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 - 꿀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이상열 지음, 박다솜 그림 / 너와나의농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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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세계 … 35℃의 과학

[서평] 『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 (꿀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이상열 글, 박다솜 그림, 너와나의농촌, 2018.10.06)

 

꿀벌은 전체 수분 활동의 약 70%를 담당한다. 그만큼 생태계의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들이 열매를 맺기 힘들며, 인간을 과일을 먹을 수 없다. 그리고 전 세계는 식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에 따르면 꿀벌은 약 1억만 년 전 공룡 시대 때 출현했다. 꽃이 있어 꿀벌이 나타난 건지, 꿀벌이 있어 꽃이 진화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둘은 지금껏 공진화를 해 온 것은 틀림없다.


책은 꿀벌의 중요성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꿀을 먹을 때 주의 사항과 효능, 그리고 꿀벌 집단의 생활사가 소개됐다. 아쉬운 건 봉분이나 양봉의 실상이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내용이 쉬웠으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눈의 피로도 감소했다. 그러나 만약 꿀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일 경우 책의 내용이 너무 가벼워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여타 다른 꿀벌 책과 생물학 교과서에 무수히 나온 이야기들로, 책『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만의 특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적으로 보금자리를 선택하다

 

꿀에도 채취하는 밀원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과 맛 그리고 향을 가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같은 꽃이라도 환경과 채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꿀의 종류로는 꽃의 꿀, 나무의 꿀, 허브의 꿀, 너트의 꿀, 과일의 꿀, 감로밀이 있으며 모두 맛보고 싶을 정도 향과 맛,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꿀벌 집단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여왕벌이다. 여왕벌은 9-옥소디시노익산이라는 지방산을 분비하여 일벌들의 난소 발육을 억제하고 지속적이고 진정한 사회를 영위하게 한다. 만약 여왕벌이 없어질 경우 일벌 전체는 먹이 전달 과정과 상호 접촉 과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꿀벌 집단의 탄생은 태아가 엄마의 몸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새 꿀벌 집단은 기존의 꿀벌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새 여왕벌이 성장하여 기존 꿀벌 집단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즈음 원래 있던 여왕벌은 보금자리에서 떠날 준비를 한다. 기존 집단을 새 여왕벌에게 물려주고서 말이다. 물론 이사 전에 꿀벌들은 새로 이사할 군락과 그 주변을 살피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보금자리를 결정하는 것에는 꿀벌들 전체가 나선다. 일명 ‘정찰벌’들이 사방으로 날아 새로 보금자리 터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이 찾은 보금자리 정보를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몸을 흔들어댄다. 일벌들은 정찰벌들이 흔드는 몸의 정보를 읽으며 보금자리가 얼마나 높이 있고, 여기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어떤지 등을 파악한다. 여러 정찰벌이 가져온 정보를 비교하며 고민을 한다. 만약 이 중 일벌들 마음에 드는 보금자리가 없을 경우 정찰벌들은 불평 없이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벌들 사이에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결과다.

 

자궁과 같은 꿀벌 군락

 

꿀벌은 35℃가 되어야 비행을 할 수 있다. 일벌들은 비행 근육 두 쌍을 수축하며 몸을 떨면서 몸이 달아오르게 한다. 이후 일벌들은 기존의 여왕벌과 함께 벌집에서부터 급류처럼 쏟아져 나온다. 기존의 여왕벌은 원래 군집에서 70% 가량의 일벌을 데리고 떠나며 남은 30% 일벌은 새 여왕벌과 함께 군집을 키우며 살아갈 것이다. 군락은 새 여왕벌로 인해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고 남는 것이다.

 

꿀벌 하나하나는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와 같다. 여왕벌과 일벌 그리고 수벌이라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사회인 것이다. 여왕벌은 2~3년을 사는 동안 약 5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여왕벌이 정자를 사용하지 않고 알을 만들 경우 이는 수벌로 성장한다. 반면 정자를 사용하면 암벌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몸으로 치면 세포들이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는 격이다. 여왕벌이 낳은 알들은 3일 만에 부화한다. 일벌은 단백질에 꿀과 꽃가루를 섞어 유충들에게 먹인다. 여기서 유충 몇 마리의 운명이 나뉜다. 성충이 되기까지 단백질, 즉 ‘로열 젤리’만을 받아먹었다면 그 유충은 여왕벌이 되며, 이렇게 새 여왕벌이 또 탄생하게 된다.

