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걷자 - 포기 없이 꿈을 이루는 34가지 단단한 생각들
우에마쓰 쓰토무 지음, 이정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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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존재가 불안하다고 남의 불행에 집착 말자

『비웃는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걷자』(우에마쓰 쓰토무 저, 이정민 역, 알에이치코리아 2019.02.08.)

 

자력으로 로켓을 만들어 미국에서까지 쏘아올린 저자 우에마쓰 쓰토무. 그는 학교 등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우에마쓰 쓰토무 저자의 인생경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문이과 구분 등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 말미에 보면 교육에 대한 일침이 있다. 교육은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이미 실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실패를 발판으로 해서 더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실패한 사람에게 반성하라고 하는 것보단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계획할지 물어보는 게 더 낫다.

 

교육의 차원에서 보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저절로 외워질 수 있다. 교육을 성공의 차원에서 보자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성공의 비결이다. 분명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하기 전에 포기하고, 무리라고 마음을 먹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조건만 따지는 것은 조건을 목적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너무 힘들 것 같다면,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외쳐보자.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하는 게 중요

 

저자 우에마쓰 쓰토무는 비행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을 때, 비행기 회사에 입사하려는 걸 목표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비행기 만드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 그런 열망을 갖는다는 건 혼자 고민하고, 넘어져도 괜찮다는 마음과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미래에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현재의 능력 안에서 선택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치지 않는 마음을 키워내는 것이다.

 

2011년, 일본의 가마이시에서 쓰나미가 발생해 천여 명이 사망했으나 학생들은 재난 대응 매뉴얼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현 상황을 계속 돌이켜보고, 더 나은 형태로 진화해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만 살아남는다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에마쓰 쓰토무는 한 개인이 가지는 파워는 시간에 능력을 곱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서 생각이라는 자원은 무한하다. 생각이라는 능력은 한정이 없다. 우리는 꿈을 꾼다. 그런데 그 꿈은 타인의 인정하는 만큼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타인의 꿈을 비웃는 사람은 자신의 꿈을 짓밟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선 명령대로 하기보단 혼자 무한정 생각해보고 시도해보는 게 필요하다.

 

미래는 사실 정해지지 않은 것이고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꿈을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 거듭나 복수하는 게 가장 좋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여러 길을 비교하는 건 좋지만 비하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우에마쓰 쓰토무는 “자신감은 여러분이 느끼는 망설임 너머에 있습니다”면서 “주저하는 마음을 뛰어넘으면 그 뒤에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적었다.

 

틀렸다는 말은 이미 틀렸다! 저자의 일침이다. 자신의 존재가 불안한 이들은 타인의 불행에 집착한다.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충고를 잊지 말자. “어떤 문제를 마주하든 상대방을 이기는 마음이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려는 마음이 우선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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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공부 -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토마스 무어 지음, 노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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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분노하는 이유…어릴 적 가치의 붕괴

[서평] 『나이 공부』(토마스 무어 저, 소소의책, 2019. 02.25)

 

나이 들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이 듦’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갖는 일차 감정은 ‘두려움’이다. 특히 병드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자신이 이룬 여러 업적만큼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지는 것뿐이다. 책『나이 공부』는 나이 들지 않으려고,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시대 인들에게 보내는 명상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노년이라는 낯설고 무서운 강을 품위 있게 건널 수 있게 하는 지침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그렇다면 우린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죽을 때까지 늙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며 품위 없이 늙어갈 것인가. 둘째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 들고 죽는다는 생의 법칙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풍요롭게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인가. 저자인 무어는 전직 수도사이자 교수다. 그리고 30년 넘게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덧없는 인생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이해할 방법을 탐색하며 스물네 권의 책을 냈다.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 생각과 관계

 

나이가 든다는 건, 점점 더 사람이 되고 점점 더 자신이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늙어간다는 자각은 단계적으로 온다. 언뜻언뜻 자신에게 보이던 징후들이 쌓이면서 젊음이 사라짐을 느낀다. 심리학 전문용어로 그것은 ‘주관적 나이 듦’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영혼의 나이 듦이라고 적었다.

