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아름다움 - AI, 빅데이터에 숨어 있는
우쥔 지음, 한수희 옮김, 권재명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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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량은 불확실성과 직결 … 수학의 아름다움

[리뷰] 『AI, 빅데이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아름다움 : 구글 연구 개발자가 들려주는 알고리즘 속 수학 이야기』(우쥔 지음, 한수희 옮김, 권재명 감수, 세종서적, 2019. 01. 28.)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호도법’이란 게 있다. 반지름과 호의 길이를 이용해 전체 360도를 기준으로 각을 재는 방법이다. 그 방법을 고안한 사람은 천동설을 체계화 한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한다. 이런 내용은 구글 개발자였던 우쥔이 쓴 책 『AI, 빅데이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아름다움』에 나온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이라는 오류로 악명이 나 있지만, 우쥔에 따르면 수학과 천문학에 많은 공헌을 했다.

 

구글차이나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올바른 수학 모델은 형식이 간단해야 한다”면서 책을 쓴 의도는 “IT 회사의 공학 주관자들이 부하 직원을 잘 인솔해서 공학 수준을 높이고 짝퉁을 멀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색을 하지 않고는 하루도 못사는 세상이 되었다. 즉, 포털사이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을 바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형성돼 ‘페이지랭크’나 스팸 처리 등이 일어나는지 저자 우쥔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허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수학이다.

 



올바른 수학 모델과 짝퉁 멀리하기

 

컴퓨터가 자연어를 처리하는 건 그동안 참 어려웠다. 예를 들어, 두 문장이 있다고 하자. The pen is in the box.와 The box is in the pen.(울타리). 첫 번째 문장은 해석하기 쉽지만, 두 번째 문장은 pen이 울타리란 뜻을 갖고 있다는 건 알아야 한다. 즉, 모든 단어나 문장은 맥락을 알아야 하는 것이고, 자연어를 기계가 이해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

 

책에는 수학과 관련한 여러 흥미로운 내용이 있는데, 그중 세 가지만 소개해보자. 먼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은 ‘3’이 한계치라는 점이다. 책에는 추장 얘기가 등장한다. “두 추장은 누가 말한 숫자가 더 큰지 비교하는 시합을 했다. 한 추장이 고심 끝에 '3'을 말했더니 다른 추장이 한참 생각한 후 네가 이겼다고 했다.”

 

다음으로 로마 숫자 얘기다. I, II, III까지는 쉽게 이해하지만, IV와 VI는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 헷갈렸다. 그런데 로마 숫자의 디코딩 규칙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작은 숫자가 왼쪽에 오면 뺄셈이고 오른쪽에 오면 덧셈인 것이다. IV는 5-1=4, VII는 5+2=7, IIXX는 20-2=18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건 ‘정보량’에 대한 것이다. 정보량은 불확실성과 연관돼 있다. 모르는 일들은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즉 불확실성이 크면 정보량이 많이 요구된다. 하지만 많이 알고 있는 건 불확실성이 적기 때문에 정보량이 많이 필요 없다. 즉, 정보량은 불확실성이다.

 

책에는 어려운 수학공식도 많이 나온다.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탐독한다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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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유지하는 법
미멍 지음, 원녕경 옮김 / 다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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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이라 욕했던 작가에게 ‘좋아요’ 남기는 세상

[서평] 『개떡 같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유지하는 법』(미멍 저, 원녕경 역, 다연, 2019. 01.28)

 

유튜브 영상을 둘러보다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다큐를 시청했다. 그 친구의 나이 겨우 40대 중반이었다. 돌아가신 그의 삶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 듯했다. 한없이 젊을 줄만 알았던 우리가 학창시절 친구의 부고를 접하게 될 경우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이 안 간다.『개떡 같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유지하는 법』의 작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통틀어 놀라운 이야기를 건넸다.