 

벌집은 포유동물의 자궁과 같이 안전한 공간이다. 안에는 육각 모양으로 구멍이 숭숭 나 있다. 구멍 안에는 알과 유충, 꿀 등이 들어있다. 유충들은 35℃의 따뜻하고 깨끗한 구멍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수많은 일벌들이 구멍 속을 35℃가 되도록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꿀벌은 초개체로 움직인다. 모든 꿀벌은 자신들만의 일이 있다.

 

인간이 배워야 할 꿀벌의 사회성

 

꽃가루와 꿀을 모으거나 수집하거나, 침입한 낯선 벌을 내쫓거나, 벌통이 더워졌을 때 물을 뿌리며 부채질하거나, 벌집이 추울 경우 날개 근육을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거나, 나쁜 공기가 있을 경우 벌집을 환기하거나, 여왕벌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계속 닦아주거나, 죽은 애벌레나 벌을 벌집에서 제거하는 등 일벌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 이러한 벌들은 꿀을 먹으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수집벌들은 벌집에 꿀이 떨어지지 않도록 꽃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꿀벌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를 익히며 진화해 왔다. 혹시 초기 인류가 꿀벌을 보고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진 않았을까. 사회성을 키우고 교류를 해야만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꿀벌의 능력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우리 인간은 꿀벌들로부터 더 무엇을 배우고 또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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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담요 푸른도서관 81
김정미 지음 / 푸른책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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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분장하고 가면을 쓴 청소년들의 일상

[서평] 『파란 담요』(김정미 저, 푸른책들, 2019. 02)

 

소설 『파란 담요』는 나를 몇 번이나 놀라게 한다. 우선 글을 쓴 작가가 남학생이 아닌 30살을 훌쩍 넘긴 한 아이의 엄마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나이 대의 작가가 쓰기에는 대화와 문체도 거칠고 완성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나는 처음에 이 책이 습작 중인 어린 학생의 작품일 거라 여겼다.

 

요즘 책을 통해 어떠한 감동이 전해 오고 또 책을 덮고도 그 감동이 지속되는지를 살피는 게 일상이 되었다. 소설『파란 담요』를 읽기 전 하필 안톤 체호프의 소설들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두 작품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김정미 작가 작품들의 경우 내레이션이 길어 이상하게도 소설 속으로 깊이 집중되지 않았다. 또한 문장 이음새가 삐꺽거렸는데 글을 한 번 쓰고 더는 퇴고를 안 한 정리되지 않을 글과 같았다. 소설 속 상황들이 잡다하게 늘어지고 있었기에 퇴고를 통해 탄탄하게 잡아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추가적으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이라면 인물 간 대화가 많은 편이고 흐름이 빨라 쉽게 읽혔다. 아쉬운 점이라면, 청소년 소설이지만 내용이 풍부하지 않았기에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었더라면 훨씬 좋은 효과를 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화체가 일반적인 문장과 달리 조금 어색했다. 예로 주인공 학생이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 부분에서 할머니가 “너랑 살고 싶어서 왔어. 나는 너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는데, 넌 내가 싫은가 보구나?”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할머니’라는 언급이 없었더라면 주인공 친구가 말했다고 믿을 정도로 나이 지긋한 할머니의 말투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잡다하게 나열된 청소년의 일상

 

단편『피에로는 날 보며 웃지』는 피에로 분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 어느 모임에 초대되었는데, 참가 조건으로 피에로 분장을 하여야 했다. 주인공은 부끄러운 나머지 피에로 분장을 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이미 많은 친구들이 피에로 모습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주인공은 얼핏 옆의 거울을 봤는데 자신도 피에로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피에로 분장만 하면 없던 용기가 생긴다.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내 안에 용기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을 거다.>

 

자신을 숨기고 싶은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나타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으로 내보이는 피에로가 인터넷 상의 익명을 의미하는지, 심리적 불안을 내포하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을 숨기는 매개물로 ‘피에로’라는 소재를 썼다는 건 너무도 진부했다. 또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억지로 교훈을 쥐어주려는 불편함이 있었다. 주인공이 갑작스레 피에로가 된 부분에서 “원래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피에로 같이 자신을 숨기고 웃는다.”는 문장이 비슷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주제를 억지로 전달하려는 글의 경우 다음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글이 어떠하였는지 아무 감흥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여운이 없는 것이다.

 

또한 문장에 설명식 독백이 많았다.

