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 2.0 - 분권화 트렌드와 미래 한국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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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자발적 계약직' 되는 디지털 분권 시대

[서평] 『디지털 사회 2.0』(이 근 외21세기북스2019.07.18.)


경제학의 측면에서 4 산업혁명의 시대디지털 2.0 사회를 돌아본다경제학 교수들이 바라보는 산업시대의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인 서울대 제학부 교수인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디지털화의 진전은 거래비용을 감소시켜 경제 내의 과업이 세분화되고 있다"면서 "정치적 차원에서 보면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자율조직의 도입을 실현함으로써 정치영역에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수립을 기대케 하는 반면기성 권력의 지배 메커니즘을 강화할  있다는 '디지털 중앙집권화와 지배  감시의 증가'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려했다.

 

공저자들은 현대 디지털 플랫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걱정한다특히 과잉 규제 역시 단기적으로 한국의 미래 사회가 나아가는  걸림돌이   있다고 강조했다디지털 사회 2.0  7개의 영역을 다룬다정치경제사회 영역이  축이고  가운데 경제의  기업  일자리  금융사회의  헬스  교육  스마트시티이다미래의 세계는   다양한 인간의 기호가 중심이 되는 곳이다특히 기술의 도입은 남녀노소지식 격차를 줄여줄 이다경제적으로 미래 사회는 디지털화된 소호 경제의 시대가  것이다


  교수는 장밋빛 미래 사회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한 감시가 일상화되면서 인간의 정치적 권리가 위협받고 정치적 공론장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서 "(디지털분권화 사회를 가로막는 기존 플랫폼 기업의 독점성과 세계적 차원의 조세 회피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적었다

 




디지털 분권화 사회 V 독점적 플랫폼 기업


정치의 영역에선 우선 희망이 보인다과거 소수 독점적 정치 과두적 거버넌스는 다수 분산형 민주적 정치 거버넌스로 바뀔 전망이다  투명해지고  결정이 합리화 하는  당연하다하지만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일상의 감시가 나타날  있다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질문은 과연 앞으로 국가 운영은 누가 맡아야 하느냐는 점이다기존처럼 정당의 대표들이 맞는 것이냐아니면 시민들 혹은  집합이 해야 하는지는 정치철학적 고민을 남긴다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들은  포스트 대의제  헤테라키 민주주의(촛불 정부 액상 민주주의(이슈 기반 민주주의)   네트워크아키(무정부질서 위계질서의 중간에 설정됨) 실제 성공 사례를 일구어낸 제도들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자발적 계약직같은 유연한 직업으로 자림매김되어야 한다는 논점이었다앞으로는 국민국가국적여권도 사라질  있고전자영주원이나 스마트 투표와 계약분산자율조직과 비트네이션  네트워크 국가 등이 나타날  있다  교수는 결국 정치학의 근본 문제인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누가 미래정치의 주체가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기존 정치엘리트들이 쓸데 없이 차세대 민주주의 에선 '중개자'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면서정치라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밝혔다


기업 부문에서 눈에   슈퍼개인이 주도하는 소호경제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필자도 앞으로 제국주의-국가 주도-기업 주도-개인 주도를 여는 주역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흥미로웠다최근 새로운 차원의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생기는  보면 정말 슈퍼개인이  등장할  같다이외에도 책에는 교육과 헬스케어 등에 관해 학술적이고 정교한 얘기들이 많다관심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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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남편 그래도 사랑해 - 치매 남편과 함께한 6년, 그리고 당신의 빈자리
배윤주 지음 / 청년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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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남편을 위해 시간은 거꾸로 갔다

[서평] 세 살배기 남편 그래도 사랑해 (치매 남편과 함께 한 6, 그리고 당신의 빈자리)(배윤주 글/그림, 청년정신, 2019. 07.27.)

 

가족이 아프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돌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치매는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라 할지라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는 질병이다. 세 살배기 남편 그래도 사랑해는 치매로 3살 아이가 되어버린 남편을 돌보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치매는 우리나라에만 해도 12분에 한 명씩 발생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거나 저하돼 전과 달리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이다. 유독한 환경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의 변화는 치매로 진단되기 20년 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저자의 남편도 1995년 공장이 부도나면서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2012년 말 치매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거의 17년이 지나서야 치매로 나타났다.

