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미향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하지 않았을 엄마를 글로서 위로하다

[서평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김미향 저넥서스BOOKS, 2019. 05.20.)

 

글을 쓰며 슬픔을 통과한다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는 저자가 출근길 버스에서 아득하게 멀어지는 꿈들을 붙잡아 스마트폰으로 기록한 내용들이다자칭 꿈 일기로서 휘발되기 직전 남겨진 엄마의 모습들이 담겼다세상에 없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일상은 꿈뿐이다그러나 그 곳은 저자에게 기록할 가치가 있는 생생한 세상이었다이로서 저자는 엄마는 살아 있는 것처럼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는 밝은 하늘색을 떠오르게 한다새벽 해가 뜨기 전의 가장 푸른 색그 하늘에는 태양빛이 없지만 태양의 이마가 보이고 또 달이 있다두 세계가 공존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말로는 늘 엄마 편이었지만 막상 엄마 편을 들어야 할 상황이 오면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렇게 후회했다엄마를 떠나보내고 가장 후회되는 것은 엄마가 원하던 바로 그 순간에 엄마 편을 들지 못한 거였다그래서 이제 작정하고 엄마 편이 되기로 하며 글을 썼다꿈속에서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생각지 못할 정도의 평소의 엄마 같았다현실에서 엄마가 슬플 때화날 때우울할 때 도통 공감해주지 못했던 죄책감이 꿈으로 표출되어 있었다.

 



엄마가 살아계신 것 같은 꿈속

 

꿈속에서 엄마는 평소처럼 지냈다딸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외출도 하고 아버지와 다투기도 했다요리를 하는 모습도 나왔는데 이때마다 저자는 꿈에서조차 집안일을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꿈속에서만큼은 집안일에서 해방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그것이 저자가 바라는 꿈의 본질이었다.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누구건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한다엄마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건 온 세계를 다시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부끄럽게도 엄마가 돌아가시자 슬픔과 함께 해방감도 밀려왔다나는 엄마에게 의존하고 있었지만 엄마도 내게 의존하고 있다고 여겼고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와 긴 병에 효자 없다며 간병살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왠지 이 부분이 너무도 가슴을 찔렀다저자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지만 실제로 꿈속에서 엄마를 놓지 못한 것으로 보아 후회가 더 컸으리라.

 

저자의 엄마는 여성으로서 세상에 지배당하지 않고 늘 당당한 자신으로 살아라.”는 당부를 하곤 했다그런 엄마를 조용한 방에서 퇴근 후에 차근히 되짚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쓰는 일은 쉽지 않다그럼에도 글을 쓸 때만큼은 엄마가 곁에 있는 듯해 위안이 된다고 저자는 적었다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에는 후회가 동반된다저자는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는 엄마를 글로 새로이 묘사하며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