태양광으로 작동되어 환경적이다. 분리수거까지 할 수 있으니 기발하다.
책의 끝에서 강준만 교수는 넛지를 위해 논문의 대중화를 강조한다. 그리고 넛지 관련 논문들의 목록을 담았다. 우리 사회에 더욱 더 많은 넛지 관련 정책들이 나와 관료사회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정책들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