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그레이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
지성언 지음 / 라온북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2막, 방구석은 재앙 … 속도 < 방향

[서평] 『그레이트 그레이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지성언, 라온북, 2019.04.05.)

 

시대에 따라 자기계발서 역시 진화를 한다. 가장 놀라운 건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저자들의 의식이 매우 젊어졌다는 것이다. 『그레이트 그레이』의 저자 지성언은 60살이 넘었지만 너무도 젊은 생각으로 사는 분이다. 자기계발에 대한 그의 감각은 요즘 젊은이보다도 더욱 젊었다.

 

저자는 60세에 중국어 교육 벤처기업 ‘차이나다’에 입사했다.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합류 후 3년 만에 매출이 400% 성장하고 직원 수는 6명에서 10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처음에 저자는 여타 직장인처럼 대학 졸업 후 LG 한 직장만 다녔다. LG에서 인생이 영원할 줄 알았고 회사가 자신을 내칠지는 꿈에도 몰랐다. 어느 날 본사 사장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내일 본사로 들어오실 수 있으세요?”라는 음성이 조심스레 들렸는데 본사로 들어가기까지도 저자는 자신의 임기 연장이 불허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저자는 딱 3초 슬픈 후에 거짓말처럼 기쁨이 몰려왔다고 했다. 오히려 후련했고 삶의 칼자루를 드디어 자신이 쥐게 되었다는 안도와 함께,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겠구나 싶은 용기가 들었다고 했다. 이후 저자는 몇 군데 가고 싶은 곳과 협상을 하면서 자신의 시장가격을 알아보는 일에도 매진했다. 최종적으로 미국계 여성복 회사에 꽤 괜찮은 조건으로 들어갔다. 이전보다 작은 회사였지만 “큰 회사에서는 작은 일을, 작은 회사에서는 큰일을 한다.”는 말처럼 오히려 실무를 더 세세하게 익힐 수 있었고, 중국 고객들과의 관계도 더 끈끈하게 재정립할 수 있었다.


슬픔에만 빠져 있다 보면 패배자가 된다

 

나는 이 책을 60살이 넘으신 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저자는 요즘 50대가 너무도 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나이 드신 부모 세대가 읽기에도 충분한 책이기 때문이었다. 산술적으로도 50세면 100세의 중간 정도에 와 있는 셈이니 중간 휴식 정도다. 그 나이 즈음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한다. 그러나 은퇴 후의 삶은 인생 2막이다. 첫 번째 인생에서 후회했던 점을 반복하지 않은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갈 시기다. 인생 1막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단단한 기본기를 갖추어놓았다. 내공을 쌓아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인생 2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인생 2막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 1막을 휩쓸리듯 시작하곤 하는데 그건 당시의 여러 환경과 스펙이 절충해서 만들어준 결과일 뿐, 그러니까 ‘최상’이었다기보다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인생 1막에서 자신의 역할이 배우에 그쳤다면, 2막부터는 극본도 쓰고 연출까지도 직접 해야 했다. 다만 언제 막이 내릴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욱 신명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생 2막의 무대는 자신이 하기 나름의 무대인 것이다.

 

지금은 은퇴 후 무려 4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인생 후반전 50년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대의 맨 앞에 우리가 서 있다. 인생 후반전을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지내려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꿔야 한다. 페이스북을 통한 마케팅 업무 그리고 SNS 활동도 활발해야 한다. 음식도 과거 좋아하던 것만 고집하지 말고 요즘 유행하거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일부러라도 접해보아야 한다. 채팅방에 대한 고지식한 생각도 벗고서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재들이 모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채팅방은 이미 널렸고, 모두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 했다. 그저 은퇴 후 아무것도 안하고 방구석에서 늙기만을 기다리는 것을 재앙이라 여겼다.