 

미멍은 중화권 작가로 꾸준히 글을 써오는 가운데 30대에 들어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했다. 주위에서 ‘늦었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작가는 ‘늙음’에 대해 생각을 했고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기에 이르렀다. “늙음이란 겁이 많아지는 것이다. 늙으면 바나나를 하나 사더라도 덜 익은 바나나는 고르지 못한다. 바나나가 익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죽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시나리오를 처음 공부하기에 그만큼 통째로 외우거나 여러 번 돌려보아 필기를 하면서 열심히 익혔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세상에 대한 도전’이 주제고, 2장은 ‘노력의 필요성과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주제다. 그리고 3장은 ‘노력을 통해 능력과 부와 명성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4장에서 8장까지는 이 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여성이 첫 연애를 하면서부터 결혼 생활을 하기까지 긴 기간을 설명하였는데, 때문에 책의 독자층은 젊은 여성이 적합해보였다. 작가는, 남자에게 자신의 삶을 의지 말고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여성이 되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사회는 결국 훌륭한 사람이 중심이다

 

작가는 기자 시절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진심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바로 어느 업계든 그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람, 가장 성공한 사람은 재능, 노력, 인맥, 수단 중 적어도 한 가지는 남보다 월등하며 그 월등함이 더할수록 더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한때 잘 나가는 친구들을 질투했다. 특히 출발점이 같았던 친한 친구의 성공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질투의 대상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여 높은 위치에 올랐는지 깨닫고는 그것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아 더욱 열심히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서 강조된 소재 중 하나는 ‘인맥’이었다. 베이징대학교의 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맥은 일종의 ‘가치 교환’으로, 쌍방 모두 이용 가치를 지니고 있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우정은 이익이 아닌 감정적 교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인맥은 우정과 달랐다. 인맥의 진짜 의미는 성공으로 향하는 경로가 아니라 성공 후에 따르는 결과인 것이다.

 

무엇보다 인맥은 수준이 맞아야 한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유명인사와 사진을 찍고 모 업계의 거물과 악수를 했다고 하여 그들이 나의 인맥이 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눈에 우리는 그저 투명인간일 뿐이다. 저자에 의하면 남들에게 존중과 찬사를 받을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먼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신이 ‘병신’이라고 욕했던 시나리오 작가가 대박을 치자, 올라오는 게시물 족족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눌렀으며 또 자신의 SNS에 그 작품을 극찬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대단한 필력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은 이렇게 잔혹하고 세상은 이토록 현실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건 나의 전문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기술을 높이기 위해 백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사회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작은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 때 수많은 기회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내가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 되었을 때 원하는 모든 것이 알아서 나를 찾아오는 법이라고 저자는 적었다.

 

자신을 다스리고 상대를 공감하게 하는 EQ

 

지식만큼이나 EQ도 중요하다. EQ가 높다는 건 제대로 말을 할 줄 안다는 의미다. 저자는 춘제 때 마카오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남편은 사람이 많을 거라 반대했지만 저자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장장 다섯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지고 있던 통행증을 분실해 맥도날드에서 하룻밤을 새워야만 했다. 그럼에도 남편은 핀잔을 주는 대신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저자는 그게 지금껏 큰 고마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베이징대학교 초대 총장인 후스는 높은 EQ를 지닌 대표적 인물로 거의 화를 내지 않기로 유명했다. 화를 내는 것이 일종의 추태라고 말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 화가 날 때면 10초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이처럼 EQ는 하드 파워의 일부분이다. 상대에게 하는 말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가에 따라 당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책에 EQ를 높이는 대화법 몇 가지가 소개되었다. ▶ 상대가 아무리 바보 같은 말을 해도 진지하게 “맞아요.”하고 말해주고 나서 상대의 말을 확장하듯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라. ▶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는 “OO 씨 고맙습니다.”처럼 호칭이나 상대의 이름을 넣어라.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처럼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말을 덧붙여라. ▶ ‘우리’, ‘저희’ 같은 단어를 자주 말에 첨가하면 사이를 좁힐 수 있다. ▶ 칭찬을 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콕 짚어 말하라.

 

▶ 사교 모임에서는 소수파의 기분을 고려해, 모두가 대화에 동참할 수 있는 화제로 이야기를 나눠라. ▶ “내 말 이해했어?”, “내 말 알아들었어?”라는 말보다는 “내가 제대로 얘기했나?”라고 바꾸면 지적의 대상이 남이 아닌 내가 된다. ▶ 재미있는 셀프 디스로 고급 유머를 시도하라. ▶ 자신의 비참했던 경험을 말하는 것도 상대를 위로하는 방법 중 하나다. ▶ 정말로 존중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상대는 가족, 배우자, 친구이다.

 

개떡 같은 세상에서 즐거우려면, 노력하 

 

요즘은 한 직장에 다니며 밥 벌어먹고 사는 게 철밥통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게 철밥통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있으며, 부모가 늙어가는 속도보다 자신의 성공 속도가 앞지르도록 노력 중에 있다.

