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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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재산이 될 때 진정한 작가가 된다

[서평] 사춘기 문예반(장정희 저, 서유재, 2019. 05.30.)

 

너는 왜 글을 쓰고 싶은데?”

 

작가에게 한 아이가 찾아왔다. 공부를 못해서 학교 선생님은 되지 못하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이였다. 아이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분명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글 쓰는 사람에게는 고통마저 재산이 된다.”는 말을 자주했다. 아이는 고통이 많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후 작가는 아이의 물음을 오랫동안 머릿속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사춘기 문예반은 아이의 물음에 대한 화답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크고 작은 상처를 글쓰기의 질료로 삼아 서로를 보듬고 일어서고자 애쓰는 문예반 소녀들이다. 이들은 아픔과 고통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간다. 작가는 작품 속 문예반 소녀들처럼 글쓰기가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고통에 대한 진솔함이 진주를 만든다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인문계 여고 2학년 고선우라는 인물이 있다. 고선우는 주희가 이끄는 대로 동아리 문예반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글을 쓰려는 단원들이 있었고 문쌤이라는 교사 문재일이 있었다. 문쌤은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문예반은 내면 깊숙이 묻힌 씨앗을 찾아내 정성껏 물을 주어 꽃을 피워 내는 동아리입니다. 삼십 년 전통을 가진 우리 학교 대표 동아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책은 마치 청소년을 위한 소설과도 같았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은 무언지에 대한 조언과 같은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오래 살았다고 쓸거리가 많은 건 아니야.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글쓰기의 관건이니까.”

 

틀에 박힌 시로 누구의 가슴을 울리겠다는 건지 답답하다. 좋은 글이란 진솔함이 큰 힘이다. 그러니 두루 아는 식상한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를 써 보란 말이다. 내 슬픔, 내 고통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좋은 글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통념에 저항하는 거다. 예술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길들이려는 것들에 대한 저항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지.”

 

작품은 작가 무의식의 산물이지만 그 무의식 또한 고도로 훈련된 작가 의식의 총합이다. 중요한 것은 인정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며, 이를 진정성 없이 화려한 수사나 기교로 인정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글은 재능이 있어 쓰는 게 아니며 열정이 있어서 쓰는 거라고 문쌤은 말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을 찾아왔던 아이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을 소재로 책은 친근하게 전개됐다. 학원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몸이 부자유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는 잊지 않고 있어야 한다. 땡땡이에 대한 시도는 언제든 계속될 수 있으며 문학은 그런 속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는 어떤 작품을 읽을 때마다 해석하려는 강박을 갖고 있다. 의미를 찾아내고 주제를 맞추지 않으면 제대로 읽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책에서 문쌤은 글쓰기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대부분 외면하거나 지나친다. 상처 입은 조개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듯 사람들이 가진 아름다움도 상처에서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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