 

인간이란 태어나 25년가량은 나이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음이 지나가버림을 알게 된 순간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정말 많은 방식으로 서서히 깨달으며 많은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저 지구에서 산 햇수를 더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인간화의 과정, 즉 영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과정이다. 한 인간의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실제적이고 미묘한 뭔가가 되는 과정이다. 융은 그것을 ‘개성화’라고 했고 키츠는 ‘영혼 만들기’라고 불렀다.

 

책에 따르면, 나이 듦을 다루는 첫 번째 규칙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바로 인생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잘 나이 들려면 나이에 굴복해 나이 든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젊음의 열정과 상상력이 많아야 잘 나이 들 수 있는데, 우리 영혼의 젊음과 계속 접촉한다면 나이 듦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살면서 했던 경험들을 반성할 때 우리는 되돌아보며 우리 자신을 과거에 놓는다. 과거는 현재를 의미 있고 가능하게 해주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풍부한 저장고이다. 우리는 때로 그것이 야기한 고통 때문에 과거를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서 과거를 미래로 가져가면서 현재를 다층적으로 만들 수 있다.

 

노년의 샘을 찾아서

 

책은 노년기에 들어선 이들의 심적 느낌과 사물 그리고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봉인서와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노년을 위해 어떻게 젊음을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가장 공감되는 내용은 나이 든 사람들의 분노다. 이들은 어릴 적에 배웠던 특정 가치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현대의 세계 질서에서 무시되고 있다고 여기곤 하여 자주 분노를 한다.

 

그럼에도 나이 든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이 항상 정당하지는 않다. “옛날 사람이니까 이해해”라는 말은 무관심이다. 괴팍한 노인네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일 나이 들수록 화가 점점 심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화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 이렇게 화를 내는 사람이 되었는지 과거를 들여다보고, 희생자 역할을 하거나 힘을 포기하는 습관이 없는지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젊음의 샘을 찾고 있다는 사람은 많지만 노년의 샘을 찾는다는 사람은 없다고. 그냥 늙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이를 먹는 것을 보기 드문 재능이다. 우리는 나이 드는 것과 매일 싸운다. 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기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 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자신의 나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기껏 다큐나 텔레비전에서 노인의 모습을 접할 뿐인데 자칫 노인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나이를 먹으려면 공동체가 필요하고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젊은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나이 드는 데에 참여함으로써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 모든 존재, 인간과 인간이 아닌 모든 존재,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존재와의 공동체 의식은 삶이 무엇인지 그 진상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부정하면 제대로 나이 먹을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 시대와 우리 개개인의 큰 문제이다.

 

나이 들면 느끼는 쓰라린 슬픔 중 하나는 이 덧없는 삶이 그다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위해 유산을 남긴다는 느낌으로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후회로 가득 찬 사람은 유산을 남길 수 없는 법이다. 결국, 나이 듦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나이가 들지 않았으면 어떠할지 상상하면서 나이 듦을 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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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운명과 선택 - 한국 근대 페미니즘 문학 작품선
백신애 외 지음 / 에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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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당당히 말하고 표현한 ‘신여성들’

[서평] 『신여성 (운명과 선택)』(백신애, 이선희, 나혜석, 강경애, 김명순, 임순득, 지하련, 에오스, 2019.02.11)

 

각 사회마다 ‘신여성’은 존재해왔다. 신여성이란 불평등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표명하는 일군의 여성 집단이다. 여기서 신여성은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을 받은 초기 세대들로서 새로운 가치와 태도를 지녀 경제적 독립을 추구하고 기존의 결혼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부류다. 지금까지 다양하고 뜨거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왔다.

