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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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잡한 지옥 같은 현대사회 … 단순함을 꿈꾼다면

[리뷰] 『단순함의 철학』(엠리스 웨스타콧, 노윤기 옮김, 책세상, 2017.12.30)

 

이 책 매력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왜 중요한지 철학적으로 역설하는 『단순함의 철학』은 철학 전공자 교수의 심오함을 담고 있다. 특히 철학, 언어, 문학, 경제, 환경, 역사 등 융합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읽기에 수월하다. 첫 장부터 영어의 ‘소박함’ 관련 여러 단어들을 분석하며 시작한다.

 

『단순함의 철학』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동안 간과되었던 에피쿠로스 관련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에피쿠로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쾌락을 주장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쾌락이 아니다. 오히려 스토아학파만큼이나 중요한 절제와 중용을 강조한 게 바로 에피쿠로스학파다.

 

화려한 고층 아파트에 살더라도 인간은 주말이면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어 한다. 집에는 그 흔한 자연 환경에 대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곤 한다. 무슨 뜻일까? 아무리 좋은 곳에 살더라도 누구나 소박하고 단순한 자연 속에 살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돈이 많아도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다.

 

책의 말미에는 단순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한 삶은 삶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는 여전히 가장 확실한 길 중 하나이며,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단순하게 살아야 삶이 더욱 충만해지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 참으로 희한한 인생이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자연으로 회귀하고, 소박함을 꿈꾸다니.

 


단순함이 충만함이며 지혜의 길이다

 

철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 엠리스 웨스타콧이 쓴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스크루지들을 위한 철학의 변명’이다. 물론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추앙 받는, 단순한 삶의 철학에 대해 논한다. 책에 나오는 사례 중 하나는 미국 인디언 포틀래치이다. 이 풍습은 재산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개적으로 나눠주는 재산은 누가 얼마나 나눠줬는지 인정되고, 단순하고 나눠주는 삶이 실천된다. 축제 기간에 자연스레 이뤄지는 포틀래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대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할 문화이다.

 

웨스타콧은 단순한 삶을 사는 것과 공동체로 살아가는 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내가 대학원에서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차원의 공리이다. 저자에 따르면, 단순하게 사는 것과 현대문명의 과학기술을 즐기는 태도 사이엔 배치되는 게 없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건 공공재의 차원에서 필수 인프라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현대문명의 결실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한편,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문명의 달콤한 열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참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수용해야 한다. 책에 나온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은 긴장을 불러오고, 이는 일종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의지력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살고, 선택의 여지를 줄이면 우리는 에너지를 덜 소모할 수 있다.

 

공동체 사회와 단순한 삶의 철학의 조화

 

책에는 새겨들을 만한 좋은 글귀가 많다. 모두 단순한 삶을 강조하거나 성실한 노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의 관계는 할 얘기가 많지만 그 자체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는 남들보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신보다 남들의 의견에 더 신경을 쓴다”고 적었다. 에피크루소는 “자급자족의 가장 큰 선물은 자유이다”라고 밝혔다. 오스카 와일드는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허영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에픽테토스는 “환경이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는 실망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 아테네 시민들에게 자신의 동상을 세워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동상을 안 만들어줄 걸 알았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는 “신에게 부족한 것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가장 신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책에서 강조되듯, 태초의 시간엔 자연이 스스로의 법도이었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세상의 진리였고 길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복잡한 세계에 살게 되었을까. 그게 ‘지옥’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자. 우리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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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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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의 가해자와 피해자, 서로를 치유하다

[리뷰] 『용서의 나라』(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 권가비 옮김, 책세상, 2017.12.25.)

 

토르디스 엘바는 『용서의 나라(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 저, 권가비 역, 책세상, 2017.)를 지은 작가이자 성범죄 전문가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작가의 직업이 성범죄 전문가가 된 이유는 과거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신분에서부터였다.

 

놀라운 점은 공동 작가인 톰 스트레인저가 바로 가해자라는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대화를 나눈다는 부제와 별도로 그들이 함께 책을 써 나갔다는 것이 내 정서로는 익숙지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연인사이였다. 그리고 성관계도 몇 차례 나누었던 사이였다. 그런데 남자 측의 한 순간 강압적 행동으로 둘의 사이는 멀어졌고, 거리마저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두 당사자는 30살이 훌쩍 넘은 16년 만에 다시금 만남을 가졌다. 그 사이 8년간 30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앙금을 해결하려고도 했지만, 풀리지 못한 응어리가 있어 둘은 만나서 얘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간 대면하며 서로 용서하고 치유한 경험적 내용들을 책으로 엮었다.


