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콜릿
양소영 지음 / 젤리판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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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이루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

[서평] 『인생은 초콜릿』(양소영(변호사) 저, 젤리판다, 2018.12.19)

 

한 때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 적이 있었다. 수많은 패널 가운데 이웃 아주머니처럼 친근한 한 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는데 그 사람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인생은 초콜릿』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분을 만났고 왜 그토록 프로그램 상에서 한 맺힌 말들을 많이 내뱉으셨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책은 변호사가 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었지만 또한 그 나이대의 어머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의 시각으로도 쓰였다. 저자는 사법시험에 여섯 번이나 낙방하고서 일곱 번째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녀의 나이 31살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바로 개업 변호사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개업을 한 탓인지 나이가 어리다며 무시하는 의뢰인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채용한 나이 지긋한 분마저도 몇 달 근무하더니 돈을 빌려 달라며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변호사 생활

 

저자는 현재 어엿한 중년 여성 대표 변호사다. 요즘 건강관리 겸 취미로 수영과 수상스키를 배우고 있으며, 훗날 요트 운전하는 법까지 배워 망망대해로 나아가 거대한 파도와 마주하고 싶다는 소망을 지녔다. 양 변호사는 의뢰인의 배신과 빚더미에도 올랐고,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힘겹게 노력했으며 온몸이 부서지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몇 시간 동안 펑펑 울기도 했다.

 

양 변호사는 자신을 삶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항상 답을 아는 상태에서 도전한 것이 아니라 일단 ‘제가 해보겠습니다!’ 하고 손을 번쩍 든 후 두 근 반 세 근 반 떨리는 마음으로 한 발씩 내딛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덧붙였다. “여성들은 자신이 능력을 지나치게 신중히 판단한 나머지 새로운 일을 맡는 데 주저하고, 나아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자 낮게 판단한다.”

 

일을 하는 와중에 양 변호사는 돈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으로 돈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게 되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부의 기준을 정하고, 그 이상 벌면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기로 말이다. 또한 더 이상 돈을 인생의 목표로 두지 않고, 수익률 연 3% 이상의 투자는 하지 않는 것 역시 기준으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늙어서까지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도전하며 사회를 바꾸려는 여성

 

책은 변호사가 된 이후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했다.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하며 자기자랑을 하기 일쑤인 여타 책들과는 달랐다. 흥미로운 실제 사례를 각 장마다 실어 이야기 흡입력이 강했다. 우리나라 법을 설명하면서 편법으로 인해 억울해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이러한 법들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워킹맘으로서 겪은 심정과 미투 이야기가 책의 뒷부분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둔 여성이었다.

 

의뢰인들은 가정문제 특히 남편과의 문제로 찾아온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남을 사랑하면서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좋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이 가정에서 희생을 하게 될 경우 그 희생하는 사람은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기에 허무한 생각을 한다. 심하게는 불행감까지 느낀다.

 

양 변호사는 무언가를 덜 이루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적었다. 꿈과 성공을 이루고 돌아섰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상황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멈추면 좋겠다고 말할 때 멈출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인 것이다.

 

『인생은 초콜릿』을 보자니 양 변호사는 정말로 노력한 자였다. 개업 초기에 선배 변호사들을 찾아다니며 “저 이번 달에 사건이 없습니다. 한 건만 같이 일하게 해주세요.” 하고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서면 쓴 것 좀 봐 주세요.” 하며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녔다. 그런 그녀를 선배들은 내치거나 무시하지 않고 받아 주었다. 양 변호사는 한 선배 변호사의 조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양소영 변호사의 도장이 찍힌 서면을 받았을 때 상대편이 긴장하는, 그런 실력자가 되어야 한다. 양 변호사는 진흙 속에 묻힌 진주다. 변호사로서 재능이 있어 보이니, 그 흙에서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근배 시인의 시『살다가 보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살다가 보면 우리는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지고, 눈물 흘리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 고비를 지나면, 삶이 더 단단해진다.>

 

양 변호사는 셋째를 출산하고 구안와사에 걸린 뒤 앞만 보고 바쁘게만 살아온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됐다. 죽음까지 생각하고 나자 삶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게 된 것이었다. 지금은 그녀 혼자 시작한 사무실이 어느덧 법무법인 승인으로 성장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특정 직업을 가진 한 개인이라는 점만 빼면 가정을 가지고 국가에 속한 평등한 국민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변호사나 다른 직업인들이나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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