 

오늘날 사람들은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전통 직업 중 상당수는 10~20년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중 창조적인 감각을 요하는 직업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작가나 예술가 또는 요리사 같은 직업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세계화 속에서 평생 현역으로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프리랜서로서 각종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래도록 활동할 수 있도록 나만의 지식과 경험을 콘텐츠로 가공한다면 스스로가 얼마든지 상품이 될 수 있다.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세상에 보이자

 

저자는 30대 초반 타이베이 주재원 지사 파견 당시 중국어는 물론이고 중국 음식도 새로 배우면서 거의 미쳐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 가운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많이 익혔는데 그 중 하나가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멋지게 나이 드는 방법 세 가지를 책에 제안했다. 첫째,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좀 더 신경을 써서 나를 포장하라. 둘째, 무엇이든 나누는 어른이 되어라. 셋째, 나누고 난 빈자리는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워라.

 

사람의 외모를 구성하는 요소 중 으뜸은 아무래도 얼굴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몸매와 옷차림 구두, 핸드백, 가방 등 액세서리도 무시할 수 없는 구성 요소다. 개성 있는 옷차림, 나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보여주는 드레스 코드가 악수보다 먼저인 세상이다. 얼굴이 조금 평범해도 옷을 잘 입으면 용서가 되지만, 얼굴만 잘나고 옷을 못 입으면 용서가 안 되는 게 요즘이다. 먼발치서부터 우리는 상대방을 스캔한다. 걸음걸이나 표정 또는 액세서리를 보고 먼저 상대방을 파악한다. 악수나 통성명도 안 한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외모로 나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호감을 주는 외모는 영원히 써먹을 수 있는 추천장”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정치가 체스터필드 경은 “재능과 지식만으로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복장과 분위기 그리고 몸가짐으로 눈길을 끌고, 우아하고 조화로운 말씨로 귀를 즐겁게 해주면,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두 종류로 갈라진다. 나이 들수록 추해지는 사람과 나이 들수록 매력적인 사람. 종합적인 그 사람만의 ‘외모가 주는 느낌’이 그 사람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저자는 항상 잘 웃기를 바랐다. 잘 웃는 사람은 나이 들어서 웃는 모양으로 깊게 파인 아름다운 주름을 가지게 된다. 늘 찡그리는 사람은 험상궂은 인상의 주름을 소유한다. 즉 나이 들수록 외모가 바로 경쟁력이다. 외모는 비단 얼굴이나 옷맵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그 사람의 청결한 정도, 건강 그리고 풍겨 나오는 아우라나 기운까지 모두 외모의 범주에 들어간다. 즉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품격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품격은 내적 충실함과도 연관이 되니 항상 심신을 건강하게 단련해야 한다. 내적 충실함이 당신의 밖으로 보이는 것들을 뚫고 자연스레 나타나야 진정한 경쟁력 있는 외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 배우나 탤런트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저자의 생각은 아직도 젊다.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며 읽는 내내 가슴이 뛰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단다 - 따뜻하고 긍정적인 눈길로 세상 바라보기 인성교육 보물창고 25
마이클 리애나 지음, 제니퍼 E. 모리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그래도 말한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단다”

[서평]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단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눈길로 세상 바라보기)』(마이클 리애나 글, 제니퍼 E. 모리스 그림, 마술연필 역, 보물창고 2019.04.30.)

 

세상을 살아본 어른들은 선과 악을 구분을 할 줄 안다. 그리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는 만큼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세상은 어른들이 지배하는 또 다른 공간이며 어른들만이 세상의 대표고, 그런 어른들에게 크게 혼이라도 난다면 세상은 위엄 있고 무서운 자들이 판치는 곳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인식은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인식을 깨닫기 전까지 이어진다. 책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단다』는 자칫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편견을 바꿔주는 책이다.