 

책은 어떤 면에서 소설처럼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또한 자극을 주었다. 작가는 ‘악착같이 살아라.’, ‘사회에서 살려면 돈을 벌어라.’는 등 자본주의 인식을 강하게 품고 있었다. 중화권이건 우리나라건 그러한 인식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책은 여러 유명인사와 개룡인(개천에서 용난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화려한 문장들로 용기를 주는 여타 자기계발서와 달리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실천을 강조하게끔 이끌었다. 이상보다는 체감을 하게끔 하는 책인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선택의 자유가 생기고 심지어 인격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은 잔소리를 듣고 질책을 받고 무시를 당해도 싸다.”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 아님을 깨닫는 때가 빈번하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 있음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음을 잘 알면서도 온 힘을 다해 쟁취하려 할 때, 우리는 개떡 같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유지할 자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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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콜릿
양소영 지음 / 젤리판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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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이루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

[서평] 『인생은 초콜릿』(양소영(변호사) 저, 젤리판다, 2018.12.19)

 

한 때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 적이 있었다. 수많은 패널 가운데 이웃 아주머니처럼 친근한 한 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는데 그 사람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인생은 초콜릿』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분을 만났고 왜 그토록 프로그램 상에서 한 맺힌 말들을 많이 내뱉으셨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책은 변호사가 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었지만 또한 그 나이대의 어머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의 시각으로도 쓰였다. 저자는 사법시험에 여섯 번이나 낙방하고서 일곱 번째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녀의 나이 31살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바로 개업 변호사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개업을 한 탓인지 나이가 어리다며 무시하는 의뢰인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채용한 나이 지긋한 분마저도 몇 달 근무하더니 돈을 빌려 달라며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변호사 생활

 

저자는 현재 어엿한 중년 여성 대표 변호사다. 요즘 건강관리 겸 취미로 수영과 수상스키를 배우고 있으며, 훗날 요트 운전하는 법까지 배워 망망대해로 나아가 거대한 파도와 마주하고 싶다는 소망을 지녔다. 양 변호사는 의뢰인의 배신과 빚더미에도 올랐고,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힘겹게 노력했으며 온몸이 부서지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몇 시간 동안 펑펑 울기도 했다.

 

양 변호사는 자신을 삶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항상 답을 아는 상태에서 도전한 것이 아니라 일단 ‘제가 해보겠습니다!’ 하고 손을 번쩍 든 후 두 근 반 세 근 반 떨리는 마음으로 한 발씩 내딛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덧붙였다. “여성들은 자신이 능력을 지나치게 신중히 판단한 나머지 새로운 일을 맡는 데 주저하고, 나아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자 낮게 판단한다.”

 

일을 하는 와중에 양 변호사는 돈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으로 돈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게 되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부의 기준을 정하고, 그 이상 벌면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기로 말이다. 또한 더 이상 돈을 인생의 목표로 두지 않고, 수익률 연 3% 이상의 투자는 하지 않는 것 역시 기준으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늙어서까지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도전하며 사회를 바꾸려는 여성

 

책은 변호사가 된 이후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했다.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하며 자기자랑을 하기 일쑤인 여타 책들과는 달랐다. 흥미로운 실제 사례를 각 장마다 실어 이야기 흡입력이 강했다. 우리나라 법을 설명하면서 편법으로 인해 억울해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이러한 법들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워킹맘으로서 겪은 심정과 미투 이야기가 책의 뒷부분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둔 여성이었다.

 

의뢰인들은 가정문제 특히 남편과의 문제로 찾아온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남을 사랑하면서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좋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이 가정에서 희생을 하게 될 경우 그 희생하는 사람은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기에 허무한 생각을 한다. 심하게는 불행감까지 느낀다.

 

양 변호사는 무언가를 덜 이루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적었다. 꿈과 성공을 이루고 돌아섰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상황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멈추면 좋겠다고 말할 때 멈출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인 것이다.