 

<피곤하다. 이제 그만 자야겠다. 나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사람의 뇌는 멍청해서 눈을 감고 있으면 진짜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입 꼬리를 올리고 있으면 거짓이더라도 정말 웃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나는 멍청한 뇌를 속이기 위해 눈을 꼭 감았다.>

 

이런 설명 전개가 청소년 소설에 어울리고 소설에도 어울리는지가 문제였다. 마치 에세이와 같이 느껴졌다.

 

단편『크리스마스에 N을』을 보면 주인공 남학생은 인터넷으로 ‘N’이라는 여자와 연락을 하게 되는데 크리스마스에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던 어느 날 여자의 연락처가 사라져버렸다. 주인공은 여자를 찾기 위해 사진을 토대로 학교, 집 근처를 떠돌았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그저 약속 날 약속 장소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남자인 ‘N’을 보게 됐다. 주인공은 이런 말을 했다.

 

<“너도 변신술에 능했구나. 고양이나 산타가 아니어서 다행이랄까?”>

 

그런데 주인공의 말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담담했다. 전혀 놀라지도 않았고 마치 이미 전날 만났던 친구를 눈앞에서 본 사람과 같이 행동했다. 책을 덮고 드는 생각은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고 사건의 전개를 우연과 긍정으로 구성한다 하더라고 규칙이란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책의 문구들은 청소년 소설에 맞게 활기에 넘쳤다. 다만 불안하고 규칙을 무시하려는 청소년들처럼 소설도 아무렇게나 편하게 쓰여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서 시답잖은 대화를 나열하고 문장을 과격하고 놀라운 표현으로만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청소년이 주인공이라 한다고 꼭 청소년 소설이 되지는 않는다. 정돈된 문장으로 나름의 가벼운 성찰을 할 만한 거리가 들어가야 했다. 특히 억지로 의미를 만들기보단 흥미와 재미를 우선으로 두고 다음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레 의미를 찾도록 유도해야 했다. 요즘 청소년들도 어른 만큼이나 책을 읽을 줄 안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과 사물을 바라보는 모습도 어른처럼 배운다. 그렇기에 청소년 문학이라고 거친 문장만으로 이루어지거나 스마트폰, 유튜브 같은 유행물질을 과다하게 넣기만 해서는, 잠깐의 흥미만 불러올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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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혁명
조은준 지음 / 북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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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명’, ‘행복’에 대한 작은 성찰

[서평] 『개인 혁명 (조용하지만 강력한 인생의 기술)』(조은준, 북산, 2019.01.08.)

 

이 책은 레스토랑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의사인 작가 조은준 씨가 유학 간 아이를 통해 성찰한 기록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 덕분에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공부해야 하는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개인 혁명’을 틈틈이 적어나갔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중간에도 나오지만 너무 어려운 시나 긴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바로 『개인 혁명』이다.

 

책에서 크게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우선 ‘교육’이다. 우리는 흔히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그런데 조은준 씨는 학생의 재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교육은 재능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에게서 어떡하면 재능을 찾아내어 끄집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능을 발견하는 건 그 아이의 잠재력을 미래의 관점에서 예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10대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어른으로서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10대들 역시 다른 시절과 똑같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 10대야말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며 존중받아야 할 시절이라는 뜻이다. 창의적인 교육과 인생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서구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교육이 게임이나 도전이 아니라 안전하고 착실하게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발명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새로운 관점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재능 없는 학생에게서 재능 발견하기

 

그 다음 책에서 눈에 띄는 건 ‘혁명’이다. 과연 무엇이 혁명인가?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웅은 열정을 계산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혁명, 특히 개인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혁명은 바로 생활혁명인 셈이다. 그런데 혁명을 한다고 외치면 혁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산을 움직이겠다고 세상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라 고요하고 깊은 산이 스스로 되는 것이 필요하다.

 

혁명은 응당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남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혁명은 교육과 직결된다. 도전하고 불확실성에 모험을 할 수 있는 자만이 몸을 던질 수 있고 호기심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은 모험에 나설 때부터 결과를 결정할 정도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가운데 이미 그 결과가 결정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혁명의 여정은 지난하겠지만 천천히 가야 하는 것이다. 빨리 이루려는 건 무한한 시간에 도전하는 것이고 결국 타들어 갈 수 있다. 조은준 씨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불같은 열기의 따가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 심해지면 병들게 된다.”고 적었다. 이제 자연스레 혁명의 결과인 행복도 성찰해볼 수 있다.

