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교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파티가 열린 날 금지된 집에 찾아가보니...

[서평]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교관, 꿈공장플러스, 2019. 01.27)

 

책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의 작가는 사진 편집을 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풍자문학을 주로 쓴다. 책에는 여러 단편들이 실렸으며 초단편부터 중단편까지 분량은 다양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면서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까지 다양한 사건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썼다.

 

단편 중 하나인 「로비의 남자」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양말 가게 건너에 앉아 며칠 간 가게를 쳐다보는 남자를 마주한다.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게 끌렸다. 주인공은 남자를 쳐다보던 중 과거 만났던 여자와의 회상에 빠진다. 회상 속에서 주인공은 손톱과 관련한 일화가 많았고 이는 헤어진 여자와도 관련이 있었다. 책 뒷부분에서 길 건너 남자가 쳐다보는 것이 주인공 가게 선반의 손톱 깎기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주인공의 불안도 점점 갈등을 향하다가 해소된다.

 

또 다른 단편인 「번개 맞는 인간」에는 학창시절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차례나 번개를 맞고도 멀쩡한 남자이야기가 나온다. 당연 남과 다른 결과로 인해 남자는 주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남자가 다시 한 번 번개를 맞고 살아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언론은 남자를 이용해 돈벌이로 쓰고 사람들도 관심을 갖지만 이후 6년간 번개를 맞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자 남자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하나의 배경에 숨은 다양한 의미


이 소설집은 3인칭 같은 1인칭 소설이다. 원거리에서 근거리로의 변화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예로 단편「김밥과 부탄가스」의 경우 이런 문단이 나온다.

 

“은숙과 내 눈은 튀어 나올 지경이었다. 부탄가스가 터지기라도 하면 모두 죽음이다. 라는 생각이 은숙과 나의 머리에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요함을 유지했다.”


주인공 머릿속의 감정묘사가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묘사되어 일기와 같이 느껴졌다. 독자로서 완전히 책 속으로 빠질 여지가 없었다. 조금 멀리 두고 묘사를 했다면 실감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다음과 같이 문장을 바꿔 장면과 거리를 두었을 것이다.

 

“부탄가스가 방 한 켠에 폭탄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은숙은 두려움에 눈이 튀어 나올 지경이었고 머리를 감싸면서 부탄가스로부터 피하려고 애를 썼다. 한동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어릴 때 읽었던『파란수염』이라는 잔혹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파란 수염은 한 남자 이야기로, 이 남자는 벌써 여러 차례 아내를 맞았다. 그런데 이전에 같이 살았던 아내들이 계속해서 사라져 나쁜 소문에 휩싸여 있던 남자였다. 어느 날 새로운 여자가 그의 아내가 되고 그 여자는 파란 수염에게서 여러 방 열쇠를 받으면서 한 곳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다. 방마다 온갖 보석이 가득했다. 여자는 금지된 방에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약속을 어기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간 사라진 아내들의 시체가 걸려있었다.

 

「오늘은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다」에서 주인공은 거의 한 달에 네 번씩 파티가 열리는 마을에 산다. 파티가 열리는 집은 매번 다르다. 파티가 열릴 적에 마을의 모든 곳은 조화를 이루고 활기에 넘쳤다. 파티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지중해식 요리가 선보여진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랫동안 파티가 열리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심지어 의사 가족과 몇몇 사람들은 마을에서 사라지기까지 했다. 어느 날 주인공 소년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집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은 마을 이장과 이장 밑의 각 장들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항상 며칠 전부터 그 집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져왔다. 주인공은 금지된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특별한 요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안에 온갖 죽은 고기들이 있었고 마을을 떠난 줄 알았던 의사 부부의 해골도 있었다. 파티 준비로 떠들썩하고 생기 있는 바깥 마을과는 전혀 다른 죽음의 공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인육에 중독된 자들이었던 것이다.

 

소설들은 이처럼 독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끌고 나간다. 다만 문장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단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작가인 만큼 소설 속 배경들은 하나로 밀집되어 있었다. 그 한 순간에서 벌어지는지 일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깊은 면을 다시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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