   


 

남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책은 저자의 경험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었고, 치매에 대한 정보와 예방에 대한 부분도 담겨 있었다. 남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고 저자는 적극적으로 노인 사회복지분야에 더 관심을 가졌다. 치매전문교육을 받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치매 증상은 70~100가지의 원인으로 나타나는데,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뇌세포 퇴행에 의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가 최초로 보고하면서 명명되었다. 치매는 발병하면 거의 완치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치료약이 없다.

 

치매에 걸린 뒤 남편의 시간은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저자를 보고 가끔 기분이 좋을 때면 엄마라고 부르고, 화가 나면 인상을 쓰며 밀쳐버리곤 했다. 감정 조절을 잘 못했다. 그리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하나씩 멀어지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하나씩 배워나가는데, 남편은 하나씩 잊어버리고 있었다. 전에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신바람을 내며 다림질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이리저리 계속해서 옷을 돌려놓기만 할 뿐 다리미를 잘 다루지 못했다. 때문에 저자는 남편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일상은 어머님과 함께 하루 종일 집에 있거나 혼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어머님은 아들에게 별 관심이 없으셔서 혼자 방에 계시다가 가끔씩 동네공원이나 성당을 다녀오실 뿐이었다. 남편에게 일자리를 얻어주기도 했지만 열흘 만에 골프장 알바에서 잘리거나, 쫓겨나곤 했다. 그래도 남편이 실망할까봐 사실 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은 긴 싸움이므로 분담이 필요했다.

 

남편은 스스로 화장실을 찾아가서 볼일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3~4시간마다 화장실로 데려가 볼일을 보게 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통사람과 같은 인격을 갖춘 인간이었다. 좋은 그림을 보면 좋아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즐거워했다. 두 아들과 같이 여행을 온 날은 기분이 좋은지 남편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었고 밥도 맛있게 잘 먹고 잘 잤는데, 누구와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금세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것 같았다.

 

내가 즐거워야 치매 환자도 잘 돌볼 수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는 배변과 식사 케어가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 환자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2018년은 저자에게 무척이나 힘겨운 해였다. 남편의 치매증세가 급격히 나빠져 가족들을 힘겹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도 잠을 자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하며 지새웠다. 용변처리, 양치질, 수저질도 잘 못했고, 잘 걷기는 했지만 단어를 거의 다 잊어버려서 몇 시간을 같이 있어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대화가 거의 되지도 않았다. 또 매사에 간섭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댔다.

 

어느 설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들은 아빠를 요양원으로 모시겠다고 선언했다. 저자는 겉으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했지만 어쩌면 속으로는 이렇게 먼저 얘기를 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몰랐다. 우선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남편을 즐거운 마음으로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의 사망은 합병증 때문이었다. 실제로 치매환자는 치매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치매에 의한 합병증으로 죽는다. 남편도 흡인성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결국은 폐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책에 주장했다. 이제는 잘 죽어야 하는 시대라고. 남편이 떠나기 한 달여 전 갑자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저자에게 똑똑히 했다. 저자는 아직도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내고 있다.

 

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까운 가족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다. 읽는 내내 눈물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떠올리게 했다.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치매 환자를 돌보던 어떤 이가 아름다운 영화로서 그를 영원히 담아두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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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6 : 짙은 어둠의 시간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6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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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영역다툼과 성장기전사들이야기

[서평] 전사들 6 (예언의 시작, 짙은 어둠의 시간)(에린 헌터, 서나연 역, 가람어린이, 2019. 07.10.)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 흥미로운 책을 보았다. 전사들 6은 뉴욕 베스트셀러 목록에 무려 116주 동안 머무른 책이다. 야생 고양이들의 습성과 행동에 대한 묘사가 생생한데, 그 속에서 자신의 영역과 집단 그리고 먹잇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들은 인간에 의해 변화되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거나 상생하려 애썼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숲에 발을 들인 어린 고양이의 힘겨운 성장과정이었다. 우리 집에도 한 때 주먹만 한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와서 밥을 얻어먹었던 적이 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베란다 아래로 와서 밥을 달라고 울어댔다. 이웃에 시끄러울까 비몽사몽한 채로 잽싸게 밥을 던져주었다. 그 고양이는 어미한테서 독립을 한지 오래 되었는지 멀리서 어미가 오니까 누군지 못 알아보고 몇 번 학학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미가 가까이오자 비로소 알아보고는 다가가곤 했다.