 

‘신여성’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일제강점기에 많이 사용된 용어다. 당시 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전통적인 여성에 대립되는 신여성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구한말에서 1910년대까지가 신여성층의 형성기라고 볼 수 있다. 신여성은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서구 사상과 본격적으로 접합하여 여성들로 하여금 새로운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역할에 눈을 뜨게 하였다.

 

식민지 시기 여성 작가는 ‘선각자’라 불리는 1세대와 이어 해방 이후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인 2세대로 구분된다. 책 『신여성』은 이러한 1, 2세대 여성작가들을 망라한 선집이다. 해방 이전에 사망하거나 해방 이후 월북한 여성 작가들을 중심으로 책은 조망되었다.

 


강단 있는 여성 묘사와 세련된 어휘

 

처음 소개할 작가는 백신애다. 192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여성 최초로 단편소설 <나의 어머니>가 1등으로 당선되었다. 백신애는 1933년 대구에서 결혼한 이후 소설 창작에 전념하여 스무 편이 넘는 작품들을 완성했다. 이후 췌장암으로 만 31세에 사망했다. 비록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작품 활동을 했지만 소설 22편과 수필 및 기행문 33편을 남겼다. 오늘날 ‘백신애문학상’이 제정되었다.

 

백신애 작가의 소설 <꺼래이>는 1934년 발표된 작품이다. 작품은 아버지의 유골을 찾으러 만주에 간 순이를 통하여 만주로 떠난 조선인들의 현실을 그렸다. 꺼래이는 고려, 즉 조선 사람을 가리킨다. 작가는 ‘순이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조선인 모두를 당찬 여성 순이로 대표해 작품에 그려 넣은 것이다.

 

<순이는 벌떡 일어나 “우리도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테니 선실 안으로 들어갑시다.”하고 외쳤습니다.

“안 됩니다. 들어오라고도 않는데 공연히 들어갔다 봉변당하면 어찌 하게.”하고 젊은 사내는 손을 흔들며 반대했습니다.>

어린 여성 순이는 오히려 겁에 질린 어른들과 남성들을 달랬고, 손수 잠자리 배정을 요구하고, 먹을 빵을 나누는 강단을 보였다.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고 마치 로봇같이 어디를 향하여 가는 길인지, 죽음의 길인지, 삶의 길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얼어붙은 혼(魂)만이 가물가물 눈을 뜨고 엎어지며 자빠지며 총대에 휘몰려 쩔름쩔름 걸어갔습니다.>

 

이 부분에는 ‘로봇’이라는 어휘가 등장한다. 당시 시대와 비교하자면 정말로 급진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선희 작가의 소설 <계산서>는 1937년 발표된 것으로, 식민지 근대화 시기의 도시에 생성된 가부장적 이념들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보였다. 백화점 여점원이나 카페 여급 같은 도시 서비스직 여성의 내면 묘사를 보인 점이 좋았다. 소설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과거에 대한 화자의 감정을 토로하면서 시작한다.

 

<내가 집을 떠난 지가 벌써 일곱째의 밤. 앞으로 몇 조각의 밤을 더 누릴 목숨인지 모르거니와 밤의 펄럭이는 휘장 속에서 불길한 까마귀와 같이 떨고 있다……. 두만강을 끼고 며칠이고 왔다. 두만강의 돌들은 검은 개흙을 뒤집어쓰고 누런 강물 밑에 말없이 엎드려 있었다.>

 

당시 남성 작가들도 ‘감정 토로’를 소설 첫 부분에 내세우기 일쑤였다. 여기서 묘사는 매우 섬세하고 생생한 편이다.

 

이혼녀와 여성 작가라는 시대의 딱지

 

나혜석 작가는 1927년 남편을 따라 유럽과 미국 여행길에 오른 뒤 ‘조선 최초로 구미 여행에 오른 여성’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림, 글, 시 등 다방면에 재주를 갖춘 근대의 유명한 신여성이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도 꼽힌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였고 식민지 조선사회의 가부장제가 가지는 모순을 비판했으나, ‘이혼녀’라는 낙인 속에 냉대 받는 삶을 살았다.