사건은 1996년에 일어났다. 10대였던 두 사람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 파티장을 나와 여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여자는 술을 많이 마셔 입에 거품을 물었지만, 남자는 자신이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여자를 이끌었다. 당시 여자는 ‘연애 관계’라는 틀에 묶인 채였고, 그래서 집으로 들어선 뒤 남자의 충동적 행동이 강간임을 인지 못했었다. 여자는 그날 밤 짧은 드레스를 입었으며 술도 많이 마신 상태였다. 여자는 자신이 처신을 잘못했다고 비난받을까 싶어 이 사실을 숨겼고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진실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마음은 안정되지 못했다.

 


치기 어린 행동 그리고 남은 후회

 

2005년 여자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버린 남자를 용서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며 8년 동안 서신을 통해 대면했고 2013년에 만남으로써 절정을 이루게 된다. 여자는 메일을 주고받던 중 깨달음을 하나 얻었는데 그것은 내가 행복하려면 용서할 수 있어야 한 점이었다. 두 남녀는 만나서 인생 초기부터 사건이 발생한 때까지를 회상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강간이 성립되기 위한 ‘올바른 처신’ 따위의 모범적인 대응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또한 이른 나이 때부터 외부에서 강간 사건을 피할 방법을 교육받아도 실제로는 아주 가까운 사람, 아주 친숙한 장소가 가장 위험함도 말이다.

 

나는 제3자의 눈으로 책을 보았다. 아마 독자 대다수는 강간과 관련 없는 이들일 것이었다. 이들이 보는 강간 사건이란 그동안 뉴스나 다큐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것도 표면적인 처벌을 받는 부분이다. 이와 달리 『용서의 나라』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적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놀라운 점은 가해자 역시 피해자만큼이나 복잡한 심정을 품고 있음으로 묘사가 된 것이다.

 

남자의 경우 20대가 넘어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세워갈 적에 의식적으로 더 깨끗한 ‘재료들’을 이용하려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나를 보는 기대, 내가 가진 정치적 신념, 자연에 대한 애정, 서핑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러나 과거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또한 남자는 지난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는데, 등에 털이 나는 등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제모를 해버리곤 하였다.

 

두 작가가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성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곳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불안을 잠재우며 시간을 보냈다는 상황이 역설적이었다. 책 중간에 여자는 남자를 만나 용서를 말하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자식들이 있고, 새로 약혼한 남자 비르디가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불안을 잠재우다

 

물론 약혼자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먼저 자신이 지난 과거 속 가해자를 만나러 가겠다는 사실은 알린 상태였다. 가족들의 걱정과 달리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별탈없이 흘렀다. 일주일의 시간동안 남자는 자신의 행위를 ‘강간’이라 올바로 인지했고 다음 순간 여자에게 ‘미안해’라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너를 진심으로 용서해’라고 말하게 되었다.

 

책은 단순히 두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남녀불평등이라는 큰 사회적 맥락 안에서 두 사람의 과거사와 강간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대화로서 설명되어갔다. 남성 우월주의로 인해 여성은 ‘당하는’ 입장으로 전락되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성폭력 문제를 극복하려면 공동체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잘못된 생각을 다듬어내고 노력을 합쳐야 했다.

 

이렇듯 자신들만의 의구심을 정의해나가며 둘의 과거 일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게 되어갔다. 여자의 경우 새로운 남자들과 육체적인 사랑을 할 때 마음이 몸에서 분리된 상태이기에 평안하지 못했었지만, 가해자 남친을 용서한 이후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책 『용서의 나라』는 정말 독특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앙금을 풀기위해 굳이 대면을 해야 했을까 궁금하게끔 구성이 되어있었다.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었다. 연인과 헤어지고서 미련이 남아있던 자가 우연한 만남이나 전화 한 통으로 연인에 대한 미련이 깨끗이 사라진 것. 이와 마찬가지로 두 작가도 만남이 끝나고 오히려 친밀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리라.

