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4.0 시대 끌리는 기업은 고객서비스가 다르다 - 차별화를 넘어서는 유니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노하우
정원석 지음 / 라온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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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대기 시간 왜 그리 길까 봤더니...

『마켓 4.0 시대 끌리는 기업은 고객서비스가 다르다 (차별화를 넘어서는 유니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노하우)』(정원석 저 라온북 2019.01.09.)

 

종종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참 많이 기다려야 하는 실정에 답답함을 느낀다. 젊은 시절엔 가끔 콜센터 직원들과 싸우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 하면 참 창피한 일이다. CJ오쇼핑에서 고객서비스 관련 오랫동안 기획, 운영, 컨설팅 작업을 해온 저자 정원석 씨는 우리나라 고객서비스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마켓 4.0 시대에 걸맞은 고객서비스란 재구매율을 높이고, 아마존에 인수된 자포스처럼 차원이 다른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왜 그리 콜센터에 대기 시간이 늘어지나 했더니 직원들이 받는 전화 수가 너무 많아서였다. 온라인 신발 구매 사이트를 운영했던 자포스는 하루 5,000콜을 받는데 500여 명의 콜센터 직원들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콜센터는 하루 평균 약 4~5만여 전화에 700명의 콜센터 직원이 응대하고 있다. 자동응답기가 있다고 해도 참 많은 숫자다. 이로 인해 고객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한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포스 같은 경우, 자사 관련 고객 민원뿐만 아니라 별 희한한 문의까지 다 처리해주고, 얘기를 들어줬다고 한다.

 



전화 문의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

 

고객서비스를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는 어려운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고객’이란 스스로를 포함해 내부직원과 잠재적 고객까지 전부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는데 옛날 방식으로 친절과 ‘고객은 왕’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면 이젠 어려운 시대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콜센터 직원들은 이런 마인드로는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릴 따름이다. 저자인 정원석 씨는 어떤 고객에게 2시간 동안 욕을 들었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마켓 4.0 시대에는 1:1 대응이 아니라 1:N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SNS로 확산되는 불만의 목소리는 삽시간에 공유된다. 이 때문에 정원석 저자는 “VOC나 고객만족도는 평판의 형태로 다른 고객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파력이 큰 디지털 환경에서의 고객서비스는 기업 조직 기능의 끝단이 아닌 앞단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이라고 강조한다. 기업 고객서비스 관련 작은 목소리에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서비스를 “최고경영장의 철학”으로 규정한다.

 

현대의 고객들은 정말 까다롭다. 나부터가 그렇다. 빈곤한 주머니로 알뜰살뜰 구매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마켓 4.0 시대 끌리는 기업은 고객서비스가 다르다』는 그런 고객들을 설명하는 용어들이 나온다. ▶ 체리피커(Cherry Picker : 달콤한 체리만 골라먹고 가는 사람처럼 상품이나 서비스의 기능 중에서 혜택만 누리고 매출에 기여하지 않는 소비자) ▶ 쇼루밍족(showrooming :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물 상품을 만져보고 확인한 뒤 온라인을 탐색해 싸게 구매하는 사람들) ▶ 역쇼루밍족(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검색을 동시에 하면서 상품평과 가격을 조회한 뒤 매장 직원과 협상을 벌이는 고객). 고객들의 바람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그 누구든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원한다. 24시간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는 24시간 도움을 받길 동시에 원하는 것이다.

 

체리피커와 (역)쇼루밍족을 상대하기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고객들을 상대해야 할까? 정답은 “고객이 겪을 경험 환경에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 서비스를 하는 콜센터 직원이나 현장 담당자뿐만이 아니라 전 직원이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당연히 시스템을 통한 고객 감동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의 발생은 고객 응대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고객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부터 전사적으로 규정하고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계속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객서비스는 내부 직원마저 고객으로 규정해야 한다. 실제 책에는 내부 직원이 자사 구매에서 불만을 제기한 사례를 적시하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욱 생생하다는 의견이다. 문제가 반복된다면 프로세스의 부재가 아니라 민원 처리 방식, 즉 그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 정원석 씨는 이에 대해 적절한 비유로 설명했다. “하수도가 막히는 것은 하수관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물질이 쌓였기 때문이다.”

 

고객서비스 전문가가 되려면 단순히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객서비스 설계자로 거듭나야 마켓 4.0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의 불만에 대해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고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직업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이 재구매하는 ‘리텐션 마케팅(Retention Marketing : 기업 또는 단체가 기존에 확보한 고객들의 이탈률을 줄이기 위한 행위)’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CRM과 VOC를 결합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저한다.

