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 - 꿀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이상열 지음, 박다솜 그림 / 너와나의농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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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세계 … 35℃의 과학

[서평] 『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 (꿀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이상열 글, 박다솜 그림, 너와나의농촌, 2018.10.06)

 

꿀벌은 전체 수분 활동의 약 70%를 담당한다. 그만큼 생태계의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들이 열매를 맺기 힘들며, 인간을 과일을 먹을 수 없다. 그리고 전 세계는 식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에 따르면 꿀벌은 약 1억만 년 전 공룡 시대 때 출현했다. 꽃이 있어 꿀벌이 나타난 건지, 꿀벌이 있어 꽃이 진화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둘은 지금껏 공진화를 해 온 것은 틀림없다.


책은 꿀벌의 중요성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꿀을 먹을 때 주의 사항과 효능, 그리고 꿀벌 집단의 생활사가 소개됐다. 아쉬운 건 봉분이나 양봉의 실상이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내용이 쉬웠으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눈의 피로도 감소했다. 그러나 만약 꿀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일 경우 책의 내용이 너무 가벼워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여타 다른 꿀벌 책과 생물학 교과서에 무수히 나온 이야기들로, 책『약탈자의 소중한 친구 꿀벌』만의 특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적으로 보금자리를 선택하다

 

꿀에도 채취하는 밀원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과 맛 그리고 향을 가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같은 꽃이라도 환경과 채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꿀의 종류로는 꽃의 꿀, 나무의 꿀, 허브의 꿀, 너트의 꿀, 과일의 꿀, 감로밀이 있으며 모두 맛보고 싶을 정도 향과 맛,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꿀벌 집단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여왕벌이다. 여왕벌은 9-옥소디시노익산이라는 지방산을 분비하여 일벌들의 난소 발육을 억제하고 지속적이고 진정한 사회를 영위하게 한다. 만약 여왕벌이 없어질 경우 일벌 전체는 먹이 전달 과정과 상호 접촉 과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꿀벌 집단의 탄생은 태아가 엄마의 몸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새 꿀벌 집단은 기존의 꿀벌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새 여왕벌이 성장하여 기존 꿀벌 집단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즈음 원래 있던 여왕벌은 보금자리에서 떠날 준비를 한다. 기존 집단을 새 여왕벌에게 물려주고서 말이다. 물론 이사 전에 꿀벌들은 새로 이사할 군락과 그 주변을 살피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보금자리를 결정하는 것에는 꿀벌들 전체가 나선다. 일명 ‘정찰벌’들이 사방으로 날아 새로 보금자리 터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이 찾은 보금자리 정보를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몸을 흔들어댄다. 일벌들은 정찰벌들이 흔드는 몸의 정보를 읽으며 보금자리가 얼마나 높이 있고, 여기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어떤지 등을 파악한다. 여러 정찰벌이 가져온 정보를 비교하며 고민을 한다. 만약 이 중 일벌들 마음에 드는 보금자리가 없을 경우 정찰벌들은 불평 없이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벌들 사이에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결과다.

 

자궁과 같은 꿀벌 군락

 

꿀벌은 35℃가 되어야 비행을 할 수 있다. 일벌들은 비행 근육 두 쌍을 수축하며 몸을 떨면서 몸이 달아오르게 한다. 이후 일벌들은 기존의 여왕벌과 함께 벌집에서부터 급류처럼 쏟아져 나온다. 기존의 여왕벌은 원래 군집에서 70% 가량의 일벌을 데리고 떠나며 남은 30% 일벌은 새 여왕벌과 함께 군집을 키우며 살아갈 것이다. 군락은 새 여왕벌로 인해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고 남는 것이다.

 

꿀벌 하나하나는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와 같다. 여왕벌과 일벌 그리고 수벌이라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사회인 것이다. 여왕벌은 2~3년을 사는 동안 약 5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여왕벌이 정자를 사용하지 않고 알을 만들 경우 이는 수벌로 성장한다. 반면 정자를 사용하면 암벌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몸으로 치면 세포들이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는 격이다. 여왕벌이 낳은 알들은 3일 만에 부화한다. 일벌은 단백질에 꿀과 꽃가루를 섞어 유충들에게 먹인다. 여기서 유충 몇 마리의 운명이 나뉜다. 성충이 되기까지 단백질, 즉 ‘로열 젤리’만을 받아먹었다면 그 유충은 여왕벌이 되며, 이렇게 새 여왕벌이 또 탄생하게 된다.

 

벌집은 포유동물의 자궁과 같이 안전한 공간이다. 안에는 육각 모양으로 구멍이 숭숭 나 있다. 구멍 안에는 알과 유충, 꿀 등이 들어있다. 유충들은 35℃의 따뜻하고 깨끗한 구멍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수많은 일벌들이 구멍 속을 35℃가 되도록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꿀벌은 초개체로 움직인다. 모든 꿀벌은 자신들만의 일이 있다.

 

인간이 배워야 할 꿀벌의 사회성

 

꽃가루와 꿀을 모으거나 수집하거나, 침입한 낯선 벌을 내쫓거나, 벌통이 더워졌을 때 물을 뿌리며 부채질하거나, 벌집이 추울 경우 날개 근육을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거나, 나쁜 공기가 있을 경우 벌집을 환기하거나, 여왕벌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계속 닦아주거나, 죽은 애벌레나 벌을 벌집에서 제거하는 등 일벌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 이러한 벌들은 꿀을 먹으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수집벌들은 벌집에 꿀이 떨어지지 않도록 꽃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꿀벌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를 익히며 진화해 왔다. 혹시 초기 인류가 꿀벌을 보고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진 않았을까. 사회성을 키우고 교류를 해야만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꿀벌의 능력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우리 인간은 꿀벌들로부터 더 무엇을 배우고 또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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