 

비로소 여자는 10대 때 멈춰버린 자신을 찾았고, 남자도 홀가분하게 자신의 잘못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며 용서를 빌었다. 특히 여자의 약혼남이 “이제야 정말로 당신이 돌아온 것 같아.”라는 말을 한 부분은 가해자와 만나고 온 여자의 상태가 꽤나 평온해 보임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순간의 판단과 잘못이 얼마나 오랜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삶을 괴롭게 하는지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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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력 - 한마디로 상황을 올 킬하는 7가지 말의 기술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안혜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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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제시한 단언력의 사례 … ‘일언력’

[리뷰] 『일언력』(가와카미 데쓰야, 안혜은 옮김, 쌤앤파커스, 2018.01.02.)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 말의 힘이 더욱 중요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모쿠슈라’.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나온 게일어이다. ‘나의 소중한 혈육’이라는 뜻이다. 최근에 알았는데, ‘슬로건’이란 말도 게일어라고 한다. ‘전장에서 외치는 함성’이라는 뜻이란다. 최근 읽은 『일언력』에 나오는 설명이다.

 

일본의 카피라이터인 저자 가와카미 데쓰야는 말의 힘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일언력인데, 그는 총 7가지를 제시한다. ▲ 요약력 : 군더더기는 다 버리고 오직 본질만 남겨라! ▲ 단언력 : 퇴로를 차단하고 질러라.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 발문력 : 임팩트 있는 질문 하나가 아이디어의 물꼬를 튼다! ▲ 단답력 : 공격이 최고의 방어, 어려운 질문은 빠르고 짧게 받아쳐라! ▲ 명명력 : 좋은 이름은 망한 상품도 다시 살려낸다! ▲ 비유력 : 100권의 책 내용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 기치력 : 마음을 움직이는 한마디로 청중을 사로잡아라!

 



요약력부터 기치력까지, 말의 힘을 찾아라

 

책에는 멋진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1984년 미국에선 로널드 레이건이 연임을 노리고 있었다. 이미 나아기 찰 때로 찬 레이건이었는데, 젊은 민주당의 먼데일 후보가 공개 토론에서 체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레이건은 자신은 상대방의 젊음과 미숙함을 들춰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뼈가 있는 한마디로 선거의 판세는 바뀐다.

 

또한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이치로가 빛을 내는 계기가 나온다.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즈키 이치로의 일화는 의도적인 이름짓기가 중요함을 일깨운다. 감독의 혜안으로 선발에 발탁된 그는 원래 이름 스즈키 이치로 대신 ‘이치로’로 바꾸길 제안 받는다. 이를 수락한 이치로는 타격왕 타이틀과 MVP 등 승승장구하며, 일본 야구선수로서 고유명사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명명하느냐에 따라 히트를 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려 있다.

 

어떻게 요약하고,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말의 힘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자의 얼굴은 이력사다”, “예술은 폭발이다”와 같은 문장들은 문화트렌드를 이끌고갈 힘이 있다. 특히 한 식당에선 장어가 귀해 메기로 보양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본인들에게 장어는 매우 중요한 음식이다. 그래서 그 가게는 ‘장어 맛 메기’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히트를 했다. 상품 명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다.

 

말의 힘을 키우기 위해 저자는 우선 전체를 요약하고, 그 다음에 3가지 항목의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면 좋다고 제언한다. 이는 회사나 학교생활에서 발표를 할 때 언제나 적용할 수 있다. 한편, 발표를 시작할 때 발문을 하면 좋다. 인간은 질문을 했을 때 답을 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형제는 어떻게 유인 동력 비행기를 가능케 했을까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혹은 TED의 명강연자 사이먼 사이넥처럼 몇 년 전 중요한 발견(골든 서클. ‘왜’의 중요성)을 했다면서 관객들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

 

말이 이끌어가는 문화트렌드와 히트 상품

 

요약에서 본보기로 삼을 만한 것은 일본 야후 토픽스다. 우리나라는 야후가 철수했지만 일본에선 야후가 잘 나간다. 야후는 뉴스를 13.5자로 압축해서 제시한다. 그 원칙은 기사 내용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가십거리 제공이나 독자를 낚기 위해 압축하지 않는다. 저자는 구체적 요약을 넘어 추상적 요약의 경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언력의 예시로 제시된 예수는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등으로 믿음을 주었다. 책에선 “단언의 핵심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자신 있는 태도’다”라면서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더욱 힘 있는 조언이 된다”고 밝혔다. 말의 힘은 믿음과 함께 배양된다.