 

산을 움직이지 말고 산이 되어라

 

인생이란 행복보다는 변화의 묘미를 추구하는 게 그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저자는 적었다. 조금 보수적일 수도 있겠으나 운을 좇기보단 움직이지 않는 게 때론 이익일 수도 있다. 그동안 언제나 고요함을 추구해왔는데, 사실 이 고요함을 추구하는 데서 불안과 우울이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에 고요함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걸 추구하다보니 불안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은준 씨는 “어쩌면 약간의 배고픔이 식욕을 돋게 하는 것처럼 약간의 모자람이 있는 과거가 있는 추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면서 “살아가는데 별 방해가 안 되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이 삶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석하며 사는 방법이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제대로 즐긴 적이 있었는 게 반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보면 시간을 할애한 것 자체가 기술이고 행복이라고 한다. 내가 마치 어제 죽은 사람인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더욱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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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리랑 17:20≠1:1.2≠1/1.2=1:2=1/2 - 그는 혼자였습니다
남도현 지음 / 페이퍼르네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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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하는 아버지를 <자본론>으로 되돌아보다

[서평] 『혼자 아리랑 17:20≠1:1.2≠1/1.2=1:2=1/2 (그는 혼자였습니다)』(남도현, 페이퍼르네상스, 2019. 01.11.)

 

만화 작가의 삶을 엿보고 싶은가. 『혼자 아리랑 17:20≠1:1.2≠1/1.2=1:2=1/2』을 보시라. 책 표지에 ‘그는 혼자였습니다.’라고 적힌 명함이 붙어 있고, 반투명 띠지가 둘러져 있는 고독한 작가의 삶이 다뤄진 책이 있다. 작가가 겪은 일상을 철학적으로 조명한 11가지 에피소드가 책에 담겨 있다.

 

만화 속 배경은 작가가 작업을 하는 농촌이고 인물로는 작가 외에 백구, 아버지, L, 스승이 나온다. 프롤로그 소개에 의하면 이 책은 작가가 시골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투쟁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만화를 집중적으로 그리기위해 깡촌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란, 낡은 것이 이탈하는 고통이자 생을 다시 살리는 연료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사를 가면서 미련을 두었던 것을 과감히 처리하는데 그만큼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책의 그림들은 매우 디테일했다. 농촌의 나무와 이파리가 세밀하고 뚜렷했는데 아쉬운 건 그림에 배경의 모든 것은 한 컷에 담으려다보니 너무 현란하여 정작 글씨를 읽기가 버거웠다는 점이다. 작가는 만화를 그리며 현실도피를 해왔다. 그건 어릴 때부터 이어진 습관이었다. 하지만 결국 만화 세상에서 창조되는 자들은 현재 작가의 습관과 같은 인물들이다. 결국 현실을 벗어날 수 없고 조금 비틀 수 있을 뿐임을 작가도 깨닫게 된다.

 



고독한 에피소드들

 

세 번째 에피소드는 ‘노동’이 나온다. 작가는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와 가장의 책임감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일만하는 삶을 지양했고 결국에는 돈이 풍요의 전부가 아니라고 자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이르기까지 깊어진다. 철학적 내용에 이어 작가는 다시금 일만 하는 아버지를 다시 돌아본다. 그때 아버지의 노동이 새롭게 보이게 된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교회에 다니기 싫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이야기이며, 다섯 번째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해나가지 못하던 성격을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이 경우 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을 빌려서는 ‘배워가는 인간’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를 맺었다.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고독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고독을 삶의 부분으로 가지고 살 것이기에 특히 흥미로웠다.

 

일곱 번째 에피소드는 새벽이다. 새벽이라는 어휘에 걸맞게 흑백의 만화 세상에서 인물은 달빛과 같은 노란 옷을 입고 있었다. 원고 마감에 쫓겨 작가는 여러 차례 밤을 새야 했다. 그러나 피로를 이기기 힘들어 종종 새벽에 일어나려고 하지만 늦잠을 자기 일쑤다. 그러한 에피소드 중간에 니체 이야기가 나오면서 “니체는 헤겔과 달리 밤이 아닌 정오에 집중했다. 생성의 아침, 그림자가 가장 짧은 순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철학자 설명에 대한 부분들은 독특했지만 이야기 흐름을 막아 버린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세밀하고 빽빽하고 현란한 배경 묘사들

 

아홉 번째 에피소드에 이르러서야 책 표지에 소개된 등장인물 중 하나였던 ‘스승’이 나온다. 아주 잠깐 나오고 사라졌다. 그래서 분량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 인물이 주요인물 소개로 나온 것이 의아했다. 이외 죽음, 사랑 등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만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 그림에 여백이 너무도 없어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또한 죽음과 관련한 성찰 부분에서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나온 것은 적당해보이지 않았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철학자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끝이 나곤 했는데, 이후 앞선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도 명확치 않았다.