SNS가 발달한 요즘 아이들은 유난히도 대중매체를 자주 접하며 이를 통해 세상은 각종 사고와 사건이 일어나는 아주 위험한 곳이라 생각한다. 이때 아이들을 달래야 할 존재는 역시나 어른이다. 책은 줄거리가 있지 않다. 그러나 책은 탈무드와 같다. 음미를 통해 시간이 흐른 뒤 교훈을 얻게 한다. 이 책을 엄마나 아빠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읽어준다면 한편의 동화처럼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단다.’와 같이 아이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밝은 그림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하다. 인물들의 표정, 행동은 생동감이 있고 웃고 있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아이들은 이 밝은 인물들을 통해 세상에 대한 편견을 깨고 안심하며 잠을 잘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서는 밝아질 것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좋다.

 

“사람들은 미소 짓는 걸 좋아하지.”

“사람들은 누군가 울고 있는 걸 보며 도와주고 싶어 하지. 또 누군가 어려움에 처한 걸 보아도 도와주고 싶어 해.”

 

아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사실이라 믿는다. 어른들이 찡그리고 있으면 화가 났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속마음은 이렇게 밝으며 따뜻하고 긍정적임을 새로이 알게 될 것이다. 보이는 것과 실제 속마음은 다르다는 걸 책은 알려준다.


그림 가운데는 오토바이 폭주족 같은 남자가 웃으며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있다. 이 역시 외모와 성격에 대한 아이들의 편견을 깨기에 아주 적합하다. 재미있는 묘사도 있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사람들, 슬프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은 꼭 달콤한 포도송이 속에 있는 살짝 덜 익은 포도알 같지 않니?”

 

온갖 사람들의 낮 동안 활동이 소개되고서 책의 마지막 장은 저녁이 된다. 그 어둠 속에서 홀로 바느질을 하는 할머니도, 게임을 보는 남자도, 창밖을 바라보며 차 한 잔 하고 있는 여자도 역시나 모두 웃고 있다. 자칫 밤의 고독이 쓸쓸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세상은 웃음 지으려는 자들로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M차의 공장 폐쇄, ‘제인스빌이 망가지다

[리뷰제인스빌 이야기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에이미 골드스타인이세영세종서적 2019.03.05.)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재난을 겪은 이들이 있다그 재난은 생태에서 오지 않았고 자신들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사회로부터 왔다.제인스빌 이야기는 공장 폐쇄 이면에 담긴 진실을 그린 책이다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맞닥뜨린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2001년 우리나라에서 대우자동차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는 서른 명이 넘는 해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그리고 2018년 2월 13한국 GM이 군산 공장 ‘3개월 후 폐쇄’ 방침을 발표했고 군산 공장은 5월 31일 공식 폐쇄됐다이로써 희망퇴직자와 전환 배치 대기자비정규직 해고자협력 업체 노동자와 그 가족들 모두의 삶에 비상사태가 도래했다비슷한 사건이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에서도 발생했다.

 



제인스빌의 유서 깊은 GM 공장의 폐쇄

 

제인스빌은 미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90번 고소도로에서 시카고~매디슨 구간의 4분의 3지점에 있다인구 63,000명의 군청 소재지로 록강의 만곡부를 따라 시가지가 형성되었다소도시지만 대통령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곧 대통령이 될 사람들이 들렀다 갈 정도의 규모는 되었다제인스빌은 지역 출신 제조업자 두 명이 유명했다질 좋은 만년필로 특허를 받아 1880년대 파커 펜 회사를 세운 조지 S. 파커와 사업가 조지프 A. 크레이그크레이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GM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 노력을 기울였다그리고 불과 몇 년 만에 GM 생산 공장은 풋볼 경기장 열 개 크기인 13,400여 평으로 확대되었다.

 

제인스빌은 금융위기 이후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을 겪은 와중에도 민주당 텃밭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켰다그런데 불길한 소문 하나가 떠돌기 시작했다제인스빌 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었다주민들은 불안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런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소식이 들려왔고이로부터 4주 후 월요일 제인스빌 공장의 조기 폐쇄가 결정되었다.