 

언어 비만의 시대다. 노자와 장자는 ‘무용의 용’을 강조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도 쓸모 있을 때가 있다는 일침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필요한 말들이 너무 많다고 항변한다. 그래서 더욱 일언력이 중요하다. 좋은 말, 힘 있는 말을 만들어내기 위한 훈련을 매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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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레산드로 다베니아 지음, 이승수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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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죽음 이상을 보여주는 때 ‘돈 피노’ 신부

[리뷰]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알레산드로 다베니아 저, 이승수 역, 소소의책, 2018.01)

 

두 화자(프란체스코, 돈 피노 신부)의 목소리가 번갈아 작품에 나오는 책이 있다. 두 화자가 나온다는 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른 두 시각을 제공하거나, 두 화자가 대립되는 인물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알레산드로 다베니아 저, 이승수 역, 소소의책, 2018)는 대립되는 화자가 아니다.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는 화자들이다. 그런데도 화자가 둘인 것은 한 화자가 죽은 뒤 이야기를 이어갈 또 다른 화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요 배경은 난민촌과 같은 브란카치오이며, 사건은 브란카치오에 중학교를 세워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려는 신부의 노력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화자인 소년은 영국 옥스퍼드로 어학연수를 떠나려던 때 신부의 권유로 잠깐 브란카치오에 들렀다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된다. 소년은 브란카치오에서 일어나는 지옥과도 같은 일상들을 보면서, 내가 사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르면서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를 느끼게 된다.

 

브란카치오는 소년의 바로 옆 동네다. 그러나 하수 시설, 중학교, 공원이 없어 아이들은 성폭력, 절도, 강간, 살인 등의 위험에 노출된 채로 자라나고 있었다. 자신의 동네에서 평범히 얻을 것들이 옆 동네에서는 사치였다. 신부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한다. 신부는 종종 소년 또는 옆 동네 아이들을 만나 현실을 직시하게끔 만든다.

 

신부는 “만일 지옥에서 태어났다면 지옥이 아닌 것의 한 조각을 봐야 해. 그래야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지……. 거리가 아이들을 먹어치우기 전에, 아이들의 마음속에 딱딱한 껍질이 생기기 전에 아이들을 데려와야 해. 그래서 유치원과 중학교가 필요한 거야. 힘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며 자신이 살아 행동하는 이유와 목적을 밝힌다.

지옥 같은 브란카치오 … 대체 무슨 일이?

 

신부는 ‘지옥’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지옥은 연약한 몸, 즉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안다. 누군가가 아이들의 영혼을 없애기 전에 보호해야 한다.”와 같이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없는 장소 자체를 지옥이라 표현하였다. 브란카치오에선 너무 많은 아이들이 어둠 속 씨앗과 같아,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었다.

 

화자인 소년 역시 다른 운명을 타고났더라면 옆 동네 아이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신부는 지옥과 같은 브란카치오를 변화시키려면 마피아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무지와 가난에 맞서 끈질기게 인내심을 갖고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여름에는 재밋거리를 준비하고, 연극을 하게하고, 바다로 데려가 별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신부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브란카치오에 중학교가 세워지게 된다. ‘돈 주세페 풀리시’라는 이름으로 2000년 1월 13일에 개교를 하지만 정작 신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 전에 암살되었기 때문이다. 신부의 죽음에 대해서는 책 속에 많은 암시로 나타났다.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은 없는데, 밭에 뿌려진 씨앗 같은 아이가 너무 많다. 가시나무가 씨앗을 덮으려 하고, 배고픈 까마귀들이 먹어치우려 한다.”는 신부의 독백 부분이나 신부가 같은 건물 위층에 사는 경찰관 밈모로 인해 경호를 받는 느낌을 가지는 부분이 그렇다.