 

마지막으로 매출 높은 기업들은 고객만족도가 높아서 꼭 그런 건 아니다. 고객서비스가 좋은 기업들은 매출 역시 높은 경향을 띤 것은 맞지만, 대부분 매출이 높다보니 고객만족도 역시 상승했다. 앞으로 고객서비스는 고객들의 불필요한 노력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비단 민간 기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공공영역 역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전 국민이라는 고객을 제대로 서비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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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사냥
박문구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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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문체들 녹아든 혼란한 청춘 ‘안개 사냥’

[리뷰] 『안개 사냥』(박문구 저, 경진출판, 2018.11.30.)

 

작가 박문구는 다섯 단편을 『안개 사냥』에 담았다. 작가는 강원도 삼척과 강릉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프로필에 자신은 떼술보다 혼술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이력은 단편 곳곳에 흩어져 있었는데, 소재에 바닷가나 강릉 또는 술자리가 꼭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단편「비」는 ‘김’이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선생님인 김은 부임한 곳에서 한 여선생을 만나는데 우연히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함께 탄다. 그리고 서로의 삶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선생님이 되기까지를 회상한다. 중학교 때 성적에 매우 좋았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실업계를 가려고 했던 그에게 학교 선생님이 용기를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김의 어려웠던 집안 사정을 알고 학교 선생님은 고등학교 등록금과 교육비를 내주었다. 김은 무사히 대학을 갔고 이후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까지 마쳤다. 그리고 우연히 자신의 학교에 들른 여선생님을 선생님의 신분으로서 만나게 된다. 여선생의 경우 유부남을 좋아했다가 포기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깡패였다. 사기 결혼이었다. 여선생은 체념한 듯 살아가고 있었다.

 

이야기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때로는 살면서 큰 긴장의 순간보다 잔잔함 속의 두근거림이 더욱 삶을 아이러니하게 만드는 법이다. 주인공은 학생들이 연탄불을 태우고 자다가 질식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여선생도 매우 충격을 받는다. 당시 김과 여선생은 서로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여선생도 얼마안가 생을 마감해버린다. 여선생은 임신 중이었고 유서에는 김과의 애칭인 ‘나너’라는 단어가 빼곡했다. 이 부분에서 나조차 소름이 쫙 돋았다. 잔잔함 속의 폭풍과 같았다. 김은 이후 선생 자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몽환적인 일상에 내재한 갈등

 

단편「구덕포 가는 길」은 제목만 봐서는 예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그러나 내용은 현대적이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경험이리라 생각이 든다. 주인공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대학생이다. 그는 밤이 늦은 시각 집으로 가게 된다. 이야기는 집이 있는 구덕포까지 걸어가면서 주인공의 생각으로 채워진다. 독특한 구성이었다. 주인공의 의식과 무의식이 번갈아 나타나며, 무의식 속에서 밤의 정령이 나와 주인공을 걷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유인즉, 주인공에게 집은 공포의 공간이었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가출, 그리고 새엄마의 주사. 집에 가야할 이유는 어린 남동생 때문이었다. 남동생에게 핸드폰을 선물하기 위해, 그것으로 앞으로 남동생과 멀리서나마 소통을 하기위해 늦은 시각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찾아가는 집이지만 이상하게도 눈앞이 캄캄하고 자꾸 길을 잘 못 들었다. 일부러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지 못하게 정령이 다리를 잡아끄는 듯했다. 마지막 부분을 보자니 결국 주인공은 집 근처에 다다라 더는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단편「겨울 바다」는 대학 선배인 경규 형의 죽음을 조문하러 성호라는 주인공이 어촌을 찾으면서 벌어진다. 경규 형은 바다 위에서 엔진을 고치다가 큰 배에 치여 죽었다. 성호는 경규 형 주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와중에 형과 관련된 주변인들에 대한 뒷담 화를 듣는다. 우연인지 성호는 어촌에서 한때의 애인과 사랑을 완성하게 된다. 그런데 그 시각 경규 형의 친동생이 여자 문제로 살인을 당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했던 순간이었다. 성호는 이 체험에서 큰 충격을 받고 차마 자신의 애인을 쉽사리 만날 용기가 없어 문자로 훗날을 기약한다.

 

단편「안개 사냥」은 대기업을 나온 중년의 주인공이 시골에서 요양을 하던 중 안개 속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며 마음이 바뀌는 이야기다 이 마을은 안개가 짙다. 주인공과 여인은 가까워지지만 주인공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이 소설은 마치 김승옥의『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한다. 희미한 주인공들의 삶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히 그렇다.