 

그 어미는 애기를 알아보고 있었다. 원래 우리 집에 자주 오던 고양이였다. 어미는 새끼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다가 남은 부스러기를 먹었다. 애기는 반가운지 엄마한테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이젠 어미가 받아주지 않았다. 핥아주지도 않고, 다 컸다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나 아기 고양이는 엄마를 오랜만에 본 듯 꼬리를 세우고 반갑다고 졸졸 따라다녔다.

 

그런 애기를 어미는 항상 몰래 멀리서 보고 있었던 듯했다. 애기는 혼자 주변 어른 고양이 사이에서 먹을 거 찾느라 눈치보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다른 어른 고양이 영역에 들어갔다가 꼬리와 털을 바짝 세우고 학학 거리며 싸우다가 결국 기에 눌려 달아나기도 했다. 그런 자신의 아기가 잘 독립하는지 멀리서 지켜보는 어미 마음도 매우 아팠을 것이다. 어미는 비쩍 말라있었다.

 

 

인간에 의지하라는 고양이들

 

책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시시해 보일 고양이들 영역 다툼을 대하소설처럼 썼다. 독자들이 고양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끔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을 다녀갔던 고양이들 생각이 많이 난 것은 그들의 세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 때문이리라. 책에 나온 아기 고양이들은 항상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뛰어다녔다. 절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끼우지 않았다. 꼬리가 그들의 감정표현이라면 오직 떳떳함만을 내세우는 모습일 뿐, 아직 어려서 감정표현이 미숙한 것이 분명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공포나 즐거움 등을 꼬리로 표현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었다.

 

청년이 된 아기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만나면 지켜줘서, 키워줘서 고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어미는 이미 곁을 떠난 뒤일 것이다. 그렇게 아기들은 그냥 어른이 된다. 그러다 새끼를 낳고, 성장하고, 살아가며 그간 얻었던 감정을 자신의 새끼들에게 표하고 사랑을 나눠줄 것이다. 어미에게 못했던 말을 새끼에게 하면서, 그렇게 한 세대가 또 흐르게 될 것이다.

 

어느 날은 큰 노란 고양이가 문 앞에서 앉아 울고 있었다. 배가 고픈가 싶어 먹이를 주니 구석에서 갑작스레 새끼가 튀어나와 어미를 재치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새끼가 먹는 동안 어미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고, 한참 뒤 배부른 새끼와 함께 떠나갔다. 다음날 또 다른 큰 고양이가 울어대, 먹이를 주니 검은 구석에서 경계하던 다른 새끼가 튀어나왔다. 새끼가 밥 먹는 걸 옆에서 웅크리고 보던 어미는 익숙한 듯 굶주린 채로 새끼와 함께 떠났다. 어느 날은 또 다른 얼룩 고양이 어미가 새끼 3마리와 나타났다. 먹이를 주자 새끼들이 먹고 남은 밥을 어미가 먹었다.

 

며칠 그러더니 이후부터 어미는 안 오고 여러 새끼들만 오기 시작했다. 독립을 한 듯했다. 생각해보니 어미는 새끼들에게 굶지 않을 방법을 학습시키고 있었던 듯했다. 인간에 의지하라고. 그리고 어미들은 자신의 새끼를 나에게 맡긴 채 그렇게 어디론가 영영 떠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고양이 세계를 단순히 판타지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어울리는 지구 상 한 세상으로 보며, 우리 인간 역시 고양이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부분이 많다. 고양이를 통해 인간을 알고 나를 파악할 새로운 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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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청춘
김제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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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오해하신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원망하나

[서평] 초록빛 청춘(김제철(소설가), 작가와비평, 2019.07.15.)

 

어렸을 때 한양대 근처에 살았다. 최루탄 가스가 동네방네 뒤덮을 때도 대학가 근처라 그런가 했다. 한양대를 나오시고, 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님이신 김제철 작가의 소설 초록빛 청춘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주인공은 부산 어느 곳에서 떠나는 자의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또래의 애들이 다들 그렇듯이, 남겨지는 게 더욱 슬픈 일이다. 그래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소년은 금방 어른스러워진다. 어른스럽지 못한 세계 속에 살다보면 금세 철이 드는 것이다.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오야붕행세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소년이었던 주인공은 전학 갈 때도 난감해했다. 주인공 내 가족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서 아마도 근처의 포항이나 또 다른 해안 도시로 이사를 간 듯하다. 처음에 이렇게 착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륙도시인 대구로 추정이 되었다.