 

대표적 작품인 <경희>는 1918년 발표된 소설이다.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아아, 경희는 어느 길을 택하여야 당연한가? 어떻게 살아야만 좋은가?>

 

<아버지며 어머니며 그 외 여러 친척 할머니 아주머니가 저를 볼 때마다 시집 못 보낼까봐 걱정들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도 같다. 경희는 이제까지 비녀 쪽진 부인들을 보면 매우 불쌍히 생각하였다. ‘저것이 무엇을 알고 저렇게 어른이 되었나. 남편에게 대한 사랑도 모르고 기계같이 본능적으로만 저렇게 금수와 같이 살아가는구나. 자식을 귀애하는 것은 밥이나 많이 먹이고 고기나 많이 먹일 줄만 알았지 좋은 학문을 가르칠 줄은 모르는구나. 저것도 사람인가…….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김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나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강경애 작가는 1924년 단편소설 <파금(破琴)>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러나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 속에서 외면당하곤 했다. 김명순 작가는 여성 유학생이자 여성 작가로서 한국문학 최초로 에드거 앨런 포를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시, 소설, 수필, 희곡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여성의 자유연애론에 대한 사회적 배척으로 인해 불우한 삶을 살았다. 김명순 작가의 작품 <탄실이와 주영이>는 1924년 발표된 것으로 마치 고전 홍길동전과 같은 문체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때 구골 사는 최 소사는 난리 틈에 20이 넘은 장성한 아들을 죽이고 딸 둘을 데리고 외로운 신세가 되었다. 그러므로 철없고 아는 것 없는 여편네 생각에 그 고을에서 흔히 중류 이하 가정에서 하는 것처럼 딸 둘을 기생에 넣었다. 그래서 최 소사는 나중까지 그 딸들을 의지하고 살려했던 것이다. 언니를 산월이라 하고 동생을 영월이라 하였다…….>

 

불평등이 남아있는 한 외침은 계속된다

 

1940년대는 대다수 문인들이 친일로 돌아서거나 침묵해야 했던 엄혹한 시기였다. 이 시기 임순득 작가는 일제 말기의 파시즘 속 성, 계급, 민족을 아우르는 여성 해방론을 외친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였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을 강조하며 이를 문학 속에 담아냈다.

 

신여성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와 조선의 가부장제의 이중 억압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7명의 신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자신이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 애썼다. 이들은 교육받을 권리, 결혼할 권리, 이혼할 권리, 투쟁할 권리를 외쳤다. 그 결과 자신의 욕망을 말하고 글로 표현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외국물을 접한 신여성들이 당시 ‘여성들’의 아픔만을 강조했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시대적인 아픔을 담은 흔적을 작품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당시 신여성들의 입장이 시대를 너무 앞서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는데, 외국문물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상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가부장이라는 한민족의 유산을 신여성들의 작품만보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비판가들의 입장이다.

 

오늘날은 여성의 활동이 과거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불평등한 위치가 남아 있는데, 이를 인지하는 여성들로 인해 여성 평등에 대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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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 암호화폐 105문답
김상규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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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클라우드 저장, 다이아몬드…블록체인의 미래

[서평] 『알기쉬운 블록체인 & 암호화폐 105문답』(김상규, 북스타, 2019.02.07.)

 

