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고 싶습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법
김성태 외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동화 같은 말하기 세대를 초월한다

[리뷰]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김성태 외7, 넥서스BOOKS, 2017.9.15.)


고대 철학자들은 연단에 올라 사람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사람들은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침을 받곤 했다. 말이란 가르침 뿐 아니라 사상을 심는 도구로도 이용되었다. 나치 정권의 앞잡이들이 국민들에게 우생학 관념을 심은 것이 대표적 예다.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목사나 지하철에서 자리싸움 하는 노인들이나 모두들 말로써 자신을 드러낸다.


와중에 말에 참여하지 않지만 말에 영향을 받는 제3자, 즉 청자들이 말하는 이들 사이에 섞여있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 세계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들이 늘어나는 와중에 관심을 받으려 무모한 일을 선언하거나 겁을 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식 못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모든 인간 사회는 말로써 구성된 연결체들의 집합과 같다.





그 어느 때보다 말이 중요해진 지금, 숨쉬기를 의식하게 되듯 말하기 방법들을 의식하게 하는 책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김성태 외7, 넥서스BOOKS, 2017.9.15.)가 화제다. 얼마 전 우리는 김제동의 ‘공인’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들었다. 말로써 대중과 소통하는 그는 탁상공론 하는 이들보다 많은 울림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다. 말의 음파적 울림 그리고 마음의 울림 두 가지 모두를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의 말에 쉽사리 수긍을 하곤 했다. 소통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통해 교류를 하는 것이기에 교류의 대상자들은 서로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책에는 좋은 말이 많았다. 특히 저자들은 토론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이기에 나는 새로운 의견이 나올 때에 몇 번이고 내용을 곱씹느라 책을 덮어야 할 지경이었다. 특히나 발음이 오랜 기간의 습관일 수 있다는 내용에서는 당장이라도 수십 년 고수해 온 나의 습관을 뜯어고치라고 따끔한 충고를 받은 듯했다.


말하기는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잘 ‘해야’ 한다.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의 기분과 말하는 타이밍 등을 고려해야 하고 나의 목적과 말을 통한 상대방의 이해 그리고 유도를 복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인간을 알아보고 상대하는 면접


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기분을 공유하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많은 청년들의 경우 면접이라는 부분에서 말의 어려움을 처음 느끼게 된다. 면접을 볼 때 사람들은 몇 가지 이유로 두려움에 떤다.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보여 줄 이야기가 없거나, 멋진 말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그러나 면접관들은 로봇이 아니기에 수두룩한 경력을 듣는 것만으로는 감동을 받지 않는다.


책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를 대단하게 소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면접이나 공모전 글쓰기나 너무도 멋진 말들을 보이려고 안달이다. 진정 듣고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을 만났을 때 듣고 싶은 이야기다. 특히나 숨기고 싶은 삶을 과장 없이 듣게 될 때 면접관들은 감동을 받는데 그것이 감정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면접관들이 삶의 어두운 면을 듣기 좋아한다고 여기면 안 된다. 면접관들이 원하는 건 실패의 극복 담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사람에게 감동과 인간미를 느끼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사람들은 면접관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때론 실수를 한다. 이 경우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면 면접관은 우리의 실수를 말하기의 일부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책에는 말이 어눌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나와 있다. 나 역시 살면서 말이 어눌한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심지어 말이 어눌해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자책한 나머지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고 악당처럼 이유 없이 남을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예 ‘저 사람은 나의 어눌함을 비웃을 거야’라고 미리 결론 내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음이 어눌할 뿐 내용이 어눌하지 않고 주옥같고 알차다면, 화려한 화법으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사람들보다 교감에 큰 점수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눌한 이들이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상대뿐 아니라 구경꾼들도 나의 말을 본다


토론 말하기는 단지 토론 시간에만 한정되지 않는 말하기다. 사회의 일면과도 같다. 한창 논쟁하는 사람과 그를 둘러싼 구경꾼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상대와 청중을 위한 말 한마디를 찾기 위해서는 혹독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책에는 나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방법 여섯이 나열되어 있는데, 사고의 과정으로 써 먹기에 좋았다. ▶핵심어 정하기(문장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나 꼭 전달해야 할 단어) ▶느리게 말하기(숫자나 어려운 용어를 말할 때) ▶포즈(중요한 내용을 말하기 전에 살짝 멈춘 뒤 중요 구문 말하기) ▶톤 높이기(고음일수록 긴장감을 준다) ▶핵심 내용을 다시 말하기 ▶소리 줄이기(명확한 내용보다 추상적인 내용을,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우리는 성인이기에 아이와 같이 구걸조로 말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협상이어야 한다. 협상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청중이다. 구경꾼들이라 할 수 있다. 청중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협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토론의 목적은 상대 토론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토론을 지켜보는 다수의 청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악을 쓰고 달려들거나 자신을 조롱하고 잘난 척을 하는 경우 스스로 주눅들 필요가 없는 것이, 청중들에게 조용히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들로 가능하다. 말이란 그저 정확히 반박만하면 된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


종종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웅변대회라도 나온 양 큰소리가 난무하고 욕설이 난무함은 물론이다. 자신의 논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구경꾼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른 행위다. 떼 부리기는 갓 태어난 아기도 할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로서는 ‘이런 것이 맘에 안 든다’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것이 맘에 안 드니 대신 무엇을 해주라’는 대안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란 생각에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조차 과거와 현재 어느 때고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최선의 말이란 없다. 여러 다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말하기를 배워나가는 동시에 생각을 명확히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덮고 한 구절이 유난히 생각이 났다. ‘장미꽃 사세요’보다 ‘사랑 한 송이 들여가세요’라고 말하며 장미를 판 소녀가 더 많이 장미를 팔았다는 부분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장미가 아닌 장미로부터 얻게 될 감정을 산 셈이다. 삶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동을 주는 감정의 말과 행위는 동화가 아닐까.


가끔 보면 나이가 들었음에도 순수함을 풍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눌하고 바보 같음이 아닌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포장된 말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동화 같은 말하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세대를 초월한 멋진 인간관계를 맺는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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