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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詩時하다 - 이민정 감성시문
이민정 지음 / 새라의숲 / 2019년 5월
평점 :
“그럴 수만 있다면...” 사랑이란 시시(詩時)한 것일까
[서평] 『사랑은 詩時하다』((이민정 저, 새라의숲, 2019. 05.20.)
‘사랑은 또 온다.’ 사랑에 대한 정의 없이 오로지 사진과 詩만으로 사랑을 묘사한 책이 있다. 『사랑은 시시하다』의 저자는 아름다운 사진과 여름처럼 상쾌함 그리고 사랑에 관해 직접 겪은 듯 한 생동감 있는 글귀를 책에 적어두었다.
책에 묘사된 사랑은 연인 간 사랑만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 구속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참으로 가벼워 보이면서도 무거운 말이다. 사랑을 겪고, 때론 눈물과 함께 지나가게 두기도 한다. 사랑에 포함된 여러 감정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이라고/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이라고 쓰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처음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이라고 쓰고/ 나는 웃는다, 다시 처음이다>
아팠음에도 사랑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담겼다. 사랑에는 또한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체념이 담기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무엇을 잘못한 건지/ 어디부터 꼬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날/ 생각은 어제에 멈춰 있고/ 시선은 무릎 아래에 머문 채/ 반성하고 싶지 않은 날/ 낳아준 부모가 밉고/ 헤어진 연인이 원망스러워/ 하소연하고 싶은 날/ 시간이 쌓이는 먼지가 되고/ 나날이 버려진 신문더미에 묻혀/ 흘러 흘러가도/ 홀로 서서 외로운 날/ 목표 없이 떠도는 날/ 아무도, 무엇도 보이지 않는 날//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611/pimg_7576941242216279.jpg)
내가 사랑했던 이여 이젠 나를 봐주오
부부 간의 사랑, 자식과 부모 간의 사랑, 생명에 대한 사랑, 심지어 우주와 연필, 돌멩이도 사랑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음을 쏟는 그 모든 것은 사랑이다.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궁금한 것이 사랑이고, 반면에 그 감정만큼의 또 다른 감정을 대상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면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어쩌다가 인간은 이렇게 감정을 나누는 동물이 된 걸까.
어떤 이들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주는 것에서 더욱 그 대상에 애착을 지닌다. 나와 상대를 동일시하며 내 가먹기에 맛있던 음식을 함께 먹고 싶고, 내가 보기에 예뻤던 풍경을 함께 보고 싶어진다. 사랑의 애착이 너무도 깊으면 그 사람은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으며 결국에는 어떻게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 다다른다. 그래서 사랑을 받아본 기억과 경험이 있는 자만이 사랑을 안다. 아는 만큼 역시 그렇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뒤로 갈수록 사랑에 대한 정의를 넘어서 시간에 대한 질문에까지 다가선다. <스물에 나는 쉰이 너무 멀어서/ 계산은커녕 감도 안 잡혀/ 그런 나이가 있기는 한가 하다가/ 문득 엄마를 보고, 할머니를 보고/ 그런 때가 내게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설마 하며 웃었지/ 와도 지금은 아닐 것이고/ 와도 저런 모습은 아닐 것이라 여기고// 눈 깜짝했나 싶은데/ 나의 스물은 너무 멀고 아득해/ 너도 나처럼 살겠지/ 언젠가 한숨을 쉬다가/ 문득 스물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어이없어지겠지>
책 표지는 사랑과 어울리지 않게 검지만, 아마도 그만큼 속이 타들어가는 것 역시 사랑임을 보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여름철 나무 그늘 아래서 소소히 감상해 볼 수 있는 책으로서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