국내 IT, 인터넷, 전력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저자 김상규 씨가 ‘블록체인’에 대해서 저술했다. 총 105가지 물음과 답을 해놓은 것이다. 질문과 답,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책을 편하게 보도록 해준다. 책 제목대로 정말 ‘알기 쉬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이다. 책을 읽다보면 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의 법제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5월 22일은 비트코인 피자데이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을 사용한 최초의 실문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총 발행량은 얼마나 되는가?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 리플, 트론은 100억 개나 된다. 암호화폐마다 총 발행량이 다르다. 나는 몰랐는데, 국내에서 개발된 암호화폐도 있다. 바로 보스코인, 아이콘, 메디블록이다. 이름이 조금은 촌스럽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암호화폐의 가장 큰 강점은 보안성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해킹을 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완벽한 것이다. 비트코인을 해킹하려면 지구상 모든 네트워크가 가진 연산력의 절반보다도 넘은 파워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전 세계의 슈퍼컴퓨터를 몽땅 가져다 가도 비트코인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의 1%도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어떨까? 현재 블록체인이 활성화 한 것 같지 않지만 미래는 밝다. 몇 년 전 경기도의 한 공모 사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투표를 진행한 적이 있다. 물론 아주 완벽하진 않았지만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전력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된다. 블록체인은 기술의 상용성 측면에서 무궁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발된 암호화폐가 있다

 

책에 보면,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 나온다. 나는 몰랐는데 1993년에 IBM에서 ‘사이먼’이 출시됐다. 하지만 상용화 되지 못했다. 너무 비싼 가격과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의 한계 등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다보면 스마트폰처럼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보안성이다. 암호화폐를 해킹하려면,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모든 장부를 바꿔야 한다. 왜냐하면 거래기록은 전 세계로 뿌려졌기 때문이다. 이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보안 측면에서 안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해킹 사건이 일어나는 건 거래소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자체, 즉 코어 시스템은 안전하나 암호화폐 거래소나 개인의 전자지갑의 관리 소홀로 해킹 사건이 발생한다.

 

실제로 2014년, 전 세계 암호화폐 최대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에서 해킹 사건이 터졌다. 이곳은 1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선 비트코인 85만 개, 당시 시가 1,200억 원을 도난 당해 파산 신청을 했다. 이로써 암호화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블록체인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다른 예는 다이아몬드와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가 있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는 스토리지Storj가 있다. 여기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클라우드 저장 플랫폼이다. 저장 공간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에버렛저(Everledger)’이다. 다이아몬드 채굴에서부터 감정, 유통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위변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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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김옥림 지음 / 미래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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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건 무얼까

[서평]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김옥림 저, 미래북, 2019. 02.25)

 

남자의 사랑을 알고 싶은가.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을 읽어보라. 작가는 아내에 대한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한 남자의 사랑을 그려냈다. 주인공은 인서(아내), 민수(남편)다. 배경은 현대인 듯하다. 인서의 집에 한 무리의 법원 관계자들이 찾아오면서 내용은 시작된다.

 

소설의 시작은 꽤나 흥미를 자아냈다. 왜 법원 관계자들은 몰려오게 된 걸까. 인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나고 남편인 민수의 시점으로 들어간다. 민수는 경포바닷가 바위에 앉아 시름에 잠겨 있었다. 이야기는 민수가 시름에 잠기게 된 이유로 되돌아간다. 친구에게 2억을 빌려주었던 민수는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어음 결제할 2억이 급히 필요해 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번호는 사라져 있었고, 집도 이사한 지 오래였다. 친구는 회사에 부도를 내고 해외로 떠난 상태였다.

 


가정의 행복 유지인가, 의리인가

 

민수의 대학교 친구 가운데 혜빈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혜빈은 대기업 경영을 마치고 꽤나 많은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혜빈은 대학교 내내 민수를 좋아했으며, 민수가 결혼을 하게 되기까지 포기 않고 마음을 주었던 여자였다. 그리고 시점은 다시 현재의 민수로 돌아온다. 민수는 자신의 사업장을 살리려 대학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민수는 몇 번이나 혜빈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 그만두었다. 도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주저하는 사이 최종의 순간이 다가왔다. 결국 민수는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해 부도 처리되고 말았다.>

 

민수는 자신의 가정과 행복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 기회라 보아도 좋았을 혜빈에게 부탁하기를 마다한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부탁 한 번으로 가정은 다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결국 민수는 하고 있던 사업을 그만두어야 했고 아내와 사이는 소원해졌다. 민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인서가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인서와 민수는 거의 15년을 함께 살아왔기에, 나로서는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기에 이혼이라는 사건은 너무 진부했다.