 

전반적으로 소설들이 김승옥의 문체와 비슷했다. 그만큼 잔잔한 일상 안의 회오리를 잘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삶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듯했다. 단편 곳곳에 주인공들의 삶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는 아마도 저자의 삶일 것이리라 생각된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한 부분과 바닷가 마을인 점, 그리고 글쓰기를 인연으로 삼게 된 점. 작가는 자신의 삶을 덤덤한 문체로 묘사해나갔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혼란의 시기를 겪었는지가 뚜렷이 드러냈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글로서 묘사하며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고 있었나보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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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교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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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티가 열린 날 금지된 집에 찾아가보니...

[서평]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교관, 꿈공장플러스, 2019. 01.27)

 

책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의 작가는 사진 편집을 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풍자문학을 주로 쓴다. 책에는 여러 단편들이 실렸으며 초단편부터 중단편까지 분량은 다양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면서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까지 다양한 사건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썼다.

 

단편 중 하나인 「로비의 남자」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양말 가게 건너에 앉아 며칠 간 가게를 쳐다보는 남자를 마주한다.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게 끌렸다. 주인공은 남자를 쳐다보던 중 과거 만났던 여자와의 회상에 빠진다. 회상 속에서 주인공은 손톱과 관련한 일화가 많았고 이는 헤어진 여자와도 관련이 있었다. 책 뒷부분에서 길 건너 남자가 쳐다보는 것이 주인공 가게 선반의 손톱 깎기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주인공의 불안도 점점 갈등을 향하다가 해소된다.

 

또 다른 단편인 「번개 맞는 인간」에는 학창시절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차례나 번개를 맞고도 멀쩡한 남자이야기가 나온다. 당연 남과 다른 결과로 인해 남자는 주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남자가 다시 한 번 번개를 맞고 살아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언론은 남자를 이용해 돈벌이로 쓰고 사람들도 관심을 갖지만 이후 6년간 번개를 맞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자 남자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하나의 배경에 숨은 다양한 의미


이 소설집은 3인칭 같은 1인칭 소설이다. 원거리에서 근거리로의 변화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예로 단편「김밥과 부탄가스」의 경우 이런 문단이 나온다.

 

“은숙과 내 눈은 튀어 나올 지경이었다. 부탄가스가 터지기라도 하면 모두 죽음이다. 라는 생각이 은숙과 나의 머리에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요함을 유지했다.”


주인공 머릿속의 감정묘사가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묘사되어 일기와 같이 느껴졌다. 독자로서 완전히 책 속으로 빠질 여지가 없었다. 조금 멀리 두고 묘사를 했다면 실감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다음과 같이 문장을 바꿔 장면과 거리를 두었을 것이다.

 

“부탄가스가 방 한 켠에 폭탄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은숙은 두려움에 눈이 튀어 나올 지경이었고 머리를 감싸면서 부탄가스로부터 피하려고 애를 썼다. 한동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어릴 때 읽었던『파란수염』이라는 잔혹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파란 수염은 한 남자 이야기로, 이 남자는 벌써 여러 차례 아내를 맞았다. 그런데 이전에 같이 살았던 아내들이 계속해서 사라져 나쁜 소문에 휩싸여 있던 남자였다. 어느 날 새로운 여자가 그의 아내가 되고 그 여자는 파란 수염에게서 여러 방 열쇠를 받으면서 한 곳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다. 방마다 온갖 보석이 가득했다. 여자는 금지된 방에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약속을 어기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간 사라진 아내들의 시체가 걸려있었다.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에서 주인공은 거의 한 달에 네 번씩 파티가 열리는 마을에 산다. 파티가 열리는 집은 매번 다르다. 파티가 열릴 적에 마을의 모든 곳은 조화를 이루고 활기에 넘쳤다. 파티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지중해식 요리가 선보여진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랫동안 파티가 열리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심지어 의사 가족과 몇몇 사람들은 마을에서 사라지기까지 했다. 어느 날 주인공 소년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집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은 마을 이장과 이장 밑의 각 장들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항상 며칠 전부터 그 집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져왔다. 주인공은 금지된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특별한 요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안에 온갖 죽은 고기들이 있었고 마을을 떠난 줄 알았던 의사 부부의 해골도 있었다. 파티 준비로 떠들썩하고 생기 있는 바깥 마을과는 전혀 다른 죽음의 공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인육에 중독된 자들이었던 것이다.