 

소년은 방이 7칸이나 되는 한옥으로 이사를 갔다. 감나무가 있고, 우물이 있는 도시. 나도 옛날에 수도 펌프가 있는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옛날 사람인가보다. 초등학교(옛날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주인공은 전학을 간 반에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린다. 담임선생님을 교체하려는 주모자로 찍힌 것이다. 원래 담임선생님이 다른 반으로 가자, 지금의 담임선생님을 교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학생이 말이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들, 기억들

 

직할시라는 항구도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로서 전학을 간 세 번째 도시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그렇게 소년은 믿었고, 새로 간 곳에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게 빌미가 되어 새로 온 담임선생님은 주인공 소년에게 그동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여기서 와이로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일본말로 뇌물이라고 한다.

 

소년은 어떻게든 어른이 된다. 주인공은 동네에서 초록빛 청춘으로 물들어지는 첫사랑을 만난다. 서울에서 놀러온 여자 아이. 전파사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 소녀는 주인공과 책을 많이 읽었고, 책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하도 세상이 수상한 시절이라, 4.19를 통해 기억들이 소년의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소녀의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었지만, 건강이 악화돼 집도 팔아야했다. 허망하게 소녀와 헤어진 주인공. 김제철 작가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나중에 다시 들르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의 공간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간다. 이 작은 책을 통해 그러한 시간 여행을 잠시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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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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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는 중국 소수 민족 백족의 지역 이름

[서평]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시인이자 방송작가 김경미, 혜다, 2019.07.20.)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표지를 보면 내 삶이 그렇게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우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짜증이 나더라도 내가 행복한 일상 안에 있는 것이구나, 라고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김경미 씨는 그런 것들이 이미 나를 웃음 짓게 만들 수 있는 일상들이라고 보듬어준다. 시인의 감성이란 이렇게 따뜻하다.

 

책의 서문을 읽다가 저자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다. 하루에 세 꼭지씩, 어떤 날은 주말 녹화 때문에 여섯 꼭지를 써야 하는 고된 글쓰기 노동 속에서도, 시인 김경미 씨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 쓰인 글들은 KBS 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프로그램의 한 코너 <시간이 담고 있는 것들>에 쓰인 방송 원고들이라고 한다. ‘다정함의 덕을 누리며라는 서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책은 <느리게, 그러나 차곡차곡>, <내가, 사랑한>, <너의 북소리를 들어라>, <무적霧笛 소리를 따라> 4장으로 나뉘어 있다. 첫 사연부터가 매우 강렬하다. ‘제자리걸음이란 사연은 한 여인이 선배에게 발전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배는 일본에서 있었던 한 아이의 실종 사건 얘기를 들려준다. 550명이 찾아 나섰으나 못 찾은 아이를, 한 할아버지가 찾아주었다. 아이들은 길을 잃으면 무조건 산 위쪽으로 올라가거나 길 앞쪽으로만 간다는 걸 안 경험으로 말이다. 선배는 여자에게 미숙한 사람들이나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을 건넨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이다.

 


 

제자리걸음하거나 뒷걸음치거나

 

몽 생 미셸여행을 듣노라면 내가 철새들을 따라 함께 비행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김경미 씨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엇보다 꼭 신기하고 새로운 체험에서가 아니라 날개 없는 사람이 날개 달린 철새들의 귀향을 돕는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대리석의 대리가 서구에서 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리는 중국 소주 민족인 백족이 사는 지역의 중심지 이름이다. 백족 출신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고, 백김치를 먹고, 하얀 집에서 산다고 한다. 중국 운남성에서 온 한 여성 시인 펑나<운남의 소리>란 시는 아름답게 들린다. 인간이 아는 언어란 자연을 누리며 즐길 줄 아는데서 비로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하갈셀리(나의 파도)’라는 서핑 대안 학교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인생은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는 철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들의 인생 학교는 어떨까? 이 책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선 한 대학 강사의 고단한 삶도 나온다. 지역에 강의가 있는 줄 알고 가다가, 착각을 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고 그 마을에서 일탈하기로 했다는 대학 강사. 우리의 삶도 가끔은 그런 일탈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 있는 사연들은 라디오를 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비나 눈이 오는 날, 차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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