 

『인생은 초콜릿』을 보자니 양 변호사는 정말로 노력한 자였다. 개업 초기에 선배 변호사들을 찾아다니며 “저 이번 달에 사건이 없습니다. 한 건만 같이 일하게 해주세요.” 하고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서면 쓴 것 좀 봐 주세요.” 하며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녔다. 그런 그녀를 선배들은 내치거나 무시하지 않고 받아 주었다. 양 변호사는 한 선배 변호사의 조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양소영 변호사의 도장이 찍힌 서면을 받았을 때 상대편이 긴장하는, 그런 실력자가 되어야 한다. 양 변호사는 진흙 속에 묻힌 진주다. 변호사로서 재능이 있어 보이니, 그 흙에서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근배 시인의 시『살다가 보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살다가 보면 우리는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지고, 눈물 흘리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 고비를 지나면, 삶이 더 단단해진다.>

 

양 변호사는 셋째를 출산하고 구안와사에 걸린 뒤 앞만 보고 바쁘게만 살아온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됐다. 죽음까지 생각하고 나자 삶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게 된 것이었다. 지금은 그녀 혼자 시작한 사무실이 어느덧 법무법인 승인으로 성장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특정 직업을 가진 한 개인이라는 점만 빼면 가정을 가지고 국가에 속한 평등한 국민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변호사나 다른 직업인들이나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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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 - 오아시스 신기루
주진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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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청춘의 고통과 좌절, 죽음 '스물다섯 살'

[서평] 『스물다섯 살 (오아시스 신기루)』(주진주 저, 매직하우스, 2019. 01.25)

 

우리나라 신인 작가의 주요 소재는 ‘청춘’인 듯하다.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으며 아픔을 위로하려는 예술가들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로서 제대로 청춘의 고통을 그린 작가는 거의 없다. 『스물다섯 살 (오아시스 신기루)』은 작가가 직접 겪은 스물다섯 살을 그린 건지, 아니면 일반적인 이십대 중반의 위태로움을 형상화한 건지 모를 독특한 소설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었다. 장르는 거의 에세이에 가까웠다. 소설의 일반적인 규칙과 갈등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사건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남의 일기를 몰래 읽는 듯했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냥 잘까. 아냐, 씻고 자야해. 그런데 너무 귀찮은데. 오늘만 안 씻고 자면 안 될까. 진짜 너무 귀찮은데. 그러다 피부 뒤집어지면 어쩌려고, 병원에 가야만 하잖아. 돈 엄청 깨질 텐데.>

 

그리고 소설 시작부터 주인공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불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묘사되지 않아 독자로서 주인공 심리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과 융합되지 못하니 내용이 동떨어진 듯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주인공이 꿈에서 낯선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됐다.

 

<나는 왜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두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까?>

 

이 두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야기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두 남자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이와 비슷하게 마무리가 덜 된 문장들이 소설 내내 걸쳐 있다는 점이 소설을 미완성이라 느끼게 했다.

 



20대 청춘의 불안을 묘사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25살의 여성이다. 작가는 25살 여성의 생활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중간 중간 과거의 이야기들이 보조 내용으로 끼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주인공의 부정적인 삶과 생각으로만 끝까지 흘렀다. 끝까지 읽고 나자 불편함과 안타까움이 남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몰랐다. 또한 책은 주인공 혼자만의 느낌이 가득했고 주변 묘사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배경은 고시원이 주였고, 주요 사건은 가난에서 벗어나 작가가 되고픈 여성의 몸부림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1장을 시작하고도 조금 지난 <오줌발>이라는 부제에서부터였다. 여기서부터 구체적으로 주인공의 집이 묘사되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항상 스스로를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다독이며 크게 될 것임을 희망했다. 혼잣말을 자주하는 인물이었다. 주인공이 겪는 일은 성장통과도 같았다. 소설 속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그런데 소설 처음에는 주인공의 26살로 시작했지만 갑자기 25살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 부분이 있어 조금 혼란을 주었다.


주인공은 대박의 꿈을 안고 상경을 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 면접을 보며 생활비를 마련하려 애를 썼다. 주인공이 겪은 일은 여러 문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더 이상 이력서 한 장만 들고 다니며 면접을 보는 시대는 벌써 끝이 났다. 시장에 제공되는 일자리에 비하여,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하고 싼 가격에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와 같이 일반적인 독자라면 알만한 사실을 나열한 문장이 많았다.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왜 이 부분을 읽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이러한 거친 사회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독특하게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주인공이 입사 면접에서 면접관과 대화하는 부분은 생생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여의도를 처음 갔을 때 사방을 보며 서울의 거대함을 감탄하는 부분 역시 앳되게 그려졌고 역시나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영어학원에 면접을 보아 강사가 되었지만 월 100만원 남짓의 돈으로는 생활이 힘들었으며 일 역시 힘들어 결국 1년 만에 그만두었다.

