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공부 -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토마스 무어 지음, 노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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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분노하는 이유…어릴 적 가치의 붕괴

[서평] 『나이 공부』(토마스 무어 저, 소소의책, 2019. 02.25)

 

나이 들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이 듦’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갖는 일차 감정은 ‘두려움’이다. 특히 병드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자신이 이룬 여러 업적만큼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지는 것뿐이다. 책『나이 공부』는 나이 들지 않으려고,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시대 인들에게 보내는 명상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다. 노년이라는 낯설고 무서운 강을 품위 있게 건널 수 있게 하는 지침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그렇다면 우린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죽을 때까지 늙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며 품위 없이 늙어갈 것인가. 둘째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 들고 죽는다는 생의 법칙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풍요롭게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인가. 저자인 무어는 전직 수도사이자 교수다. 그리고 30년 넘게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덧없는 인생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이해할 방법을 탐색하며 스물네 권의 책을 냈다.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 생각과 관계

 

나이가 든다는 건, 점점 더 사람이 되고 점점 더 자신이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늙어간다는 자각은 단계적으로 온다. 언뜻언뜻 자신에게 보이던 징후들이 쌓이면서 젊음이 사라짐을 느낀다. 심리학 전문용어로 그것은 ‘주관적 나이 듦’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영혼의 나이 듦이라고 적었다.

 

인간이란 태어나 25년가량은 나이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음이 지나가버림을 알게 된 순간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정말 많은 방식으로 서서히 깨달으며 많은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저 지구에서 산 햇수를 더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인간화의 과정, 즉 영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과정이다. 한 인간의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실제적이고 미묘한 뭔가가 되는 과정이다. 융은 그것을 ‘개성화’라고 했고 키츠는 ‘영혼 만들기’라고 불렀다.

 

책에 따르면, 나이 듦을 다루는 첫 번째 규칙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바로 인생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잘 나이 들려면 나이에 굴복해 나이 든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젊음의 열정과 상상력이 많아야 잘 나이 들 수 있는데, 우리 영혼의 젊음과 계속 접촉한다면 나이 듦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살면서 했던 경험들을 반성할 때 우리는 되돌아보며 우리 자신을 과거에 놓는다. 과거는 현재를 의미 있고 가능하게 해주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풍부한 저장고이다. 우리는 때로 그것이 야기한 고통 때문에 과거를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서 과거를 미래로 가져가면서 현재를 다층적으로 만들 수 있다.

 

노년의 샘을 찾아서

 

책은 노년기에 들어선 이들의 심적 느낌과 사물 그리고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봉인서와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노년을 위해 어떻게 젊음을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가장 공감되는 내용은 나이 든 사람들의 분노다. 이들은 어릴 적에 배웠던 특정 가치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현대의 세계 질서에서 무시되고 있다고 여기곤 하여 자주 분노를 한다.

 

그럼에도 나이 든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이 항상 정당하지는 않다. “옛날 사람이니까 이해해”라는 말은 무관심이다. 괴팍한 노인네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일 나이 들수록 화가 점점 심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화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 이렇게 화를 내는 사람이 되었는지 과거를 들여다보고, 희생자 역할을 하거나 힘을 포기하는 습관이 없는지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젊음의 샘을 찾고 있다는 사람은 많지만 노년의 샘을 찾는다는 사람은 없다고. 그냥 늙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이를 먹는 것을 보기 드문 재능이다. 우리는 나이 드는 것과 매일 싸운다. 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기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 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자신의 나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기껏 다큐나 텔레비전에서 노인의 모습을 접할 뿐인데 자칫 노인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나이를 먹으려면 공동체가 필요하고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젊은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나이 드는 데에 참여함으로써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 모든 존재, 인간과 인간이 아닌 모든 존재,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존재와의 공동체 의식은 삶이 무엇인지 그 진상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부정하면 제대로 나이 먹을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 시대와 우리 개개인의 큰 문제이다.

 

나이 들면 느끼는 쓰라린 슬픔 중 하나는 이 덧없는 삶이 그다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위해 유산을 남긴다는 느낌으로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후회로 가득 찬 사람은 유산을 남길 수 없는 법이다. 결국, 나이 듦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나이가 들지 않았으면 어떠할지 상상하면서 나이 듦을 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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