 

그래서 15년의 인연이 이렇게 쉽게 끝난다는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민수를 일부러 ‘위기’에 처하도록 이혼이라는 구성을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래야 진퇴양난의 상태에서 죽도록 일만하는 계기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혼 후 3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둘은 가끔 만났다. 그 사이 인서가 신장 이상으로 쓰러지고 민수는 인서 곁에서 그녀를 정성껏 돌보게 된다. 그때부터 인서는 다시 민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진부한 스토리 그러나 높은 가독성

 

민수는 인서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는 과정에서 자신이 위암 3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보다도 신장이식 수술을 먼저 감행한다. 이후 위암 수술을 한다. 이 부분이 소설의 절정이고 곧 결말로 치닫는다. 결말에 의하면 민수는 대학 동기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하고 인서와 아이들에게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하지만 결국 비밀은 드러나 인서가 마지막까지 민수 곁에서 함께 한다.

 

소설은 정직하게도 시간 순대로 구성되었다. 간간이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이 나왔지만 이외 부분은 오로지 민수의 사건으로만 흘러갔다. 하지만 그래서 소설은 입체적이지 않고 밋밋했다. 너무도 뻔한 스토리와 뻔한 결말로 인해 진부하기까지 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책의 처음부분에서 끝까지의 내용을 다 파악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인서나 혜빈의 입장에서 보조 플랫을 한두 개 정도 첨가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라 본다.

 

또한 소설은 두 번씩 이야기를 전개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로 <그동안 먹는 둥 마는 둥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아귀찜을 먹고 나자 조금은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가 해주신 아귀찜을 먹고 나니 기운이 솟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엄마.”>

 

이 부분을 보자면 아귀찜을 먹고 기분이 나아졌다는 내용을 지문과 대사로, 굳이 두 번이나 설명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이 든다.

 

<민수에게 하루하루는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한강에 몸을 던질까도 생각했지만 가족들이 눈에 밟혔다.>는 부분들을 보자면, 이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 민수의 괴로움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 사업 부도와 아내와의 싸움이 설명되긴 했지만 독자입장에서 민수의 괴로움이 마음 깊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인물이 현재의 사건에만 치중해 있느라 과거에 어떠했는지 성격 파악도 쉽지 않았다.

 

독자가 추측이나 음미할 재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의 모든 내용이 정직하게 설명됐다. 이는 독자에게 인물의 감정과 소설 세계를 느끼게 할 여지를 주지 않고, 독자가 책 속으로 들어가려 하면 할수록 문장들이 독자를 튕겨내어 ‘방관’하라는 듯 대우했다. 그리고 인물의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뀐 점도 있었다. 예로 민수의 시점에서 바로 인서로 옮겨가는 통에 혼란스러울 장면이 있다. <“그냥 모든 게 다 고마워서…….” 민수는 이렇게 말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꽉 물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였다. “이제 그만 해. 자기가 자꾸 그런 말 하니까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인서는 민수가 자신이 잠든 사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것도 그렇고, 자꾸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이상스럽게 생각되었다.>

 

민수가 혜빈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책 내에서 3번 정도 같은 내용으로 설명이 되었다.

 

<혜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순간부터 너는 이제껏 인서에게 지켜왔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히게 될 거야. 그건 네가 사랑하는 인서에 대한 배신이야.>

아마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민수는 이혼한 인서에게 그나마 당당히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작가는 <남자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모든 것을 주고 먼 길을 떠난 남자. 작가에 의하면, 남자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이름의 값을 다하는 것이다. 바보같이 주기만 하는 사랑은 많은 예술 작품에서 표현되어 왔다. 하지만 소설 속 민수의 사랑은 이상하게도 아름답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남자’라는 특색이 거의 없었다. 사랑에 대한 남자의 심리가 특색 있는 사건과 심리로 표현된 소설이길 바랐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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