 

사건의 여파는 엄청났다. 2008년과 2009년 제인스빌과 인근 지역에서 9,000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GM이 이 지역에서 지불하는 급료 규모와 이번 사태가 몰고 온 경제적 충격은 너무도 컸다이와 관련한 묘사 한 구절이 매우 강하게 눈에 띄었다.

 

폴의 휴대전화는 지금으로부터 3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밤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예고 전화를 받았을 때처럼 그의 벨트에 고정되어 있다.”

 

2008년 12월 23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 업체의 가장 유서 깊은 공장에서 최후의 제품이 출고되었다.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직업 재교육

 

책은 공장폐쇄 뒤 벌어진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13년하고도 엿새를 GM 노동자로 지내온 제러드 휘태커라는 남자가 있었다그의 아버지와 장인 역시 그곳에서 30년을 일했고 퇴직 후 GM의 빵빵한 연금을 받았다휘태커는 조립 라인이 사라진 뒤에도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데 의심을 품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실직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버렸다.

 

처음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사라진 일자리를 대신할 새 일자리를 당장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전직 기회를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걸린 사람도 있었다당시만 해도 연방정부는 매년 수백만 달러를 실직 노동자들의 재교육에 지출했다제인스빌 GM공장과 인근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천 명이 이러한 직업 재교육을 처음 몇 해 동안 받았다그러나 직업 재교육은 제인스빌은 물론 그 주변 지역에서도 구직 기회나 임금을 늘리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조립라인 곳곳을 돌며 실직 후의 인생 계획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들여 설득해야 했고 간간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블랙호크 기술전문대학의 가을 학기가 시작된 8월의 마지막 월요일실직 후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달리 갈 곳도 없었던 제인스빌 노동자들은 학교로 몰려갔다사람들은 모두 불안하고 주눅 들어 있었다이러한 모습은 책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고저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블랙호크에 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들어왔지만 대다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곤 했던 점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생생한 사회학 교재와 같은 책

 

GM 중역들은 위스콘신주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센티브 패키지를 도입하기도 했지만파산 법정에 선 회사에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제인스빌은 공장 문을 다시 열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5년 <제인스빌 가제트> 1면에 제인스빌 공장 영구적인 폐쇄 기사가 실렸다공장 살리기에 실패한 것이었다.

 

책은 직장을 잃은 뒤 4년간의 제인스빌 실직자들의 삶을 가까이서 파헤쳤다사람들이 간절히 직장을 원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유를 가족과 연관하여 묘사하기도 했다책은 중요한 시사점을 품고 있었다우리가 흔히 공장폐쇄와 관련해 알고 있는 겉보기와 달리 그 내부에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실직자뿐 아니라 GM 부품을 더 이상 하역할 필요가 없어질 화물 조차장 노동자들불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고객을 잃을 소규모 점포들더 이상 집이나 건물을 짓지 않는 탓에 일이 끊길 건설 노동자들의 사정까지이들의 모습이 충분히 관심을 둘 만큼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있었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한 지역 공동체의 부분적인 이야기만을 담았지만저자가 경제 상황과 인근 주민들의 태도를 광범위하게 탐색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저자는 록 카운티에 대한 설문조사에 착수하기도 했고직접 수년간 이들과 함께 실직의 고통을 겪었다사람들의 일상을 1년 단위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이들의 불안을 생생하게 담았다그럼으로써 독자 역시 한 사람의 제인스빌 주민이 되어 당시의 상황을 체감하게 하였다.

 

실직은 주민들의 감정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솎아지는 노동계급의 실태를 통해 과연 노동자로 산다는 의미가 어느 정도까지 국가에 예속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김보준 지음 / 포널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대한 불가마 사막에서 자신과 싸운 간호사

[리뷰] 『사막을 달리는 간호사』(김보준, 포널스출판사, 2019.03.22.)