 

소설들은 이처럼 독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끌고 나간다. 다만 문장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단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작가인 만큼 소설 속 배경들은 하나로 밀집되어 있었다. 그 한 순간에서 벌어지는지 일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깊은 면을 다시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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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 - 우리 시대 문화예술인들이 말하는 나답게 사는 20가지 방법
신희지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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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고통스럽지만 자유로이 '나답게 산다'

[서평] 『나답게 산다 (우리 시대 문화예술인들이 말하는 나답게 사는 20가지 방법)』(신희지, 꿈의지도, 2019.01.03.)

 

저자 신희지 씨는 '나답게 산다'라는 책의 부제가 말하듯 우리 시대 문화예술인들 20명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리산 행복학교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작가는 전직 잡지사 기자이기도 했다. 문화예술인들 중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 예를 들어 김미화, 전유성, 김명곤, 안치환, 백창우, 이준익, 이철수, 권해효, 임동창, 류근 등과 더불어 내겐 낯설은 최정화, 유진규, 안은미, 김홍희, 김동유, 김광석(기타리스트), 이채훈, 신관웅 등도 알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독하게 외로웠지만 자기 극복을 했다는 점이다.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고 자신의 길을 간 문화예술인들이기에 이 시대가 여전히 이들을 조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답게 산다』의 제일 첫 번째 인터뷰이는 김미화 씨이다. 그녀는 개그우먼에서 시사 라디오 MC를 맡고, 현재 용인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카페를 운영 중이다. 김미화는 외로움이라는 게 사실은 우리에게 아주 큰 보물이라고 강조한다. 아주 좋은 말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웃기는 사람이 우스운 사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이다. 웃기지만 우스운 사람은 아니다. 촌철살인이다. 김미화는 자신의 묘비명에 '웃기고 자빠졌네'를 새기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강조하는 행복이란 그걸 알아차리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책을 좋아하고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조용헌 씨의 내용 역시 인상 깊었다. 그는 불교를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이규태 코너'의 바통을 이어받아 <조선일보>에 오랫동안 칼럼을 써오고 있다. 자살에 대한 독특한 내용이 있다. 대개 자살하는 사람들은 노력을 믿으며 적극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너무 적극적으로 살아 왔기에 해도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조용헌 씨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 구분조차 혼란스러울 때가 생겨버리는 것이다."고 조언해줬다. 그는 행복 상류층이 되길 바란다. 행복을 과시하는 건 자발적으로 가난해지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비로소 보인다.



 

삶이 아니라 욕망을 포기해야 하는 법

 

판화가 이철수 씨의 내용 역시 눈에 띄는 게 많았다. 특히 스승에 대한 부분은 반성을 하게 된다. 오랜 동안 좋은 스승을 찾아 헤맸다. 왜 나에겐 남아 있는 스승이 없을까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스승은 스승의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법. 왜 스승이 필요한지부터가 출발점이다. 마음의 갈피를 잡고 싶다면 스스로 중심을 잡는 거 우선이라고 이철수 씨는 강조한다. 머리보단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 이철수 씨는 "어쩌면 진짜 스승은 자취가 없는지도 모른다며, 눈에 보이는 선생은 선생이 아니다."고 얘기해준다. 또한 나이 들어서 쓸 돈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죽도록 쓸 마음 걱정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외에도 정말 구구절절 마음에 새길 만한 글들이 많다. 시인 류 근 씨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산다. "새로운 고통이 배달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상처를 통해 공감을 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로 내몬다. 무용가 안은미 씨는 다름이 가장 아름답다면서 학생들이 야생의 들판에서 마음껏 자신을 펼치도록 내버려둔다.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는 예술이라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바로 진짜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화가 김동유 씨는 화가의 자존감이라는 건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래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려 하기보단 내가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그림이다. 작곡가 임동창은 바람처럼 그 무엇에도 걸리지 말고, 억지도 쓰지 말고 신명나게 노는 게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고 알려줬다. 모두들 정말 다 도인들 같다.

 

내공을 가진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통을 인내했고, 그 속에서 자유로웠다. 학문도 예술과 같아서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나도 학문을 예술로 승화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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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걸음 - 박이도 詩 선집
박이도 지음 / 시간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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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시'를 권하다

[리뷰] 『가벼운 걸음 (박이도 시 선집)』(박이도, 시간의숲, 2019.01.15)

 

여기 멋진 시가 있다.