 

신부의 죽음과 제목의 의미

 

신부의 죽음 부분에서 나는 마침내 책 제목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묘사에 따르면 신부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멀리서 돌아오는 아들을 마중하러 달려 나가는 아버지처럼 미소를 지으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책 제목은 신부의 심정을 대표하는 문장이었다. 신부의 죽음은 전혀 슬프거나 안타깝게 그려지지 않고 오히려 음악처럼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돈 피노 신부가 자신의 운명을 애석해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아이들과 삶을 사랑하면서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에 다섯 가지를 애석해한다. 나의 성향에 따라 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대감에 갇혀 살았다는 점. 경쟁이나 결과물 때문에 혹은 결코 오지 않았던 어떤 것을 좇아서 여러 가지 관계를 무시하고 너무 열심히 일했다는 점. ‘사랑해’, ‘네가 자랑스럽다’, ‘미안해’라고 말하지 못한 점.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점. 더 행복하지 못했던 점 들을 말이다. 신부의 삶은 이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신부라는 화자가 죽고 남은 화자인 소년은 죽음 이후의 사람들의 행동 변화들을 묘사해 나갔다. 아이들과 마을 사람 모두가 신부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남자마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다. 신부는 하늘에서 지옥의 씨앗들에 단비를 뿌리는 존재가 되었고 마침내 중학교가 건설되고 아이들은 꿈의 씨앗을 싹틔울 수 있게 되었다.

 

신부는 자신의 죽음이 브란카치오 아이들을 살리는 마지막 절차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읽는 내내 희극을 읽는 듯 그리고 동화를 읽는 듯 아름다웠다.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지옥의 한 장면들과 죽음 모두가 아름답게 그려진 것은 신부와 소년이 품고 보았던 브란카치오에 대한 삶의 가능성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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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일자리의 미래 - 4차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 일자리 전망 10년 후 시리즈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지음 / 일상이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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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노예’가 아니라 ‘일의 주인’으로!

[리뷰] 『10년 후 일자리의 미래』(미래전략정책연구원, 일상이상, 2017.12.26.)


2018년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로 기록될 전망이 크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은 90% 정도가 되지만, 인공지능이 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미국에선 델파이 오토모티브가 올해부터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많은 택시 운전사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일자리의 문제는 둘째 치고 우선 도로교통법 규정(제49조)부터 손봐야 할 것 같다. 이 규정에 따르면, 운전자가 운전석을 떠나는 경우에 원동기를 끄도록 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자율주행차가 나올 수 있을까?


미래전략정책연구원장이자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주임교수인 박경식 저자는 『10년 후 일자리의 미래』에서 사람은 건강해진 신체로 적어도 75세까지는 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50년 이상 일해야 하는 시대에는 ‘일의 노예’가 아니라 ‘일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취업에 목숨 걸기보다는 창업 또는 창직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긱(gig) 경제 시대에 과연 어떤 일자리가 중요해질까?



일의 노예 < 일의 주인, 취업 < 창직


우선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각 부문의 경제는 위기의 상황이다. WEF(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은 11위였으나 현재는 26위이다. 그것도 4년이나 연속으로 그러하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과 IT 강국이었던 한국은 이미 그 명성을 글로벌 거대 기업들에게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학자는 2030년이 되면 일자리 20억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 가운데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책에 소개된 미래 일자리 중 눈에 띄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쓰레기 데이터 관리자 ▷ 미디어 윤리학자 ▷ 순간이동 장치 개발자 ▷ 암석실험 전문가 ▷ 무주지(어떤 국가의 주권도 미치지 않은 땅) 거래 전문가 ▷ 냉동보존기술 전문가 ▷ 데이터 모델러 ▷ 3D 프린팅 비용 산정전문가 ▷ 3D 프린터 신체장기 에이전트 ▷ (교통 관련) 충격 최소화 전문가 등.


이 책에는 ‘제1부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이 업계지도를 바꾼다’에서 물 수확 산업부터 실버산업까지 24가지 산업의 미래 지형을 살펴본다. ‘제2부 소멸하는 일자리, 성장하는 일자리’에선 정보통신부터 건설·서비스까지 각 부문을 살펴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우리나라 ICT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ICT 설비투자는 급감하고, 기술무역 적자는 심화하고 있다. ICT 산업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했고, 수출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ICT 종사자 증가율이 감소하고, 1인당 생산성이 하락했다.


『10년 후 일자리의 미래』는 ‘10년 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각 챕터에는 ‘10년 후 대한민국’란이 뒤에 있어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다. 다만, 책은 기존의 보고서들을 재구성한 느낌이 많아 관련 분야 종사자나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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