 

물론 이야기에 깊이를 주기위해 철학자와 현학적 이야기를 끌어들인 건 독특한 구성이다. 그러나 ‘사랑’ 에피소드를 예로, 작가가 애인과 싸우고 한창 부정의 골이 깊어진 전개 순간 철학자의 말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세상 누구라도 사랑할 수 없어요.’와 같은 정 반대 심상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야기에 대한 감정 변화를 정반대로 바꾸어 혼란을 야기한다. 이야기 하나를 진득하고 깊이 있게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자잘한 단편을 11개나 소개하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어버린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림이 좀 더 단순했으면 좋았겠고 불필요한 배경도 제거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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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원칙 - 최고의 기업에서 배우는 인재경영 전략
신현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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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료, 훌륭한 인재와 협업이 가장 큰 보상

[리뷰] 『사장의 원칙 (최고의 기업에서 배우는 인재경영 전략)』(신현만, 21세기북스 2019.01.24.)

 

한겨레신문사 기자 출신의 저자 신현만 씨는 인재 양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겨레신문사 자회사 한겨레커뮤니케이션스에서 사장을 하면서 경제 주간지 등을 발간해왔다. 물론 많은 직원들과 함께 했으며, 현재는 커리어케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어떻게 하면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를 영입하고 양성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기업 혁신의 원천은 돈보다는 사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 엔진이 잘 돌아야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1803 ∼1873)는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다른 쇠사들이 강해도 약한 고리 하나 때문에 그 쇠사슬은 下품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력 약한 인재가 다 깎아먹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기업이라도 저질의 인재 1명 때문에 망할 수가 있다. 한국 사회는 현재 중국의 맹추격에 의해 여러 모로 힘들다. 한국 기업의 성장 정체는 분명 인재, 즉 사람의 성장 정체에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골은 교육까지 확장된다.

 

저자 신현만 씨는 투자수익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바로 인적자원과 인재관리라고 한다. 신사업을 하거나 새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인재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성과가 가장 많이 난다는 것이다. 잘 하는 직원은 원래 잘 하기 때문에 성과가 많다. 그런데 최하위 직원은 개선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 책에선 상위 5% 이내 직원과 하위 5% 이하 직원을 예를 들었다. 전자는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올려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봉급을 많이 줘도 되고, 후자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기대가 가장 크다.

 

그래서인지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투자에 열을 올린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유능한 동료야말로 회사 차원에서 가장 큰 보상이라고 했다.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그 자체로 좋은 직장이라는 뜻이다. 좋은 CEO가 되려면, 유능한 사람들을 어떻게든지 본인의 기업에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렇다.

 


훌륭한 인재야말로 가장 큰 보상

 

고객을 최고로 대우하는 기업문화로 전 세계를 감동하도록 만든 신발회사 자포스는 아마존에 인수됐다. 그것도 정말 고액으로. 자포스는 ‘홀로크라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관리자 직급을 없애 상하 위계질서에 의한 의사 전달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포스는 고객과 직원을 정말 최고로 대우해준다. 물론 직원들이 모두들 보상을 결정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들은 입소문이 난,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회사를 아예 인수해버리기도 한다. 이를 ‘어크하이어(acq-hire)’라고 한다. 어크하이어는 ‘인수(acqu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 인수’이다. 기업이 인수합병되면 인재들 역시 따라오기 마련이다.

 

기업은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저자 신현만 씨는 “전력투구를 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발 걸치기 식으로 진행한다면 신규사업은 애초부터 성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면서 “기업 환경이 불확실한 시대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누가’ 혁신을 이끌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 CEO는 사장으로서 더욱 큰 사명을 띠고 있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바로 팀을 구축하는 역량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후계자를 간택하는 일이다. 외부 압력이나 친분 때문이 아니라 정말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외국 기업들은 정말 오랫동안 후계자를 물색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후계자를 잘 못 찾는 것은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도, 손정의도, 잭 웰치도 모두 뛰어난 후계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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