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 오아시스 신기루
주진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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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청춘의 고통과 좌절, 죽음 '스물다섯 살'

[서평] 『스물다섯 살 (오아시스 신기루)』(주진주 저, 매직하우스, 2019. 01.25)

 

우리나라 신인 작가의 주요 소재는 ‘청춘’인 듯하다.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으며 아픔을 위로하려는 예술가들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로서 제대로 청춘의 고통을 그린 작가는 거의 없다. 『스물다섯 살 (오아시스 신기루)』은 작가가 직접 겪은 스물다섯 살을 그린 건지, 아니면 일반적인 이십대 중반의 위태로움을 형상화한 건지 모를 독특한 소설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었다. 장르는 거의 에세이에 가까웠다. 소설의 일반적인 규칙과 갈등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사건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남의 일기를 몰래 읽는 듯했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냥 잘까. 아냐, 씻고 자야해. 그런데 너무 귀찮은데. 오늘만 안 씻고 자면 안 될까. 진짜 너무 귀찮은데. 그러다 피부 뒤집어지면 어쩌려고, 병원에 가야만 하잖아. 돈 엄청 깨질 텐데.>

 

그리고 소설 시작부터 주인공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불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묘사되지 않아 독자로서 주인공 심리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과 융합되지 못하니 내용이 동떨어진 듯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주인공이 꿈에서 낯선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됐다.

 

<나는 왜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두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까?>

 

이 두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야기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두 남자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이와 비슷하게 마무리가 덜 된 문장들이 소설 내내 걸쳐 있다는 점이 소설을 미완성이라 느끼게 했다.

 



20대 청춘의 불안을 묘사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25살의 여성이다. 작가는 25살 여성의 생활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중간 중간 과거의 이야기들이 보조 내용으로 끼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주인공의 부정적인 삶과 생각으로만 끝까지 흘렀다. 끝까지 읽고 나자 불편함과 안타까움이 남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몰랐다. 또한 책은 주인공 혼자만의 느낌이 가득했고 주변 묘사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배경은 고시원이 주였고, 주요 사건은 가난에서 벗어나 작가가 되고픈 여성의 몸부림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1장을 시작하고도 조금 지난 <오줌발>이라는 부제에서부터였다. 여기서부터 구체적으로 주인공의 집이 묘사되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항상 스스로를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다독이며 크게 될 것임을 희망했다. 혼잣말을 자주하는 인물이었다. 주인공이 겪는 일은 성장통과도 같았다. 소설 속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그런데 소설 처음에는 주인공의 26살로 시작했지만 갑자기 25살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 부분이 있어 조금 혼란을 주었다.


주인공은 대박의 꿈을 안고 상경을 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 면접을 보며 생활비를 마련하려 애를 썼다. 주인공이 겪은 일은 여러 문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더 이상 이력서 한 장만 들고 다니며 면접을 보는 시대는 벌써 끝이 났다. 시장에 제공되는 일자리에 비하여,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하고 싼 가격에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와 같이 일반적인 독자라면 알만한 사실을 나열한 문장이 많았다.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왜 이 부분을 읽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이러한 거친 사회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독특하게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주인공이 입사 면접에서 면접관과 대화하는 부분은 생생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여의도를 처음 갔을 때 사방을 보며 서울의 거대함을 감탄하는 부분 역시 앳되게 그려졌고 역시나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영어학원에 면접을 보아 강사가 되었지만 월 100만원 남짓의 돈으로는 생활이 힘들었으며 일 역시 힘들어 결국 1년 만에 그만두었다.

 

<가장 인생에서 예뻐야 할 스물다섯은 불안과 압박에 억눌러져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끝이 났다.>

 

고양이가 차지하는 희미한 분량

 

2장에 들어서 주인공은 길고양이 3마리를 처음 만나게 됐다.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면서 점점 고양이를 자신과 같이 가엽다고 여겼다. 때문에 고양이들이 병에 걸렸을 때 어렵사리 모은 돈을 치료비로 썼고, 죽었을 때는 슬프게 울었다. 고양이 죽음을 엄마에게 말하며 울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고양이 장례비가 아깝다는 등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히 고양이 한 마리는 살아남았고, 주인공은 왜 외로운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는지를 깨닫게 됐다. 소설의 끝은 애매하게 마무리되었다. 이후 주인공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뜬금없이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왔다.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우선 재미가 없다. 그리고 글이 다듬어지지 않았고 표현들이 거칠었다. 물론 절망적인 20대 중반의 인물을 대표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들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욕설과 거친 어휘가 아니라도 충분히 불안한 청춘을 드러낼 수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힘든 스물다섯 살에 대한 작가만의 통찰이 담겨있지 않았다. 고양이가 나온 부분은 너무도 띄엄띄엄 이었고, 그래서 고양이와 독자만의 끈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작가는 독자가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또 청춘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를 제공하지 못했다. 그저 ‘현재에서 벗어나려는 한 청춘’을 그려내기만 했다. 책 내용 중에 ‘미국 유학’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차라리 이때와 관련한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한국생활과 비교해, 미국 청춘과 한국 청춘의 모습을 그려냈더라면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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