 

사막 마라톤 대회에 나가 완주한 간호사가 있다. 그는 나중에 철인3종 경기에도 도전한다. 바로 김보준 간호사이다. 국내에 극히 희소한 남자간호사 중 1명이다. 그의 인생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도전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멈춤이 없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의 도전은 예술에 가깝다.

 

학창 시절, 특별한 목표가 없어서 방황하던 김보준 저자는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열중해 공부한다. 목표가 생기면 자발적인 동기가 부여된다. 그렇게 도전한 간호학과. 하지만 예비 번호를 받고 낙담하던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추가 합격을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대학 생활, 김보준 저자는 해외 봉사활동을 떠나며 자신의 꿈을 찾는다.

 

“선수들은 사막이라는 거대한 불가마 속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16일이라는 휴가를 얻기 위해 김보준 간호사는 ‘사막에서 피는 꽃’ 프로젝트를 자신의 직장에 제안했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과 사막 마라톤 준비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냈다. 하지만 막상 사막에서 뛸 때는 뛰는 것만 생각날 뿐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 봉사활동 떠난 대학생, 사막에 가다

 

책에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막 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비가 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이 2017년도에 13명이나 되었다. 김보준 저자는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달렸다. 천신만고 끝에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념 메달을 받았고, 크라우드 펀딩 약속도 지켰다. 사막에서 뛸 때 저자는 기부자 이름을 배낭에 붙이고 다녔다.

 

같이 뛰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난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막 마라톤을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 친구이자 동료가 되었다. 힘들 땐 응원해주고 서로를 격려했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힘들 때 자신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지만, 저자가 깨달은 점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정말 지옥 같았던 사막에서 달려가며 깨달았다.

 

김보준 저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현실주의자가 되어라, 그러나 언제나 불가능한 꿈을 가슴에 품어라.” 지금이 힘든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아이학개론 - 누구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김희윤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보니 어른,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서평] 『어른아이학 개론 (누구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김희윤, 경진출판, 2018.12.30.)

 

최근 정말 흥미롭게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나의 아저씨>다. 어른이 되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박동훈 부장(이선균 배우)은 파견직 직원 이지안 사원(아이유 배우)를 만난다. 어른이지만 어른답지 못하게 살고 있는 박 부장과, 어른이고 싶지 않은 20대 젊은 사원은 현재도 사람답지 않지만 먼 미래에도 여전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끝내 성실한 무기 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살다가 결국 편안함을 찾는다.

 

이 책 『어른아이학 개론』은 어머니를 잃은 저자 김희윤 씨가 힘든 시기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려준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어 서른을 맞았다.”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모두 어른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식견과 더불어 여러 책들의 좋은 문장들이 포함돼 있다.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들 중 반칠환 시인의 말은 마음을 울린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내가 힘들었던 일들이 결국 나를 살렸고 세웠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대사 중에 박동훈 부장은 이지안 사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네가 나를 살렸다고 했다. 그렇다. 주위의 좋은 사람들이 때론 큰 힘이 된다. 나의 역경 속에서 좋은 친구 한 명만 있다면 살아갈 힘은 충분하다.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자

 

김희윤 저자는 청년 시절 열등감에 사로잡혔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치열하게, 정신없이, 딴 생각 나지 않게 살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참 볼품이 없었다. 미래를 저당 잡히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오늘은 내일을 위한 희생양이 아니다.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오늘을 너무 저당잡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을 더욱 사랑하자. 그 수단은 조정래 작가가 강조했듯,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다.

 

“절망의 끝은 더욱 절망하는 것밖에 없다.” 치가 떨리도록 절망해본 적이 있을까. 사람이 그리워, 존재가 외로워 울어본 사람은 절망의 끝에 다다른 적이 있다. 언어와 말은 나의 세계의 전부다. 따라서 나의 세계를 확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희망은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떠올림으로써 생성되어진다.”고 적었다.

 

우연에서 우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전부 진화하는 건 아니다. 교육의 차원에서 보자면, 어떤 떡잎이든 될성부른 나무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좋은 어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