 

「돌밭에서」= 너는 지상의 별/ 아직 이름 할 수 없는/ 원시의 형상// 물먹은 강돌이/ 제 색깔로 드러나며/ 꽃의 형상을 짓는다/ 햇빛 먹은 물돌은/ 살아나는 몸짓으로/ 새의 형상을 짓는다/ …….

 

박이도 시인의 시집 『가벼운 걸음』에 나온다. 이번 시집에서 박이도 시인의 주요 글 소재는 자연과 인간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과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표어까지 시에 녹여 철학적인 감정들을 선보였다. 자연을 중심으로 삶과 사회를 그린 것이다.

 

간혹 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할 때면 강한 화끈거림이 밀려온다. 마음의 비밀과 타인의 심리를 꿰뚫은 듯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있다. 며칠 전 답답함에 한강을 찾아 강변을 따라 걸은 적이 있다. 미세먼지가 뿌옜고 멀리 롯데타워가 겨우 보일 정도였으며 그 주변으로는 구름이 솟은 듯 빌딩과 산이 보이지 않던 날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리 두 개를 지나가던 때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다리 위에서 한 남자가 무어라 악을 지르고 있었다. 난간에 상체를 걸치고 있어 위태로워보였다.

 

몇 차례 고함을 지르던 남자는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그저 한 없이 오래도록 강 멀리를 쳐다보았다. 이후 난 남자보다 먼저 강변을 떠나갔기에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날 남자는 아마 나처럼 강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먼 곳을 보며 답답함을 뻥 뚫고 싶었을 것이지만 눈앞은 더욱 뿌옇기만 했다. 그래서 악을 질렀는지도 모른다.

 


답답한 현대인에게 들려줄 시

 

이상하게도 그날의 답답했던 나보다도 그 남자에게 이 시집을 먼저 읽으라고 선물하고 싶은 심정이다.

 

「시간1」= 허물어지는 것들이 보인다/ 겨울 하늘/ 허옇게 부서져/ 태고처럼 손닿지 않는 정다움/ 벋어가는 인정의 끄트머리에/ 티끌로 날리는 석양이 보인다//

성채가 무너지고/ 산이 떠밀리는/ 생생한 그림이 펼쳐진다/ 철새가 날고/ 뒤로 달리는 시간이/ 불빛처럼 번쩍인다/ 밝은 날빛을 밀어내고/ 완강한 어둠의 병사가 다가와//

드디어 기침하는 내 영혼/ 잊혀졌던 시간이 보인다/ 무너진 허공으로/ 철새처럼 돌아오는 영혼….

 

「시간4」= 미지의 시간/ 신화의 세계/ 신의 나라/ 그 시간의 영원함//

내 안의 환상이여.

 

「해는 지는데」= 해는 지는데/ 아직 갈 길은 멀고/ 누구 하나 말벗이 없구나//

서산에 불타는 해님은/ 뉘엿뉘엿 사라지며/ 네 가는 길의 끝은 어디냐고/ 조용히 묻고 있지 않는가//

멧새들이 소곤대며/ 잠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나를 외롭게 한다//

……. 내가 걸어온 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오열」= 울고 싶은 밤이다/ 먼 강가에 서린 정적,/ 밤 낚시꿈의 헛기침이/ 조용히 파문 지는 수면에/ 피를 토해 달을 그리듯/ 나의 진실은 울고 싶은 밤이다/ …….

 

시는 남자에게 자기를 올바로 표현하는 거울이 돼줄 것이다.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할 용기를 얻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을 것임을. 그림자조차 없던 그날 저녁, 오히려 우주의 그림자가 지상에 휑했다.

 

감정이 응축된 판도라의 상자, 시

 

기원전 388년 플라톤은 아테네의 지도자들에게 모든 시인과 이야기꾼들을 추방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권위적인 인간형이었던 플라톤은 그들이 사회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감정에서 나오는 위협이 두려웠던 차였다. 왜냐하면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공개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을 다루지만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내밀기 때문이었다.

 

예술이 가진 유혹적인 정서 안에 그 아이디어들을 밀봉해 넣어 거짓말을 폭로하고 변화를 향한 열망에 영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작가들이 권위를 위협한다고 플라톤은 믿었다. 이번 박이도 시인의 글들을 보자면 너무도 암담한 현재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었다. 유혹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보게 하는 진실인 것이다.

 

『가벼운 걸음』에는 플라톤이 두려워하는 정서가 담겼다. 작가는 자신의 판도라 상자에서 시를 꺼내 읽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당당하게도 ‘가벼운 걸음’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시를 읽은 이들의 몸에서 눈물의 무게가 빠지며 집으로 되돌아가는 걸음이 가벼워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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