 

<가장 인생에서 예뻐야 할 스물다섯은 불안과 압박에 억눌러져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끝이 났다.>

 

고양이가 차지하는 희미한 분량

 

2장에 들어서 주인공은 길고양이 3마리를 처음 만나게 됐다.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면서 점점 고양이를 자신과 같이 가엽다고 여겼다. 때문에 고양이들이 병에 걸렸을 때 어렵사리 모은 돈을 치료비로 썼고, 죽었을 때는 슬프게 울었다. 고양이 죽음을 엄마에게 말하며 울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고양이 장례비가 아깝다는 등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히 고양이 한 마리는 살아남았고, 주인공은 왜 외로운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는지를 깨닫게 됐다. 소설의 끝은 애매하게 마무리되었다. 이후 주인공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뜬금없이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왔다.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우선 재미가 없다. 그리고 글이 다듬어지지 않았고 표현들이 거칠었다. 물론 절망적인 20대 중반의 인물을 대표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들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욕설과 거친 어휘가 아니라도 충분히 불안한 청춘을 드러낼 수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힘든 스물다섯 살에 대한 작가만의 통찰이 담겨있지 않았다. 고양이가 나온 부분은 너무도 띄엄띄엄 이었고, 그래서 고양이와 독자만의 끈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작가는 독자가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또 청춘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를 제공하지 못했다. 그저 ‘현재에서 벗어나려는 한 청춘’을 그려내기만 했다. 책 내용 중에 ‘미국 유학’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차라리 이때와 관련한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한국생활과 비교해, 미국 청춘과 한국 청춘의 모습을 그려냈더라면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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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삶 내면의 삶 2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김진주 옮김 / 청년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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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고독'의 반대말은 찾을 수 없네

[리뷰] 『내면의 삶』(크리스토프 앙드레, 김진주, 청년사, 2018.12.18)

 

지난해 말 지인에게서 유발 하라리 교수가 명상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세계의 유명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했다. 이 책 『내면의 삶』을 보니 명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저자는 의사이지 불안과 우울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온 장본인이다. 그는 삶의 철학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면의 삶'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는 "몸과 마음의 느낌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파도이자,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비가시적이고 무한한 현상들"이라면서 "우리 영혼의 희미한 속삭임. 세상을 우리 안에 받아들이는 일이며, 우리가 그 세상을 지각하고 이해하여 세상이 주는 교훈을 제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내면이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를 파고 들었다.

 

심리학에는 1인칭, 2인칭, 3인칭 접근법이 있다고 한다. '내면의 삶'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1인칭 심리학에 가깝다. 그렇다고 '내면의 삶'이 단지 안으로만, 안으로만 지향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외부로 제대로 나가기 위한 방법이 사실은 내면의 삶이다. 안으로 제대로 들어 가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말 우리 삶의 진실 된 선물은 우리 안에 있을지 모른다.

 



내면의 삶을 보고 외부로 나가자

 

아무리 안을 들여다본다고 해도 쉽게 나의 내면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내면이 언제나 고요하고 평온한 것만도 아니다. 차라리 내면을,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것들을 내버려둘 때 우리는 더욱 내면을 더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명상과 내면을 들여다보기가 가능할까?

 

책에 나오는 여러 화두 중에서 '고독'이 있다. 고독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흥미로운 건 '고독'의 반대말은 규정하기 쉽지 않다. '고독'의 반대말은 함께 하기, 동반 정도일 것이지만, 정확히 반대가 되는 말은 알지 못한다.

 

또한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행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일이라고 한다. 어떤 꿈을 꾸거나 무언가를 시행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회한이 바로 후회라는 것이다. 아울러, 책에서 눈에 띄었던 단어는 '마음챙김(mindfulness) vs 마음놓침(mundlessness)'이다. 우리의 마음이란 의도적으로, 일부러라도 멈추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명상은 의도적으로 해보는 것이다.

 

용서는 지우는 게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든가, 자기반성은 자기학대나 자기만족을 피해야 한다는 점, 행동이 따르지 않는 수용은 포기일 뿐이고, 수용이 없는 행동은 충동일 뿐이라는 저자의 일침은 경종을 울린다. 유대감의 세 가지 측면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유대감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며, 나중에 자신도 그러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비롯하는 게 바로 유대감이라고 한다.

 

『내면의 삶』은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누구에게 선물해주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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