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복잡한 지옥 같은 현대사회 … 단순함을 꿈꾼다면

[리뷰] 『단순함의 철학』(엠리스 웨스타콧, 노윤기 옮김, 책세상, 2017.12.30)

 

이 책 매력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왜 중요한지 철학적으로 역설하는 『단순함의 철학』은 철학 전공자 교수의 심오함을 담고 있다. 특히 철학, 언어, 문학, 경제, 환경, 역사 등 융합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읽기에 수월하다. 첫 장부터 영어의 ‘소박함’ 관련 여러 단어들을 분석하며 시작한다.

 

『단순함의 철학』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동안 간과되었던 에피쿠로스 관련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에피쿠로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쾌락을 주장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쾌락이 아니다. 오히려 스토아학파만큼이나 중요한 절제와 중용을 강조한 게 바로 에피쿠로스학파다.

 

화려한 고층 아파트에 살더라도 인간은 주말이면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어 한다. 집에는 그 흔한 자연 환경에 대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곤 한다. 무슨 뜻일까? 아무리 좋은 곳에 살더라도 누구나 소박하고 단순한 자연 속에 살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돈이 많아도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다.

 

책의 말미에는 단순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한 삶은 삶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는 여전히 가장 확실한 길 중 하나이며,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단순하게 살아야 삶이 더욱 충만해지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 참으로 희한한 인생이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자연으로 회귀하고, 소박함을 꿈꾸다니.

 


단순함이 충만함이며 지혜의 길이다

 

철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 엠리스 웨스타콧이 쓴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스크루지들을 위한 철학의 변명’이다. 물론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추앙 받는, 단순한 삶의 철학에 대해 논한다. 책에 나오는 사례 중 하나는 미국 인디언 포틀래치이다. 이 풍습은 재산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개적으로 나눠주는 재산은 누가 얼마나 나눠줬는지 인정되고, 단순하고 나눠주는 삶이 실천된다. 축제 기간에 자연스레 이뤄지는 포틀래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대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할 문화이다.

 

웨스타콧은 단순한 삶을 사는 것과 공동체로 살아가는 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내가 대학원에서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차원의 공리이다. 저자에 따르면, 단순하게 사는 것과 현대문명의 과학기술을 즐기는 태도 사이엔 배치되는 게 없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건 공공재의 차원에서 필수 인프라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현대문명의 결실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한편,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문명의 달콤한 열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참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수용해야 한다. 책에 나온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은 긴장을 불러오고, 이는 일종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의지력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살고, 선택의 여지를 줄이면 우리는 에너지를 덜 소모할 수 있다.

 

공동체 사회와 단순한 삶의 철학의 조화

 

책에는 새겨들을 만한 좋은 글귀가 많다. 모두 단순한 삶을 강조하거나 성실한 노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의 관계는 할 얘기가 많지만 그 자체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는 남들보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신보다 남들의 의견에 더 신경을 쓴다”고 적었다. 에피크루소는 “자급자족의 가장 큰 선물은 자유이다”라고 밝혔다. 오스카 와일드는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허영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에픽테토스는 “환경이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는 실망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 아테네 시민들에게 자신의 동상을 세워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동상을 안 만들어줄 걸 알았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는 “신에게 부족한 것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가장 신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책에서 강조되듯, 태초의 시간엔 자연이 스스로의 법도이었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세상의 진리였고 길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복잡한 세계에 살게 되었을까. 그게 ‘지옥’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자. 우리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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